지난 2007년 이랜드 홈에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싸움을 모티브로 한 영화 '카트'는 이제는 (이름만)사라진 홈에버만의 흑역사는 아니다. 국내 대형 마트 체인 어떤 곳도 자유로울 수 없는 현재진행형 문제이기에 이 한 장의 사진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카트'는 심재명·이은 대표가 수장으로 있는 '명필름'이 제작하고 '리틀빅픽쳐스'가 배급을 맡았다. 명필름은 '접속, '조용한 가족', '공동경비구역JSA', '바람난 가족',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건축학 개론' 등 한국 영화사에서 의미있는 상업영화를 만들어온 충무로 대표 제작사다.
그러나 '리틀빅픽쳐스'는 언뜻 듣기에도 생소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출범한 신생 배급사다. CJ, 롯데 등 대기업 계열의 배급사와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에 맞서 창작 권리를 되찾고자 충무로 10여 개 제작사가 힘을 합쳤다.
충무로에서 잔뼈가 굵은 심재명 대표가 이같은 환경을 모를 리 없다. 그러나 영화의 소재와 성격을 고려해 현실적 판단을 내렸다.
심재명 대표는 "CJ와 롯데에는 시나리오조차 건네지 않았다. 이 중 한 배급사는 모기업이 대형마트 체인을 보유하고 있고, 또 다른 한 곳도 영화의 소재를 민감해 할 수 있는 대기업이었기에 '카트'를 배급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며 "공공적 성격을 띤 대안 배급사 '리틀빅픽쳐스'가 '카트'를 배급하는 것이 취지에도 잘 부합한다고 생각해 손을 잡게 됐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심 대표는 작품이 가진 힘과 관객의 눈을 믿었다. 배급력이 달리더라도 영화가 좋으면 관객은 알아볼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던 것이다. 때문에 요근래 상업영화의 전략과는 다르게 개봉 5주 전 언론시사회를 열었다.
'인터스텔라'가 1,200여 개의 스크린을 장악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카트'는 500여 개 안팎의 스크린을 확보하며 선전 중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대적하고 있는 한국 영화가 약자들의 투쟁을 그린 '카트'라는 점은 특별한 의미일 수밖에 없다. 영화 속 이야기처럼 힘겨운 싸움이지만, 잘 버티며 아름다운 승부를 펼치고 있다.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