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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무엇을 믿던 그 이상…연극 '맨 프럼 어스'

[리뷰] 무엇을 믿던 그 이상…연극 '맨 프럼 어스'
‘생명은 태어나 죽음을 맞는다.’는 명제는 우리가 믿어온 상식과 논리다. 연극 ‘맨 프럼 어스’의 출발은 이 명제를 전적으로 부정하면서 시작한다. 죽음을 설명하기 위해서 죽지 않음을 가설로 내세운다는 설정이다.

연극은 먼저 존 올드맨이라는 주인공의 이름을 곱씹게 한다. 올드(Old)란 의미가 1만 4000년 일 줄 예상한 관객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올드맨은 구석기시대부터 살아왔다는 충격적인 주장을 자신의 송별회 자리에서 동료들에게 털어놓는다. 진실이라고 믿기엔 허황됐고 거짓이라고 치부하기엔 내놓는 이론의 얼개가 촘촘해 객석은 혼란에 빠진다.

이 강력한 주장의 뒷받침하는 이론은 ‘예외 없는 법칙은 없다’다. 그런데 극이 진행될 수록 올드맨의 주장은 점점 설득력을 얻으면서 우리가 진실을 보호하기 위해서 울타리처럼 쳐놓은 종교, 생물학, 인류학, 역사학 등 학문과 온갖 이론을 조금씩 무너뜨린다.

관객이 느끼는 조금씩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부분은 이 즈음이다.

“올드맨이 정말로 1만 4000년을 살았냐, 그렇지 않냐”의 단순한 물음을 넘어서 “만약 그런 인간이 봤을 때 길어야 100년을 살고 떠나는 인간은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맞는 것이냐.”에 대한 근원적 궁금증에 휩싸이는 순간 말이다. ‘사랑하면서’라는 올드맨의 단순하고 평범한 대답은 울림이 꽤 크다.

올드맨의 집으로 설정된 좁은 무대에서 배우들은 쉬지 않고 진화론, 상대성 이론, 신화, 종교 등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이 인문학적 대사를 논리정연하게 토해내기를 반복하지만 지루함이 느껴지진 않는다. 존 올드맨 역의 문종원을 비롯해 김재건, 서이숙, 이대연 등 내공 있는 배우들의 연기는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아쉬운 부분은 올드맨과 그의 조교 샌디의 미묘한 사랑의 감정이 품는 메시지의 중량감에 비해 한 없이 가볍게 묘사 됐다는 부분이다. 또 100분 가까이 끌어온 존 올드맨과 동료 교수들의 토론과 혼란에 비해, 결말은 서두르는 감이 적지 않으며 예상 가능한 부분이기 때문에 임팩트는 크지 않다.

연극 ‘맨 프럼 어스’는 2007년 시나리오의 완성도로 평단을 놀라게 한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세계 초연 됐다. 기발한 상상력과 재치있는 인문학적 대화를 통해서 궁극의 유희를 느끼게 할 의미 있는 작품으로 평가받을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내년 2월 22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에서 공연된다.

kykang@sbs.co.kr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강경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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