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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끝까지 들으면 눈물 나는 허풍…연극 ‘월남스키부대’

[리뷰] 끝까지 들으면 눈물 나는 허풍…연극 ‘월남스키부대’
여자들이 듣기 싫은 대화 소재 중 단연 으뜸은 군대 얘기다. 그중에서도 대부분 겪지도 보지도 못했을 월남전은 그리 흥미를 끌지 못한다. 연극 ‘월남스키부대’는 90%를 군대 얘기, 그것도 월남전 대한 얘기지만, 전 연령대 관객들의 눈물샘을 건드린다.

그 중심엔 김노인이 있다. 자다 일어난 듯 희끗한 머리엔 제비집이 지어있고 피곤한 얼굴엔 세월의 흔적이 역력하다. 하지만 또렷하게 구호를 붙이며 후임 김일병을 조였다 폈다 하는 모습은 월남전 참전 용사 그 모습 그대로다.

무더운 월남에 스키를 탔다거나 구렁이 스쿨버스와 호랑호랑 나는 호랑나비를 묘사하는 김노인의 허풍은 꿋꿋이 참고 기다려야 한다. 그의 의식에 완전히 빠져들다 보면 김노인이 진짜 토해내고 싶어 한 비밀이 숨어있기 때문.

최재원이 연기한 아들 아군과 노수산나가 연기한 며느리의 알콩달콩 사랑이 현실에 싸늘하게 정착하는 모습은 우리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아 공감대를 형성한다. 어설픈 도둑 손종범의 출현은 매우 극적인 장치지만, 김노인의 뜻밖의 진실을 계기를 마련하며 덤으로 큰 감동을 선사한다.

‘월남스키부대’는 영화 ‘7번방의 선물’, ‘변호인’ 등 드라마틱한 감동과 상업적 성공을 두루 거둔 영화사 NEW의 공연기획부가 ‘디셈버:끝나지 않은 노래’에 이어 두 번째 작품으로, 이미 영화판권이 팔렸을 정도로 화려한 장치 없이도 소재와 이야기가 가진 탄탄한 힘이 있다.

“실컷 웃다가 마지막엔 울었다”는 평이 ‘월남스키부대’에 가장 지배적인 반응이다. 절벽에 피운 꽃이 더 아름답듯, 월남전이란 시대적 아픔에 꽃피운 가족의 사랑은 21세기 관객들에게도 큰 위로와 울림을 선사한다.

배우 겸 연출가 심원철이 글을 쓰고 연출을 맡은 ‘월남스키부대’는 내년 1월 31일까지 서울 대학로 유니플렉스 3관에서 공연된다.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강경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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