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미국 애너하임에서 열린 2014 블리즈컨 행사에서 한국의 이승현 선수가 스타크래프트2 세계 챔피언을 차지했습니다. 2014 블리즈컨은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워크래프트 같은 게임을 만든 미국의 게임사 블리자드가 매년 개최하는 게임 컨퍼런스입니다. 단일 회사가 개최하는 게임쇼로는 최대 규모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특히 통합 세계 챔피언을 뽑는 스타크래프트 2 파이널 경기는 뜨거운 관심 속에 치러졌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국 선수가 우승해 게임실력은 최고라는 점을 다시 한번 입증했습니다.
사전 예매하는 블리즈컨 입장권은 2만 5천개 정도 되는데 조기 완판이 된데다가 행사당일에는 먼저 입장해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팬들이 장사진을 쳤습니다.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영화화 계획 발표와 신작게임 오버워치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습니다. 세계 게임시장이 이미 130조원 규모에 이르는데도 왜 매년 성장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열기를 보여줬습니다.
게임산업은 우리나라에서도 연간 26억달러를 수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액수는 K팝을 비롯한 음악 수출액의 11배, 영화 수출액의 130배에 달하는 액수입니다. 우리 경제, 특히 문화 콘텐츠 분야에서 산업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최근들어 우리 게임산업은 눈에 띄게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콘텐츠진흥원이 올해 발간한 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 2013년 한국 게임시장 규모는 0.3% 감소한 9조 7,198억원을 기록했습니다. 2011년엔 18%, 2012년 10% 라는 고성장세를 보여왔지만 이번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겁니다. 백서는 2014년에는 2013년에 비해서도 1.8%가 감소해 한번 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반면 세계 게임시장은 지난해 3.1% 증가했고 2014년부터는 3년동안 해마다 5%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백서는 2012년만해도 한국이 그럭저럭 온라인 게임분야 종주국 체면을 지킬 수 있는 수준에 있었지만 2013년부터는 LOL을 비롯해 피파온라인3, 디아블로3 등 외국산 게임들의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어섰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 게임 수출액도 눈에 띄게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습니다. 2011년엔 48%라는 성장세를 보였지만 2012년 11%, 2013년엔 2.9%로 급격히 줄어들더니 2014년은 1.5% 성장에 그칠 것으로 백서는 예상했습니다. 매출과 수출 모두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겁니다.
세계 PC온라인 게임 점유율에서 지난 2007년만 해도 한국은 34.5%를 차지하며 1위였습니다. 당시 중국이 24.3%로 2위였습니다. 그러나 우리 점유율은 갈수록 줄고, 중국의 점유율은 계속 커졌습니다. 2012년엔 한국 28.6%, 중국 43.8%로 중국이 큰 차이로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실력으로 보나 산업으로 보나 온라인 게임 종주국은 한국이라는 과거의 영광이 무색해진 겁니다.
한국 게임산업이 위기에 빠진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복잡한 규제도 한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2014 블리즈컨에서 마이크 모하임 블리자드 CEO 겸 공동 설립자는 한국 언론들과 만나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한국의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는 매우 복잡하고 다중적으로 돼 있다. 블리자드 같은 글로벌 게임회사도 이런 규제 때문에 한국시장에서 사업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곳은 바로 한국의 게임회사들일 것이다. 아무래도 한국 게임회사들의 중요한 기반이 한국 시장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규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의 게임 과몰입으로 겪는 부작용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게임이 활성화된 다른 나라들도 비슷하게 겪는 현상입니다. 이런 부작용을 막겠다는게 이런저런 게임산업 규제가 생기게 된 이유일 겁니다. 그러나 규제 때문에 우리 게임회사들이 다른 외국 게임회사에 비해 오히려 역차별을 받게 되고 게임산업 자체가 위축된다면 바람직한 결과는 아닌 것 같습니다. 게임 과몰입의 부작용에 대한 처방으로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놀거리 , 즐길거리, 건전한 여가를 위한 배려가 별로 없는 우리 청소년 문화를 바꿔주지 않으면 셧다운과 같은 제도로 아무리 게임 시간을 규제하더라도 과몰입의 부작용은 반복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런 노력과 함께 우리 게임산업을 IT기술과 결합된 미래의 먹거리, 콘텐츠 산업으로 키워가는 지혜가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