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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김민수 "오늘 최선 다해도 내일 잘릴 수도" 열정페이에 시드는 청춘들

대담 :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 한수진/사회자:

요즘 청년들 사이에 ‘열정 페이’라는 말이 유행이라고 합니다. 열정 페이란, 열정이 있으니 적은 임금은 감수하라, 이런 기업들의 태도를 비꼰 말인데요, 사실상 노동력의 착취죠. 젊은 층으로 구성된 세대별 노조인 청년 유니온이 “청년들의 열정을 착취하는 기업과 싸우겠다”라며 이른바 블랙기업 운동을 선포했습니다.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연결해서 자세한 계획 들어보겠습니다. 위원장님 나와 계십니까? 

▶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이런 운동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까?

▶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네, 한 경제단체에서 계약직으로 일하시던 분이 계약을 해지당하고 자살한 사건이 있었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20대 여직원 분이요? 

▶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그렇습니다, 계약직으로 일하다 보면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셨는데, 직장 내에서 야근이나 휴일 근로, 성추행, 이런 거 다 견뎌오셨다가 결국 정규직 전환되겠다는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는데, 여기서 이제 큰 절망을 하셨던 거죠. 극단적인 사례가 아니라 오늘날 일하시는 청년 분들이 느끼는 이런 보편적 경험이겠다, 이런 문제들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저희도 당시 인터뷰를 했었는데. 성희롱, 성추행도 문제였지만 쪼개기 계약 문제가 아주 심각했더라구요. 그런데 이런 비슷한 사례가 또 있었어요? 

▶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그렇습니다. 꼭 쪼개기 문제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최근에 또 대기업 이통사, 이동통신사에서 상담하시던 분이 자살을 하셨습니다. 이 분이 악성민원 상대하셨던 분인데, 악성민원 상대하는데도 불구하고 회사는 악성 고객들한테 자사의 TV를 팔아라, 뭐 이런 것을 강요했었고. 실적이 안 나오면 퇴근도 못했고 급여도 제때 안 나오고. 그러니까 직무 스트레스로 굉장히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결국은 안타깝게 죽음을 선택하셨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직무 스트레스는 정말 컸고 거기에 비해서 또 급여는 엄청나게 적었고 말이죠. 그래서 요즘 청년들 사이에서 열정 페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면서요. 열정이 있으니까 적은 월급은 감수해라, 이른바 블랙 기업들이 내세우는 논리라고 볼 수 있겠네요? 

▶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네, 설명해 주신대로, 네가 좋아하는 일이니까 힘들고 월급도 적어도 감수해라, 이런 표현인데. 블랙기업이 전형적으로 청년들을 바라보는 태도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니까 문제는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 것은 기본 문제이고, 다른 측면에서는 지금 우리사회가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떤 미안해한다든지 그런 것이 아니라 너무 당당하게 언어로 구현되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청년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여기서 오는 겁니다. 왜 미안해하지 않고 당당해하는 거지... 

▷ 한수진/사회자:

일 배우면서 그럴 수 있는 것 아니냐, 배우는 과정에서는 좀 월급도 적게 받고 그렇게 하는 것 아니냐, 이렇게 당당하게 요구한다는 거죠? 

▶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네, 그렇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리고 청년들 너무 나약한 것 아니냐, 헝그리 정신이 없다, 이런 이야기도 한다면서요? 

▶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젊은 세대들이 가지고 있는 치열함들이 있거든요. 지금의 부모 세대가 청년 시절만큼의 치열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일하고 배우려고 노력하고. 근데 문제는, 부모 세대하고 구분되는 것은, 그래도 당시엔 젊은 시절에 고생을 하면 지금보다는 좀 더 나은 내일이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을 텐데. 

저는 회사에 다니면서 이런 질문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매일 야근도 하고, 일도 많이 하고 열심히 하려고 하지만, 이렇게 최선을 다했을 때 내일 더 괜찮은 삶이 기다리고 있을까, 라는 질문에 대해서 우리 사회가 제대로 답을 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오늘 최선을 다하더라도 내일 잘릴 수도 있는 거고, 오늘 최선을 다해봤자 정규직 전환이 안 되는 것이고, 안정된 삶이 기다리고 있지 않을 거다, 이런 것들이 어떤 블랙기업이 가지는 블랙기업이 청년을 대하는 핵심적인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래서 희망고문이다, 이런 말도 한다면서요? 

▶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그렇습니다. 아까 경제단체 사례로 말씀드렸던 계약직 여성분의 경우에는 2년 동안 총 7번 계약서를 쓰셨어요. 한 번만 더 쓰자, 한 번만 더 쓰자, 두 달, 석 달, 6개월, 이런 식으로 쪼개기 계약을 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희망고문의 감정, 심각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 과정에서 인권유린 문제도 꼭 좀 짚어봐야 된다는 이야기들이 많더라구요? 

▶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네, 일단은 기본적으로 회사 내에서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직장 상사, 이 분들이 예를 들면, 만약 지금 청년 분들이 특별한 사유가 없는 이상 해고당하지 않을 수 있는 정식 신분이다, 안정된 신분이다, 그러면 상사와의 관계가 조금 더 자유로울 수 있거든요. 그런데 만약 인턴이다, 계약직이다, 비정규직이다, 그리고 나를 지금 상대하고 있는 사람이 나를 정규적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갑이다, 이렇게 되면 양상이 조금 달라집니다. 그러면 조금 더 폭력적인 갑을관계가 형성되고, 이 과정에서 성추행이라든지 아니면 굉장히 부적절한 업무 지시라든지, 이런 것들이 만연해지면서 인권유린의 양상도 보여지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런 블랙 기업들이 최근 좀 늘어나는 추세인가요?

▶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일단 문제의식은 뭐냐 하면요, 쪼개기 계약이라든지 이런 문제도 있지만, 지금의 기업 집단에서 상시적인 업무에 대해서도 계약직을 빈번하게 쓰고 있는 추세가 있습니다. 최근 10년 사이에 첫 번째 직장을 1년 미만의 계약직으로 받게 됐다, 라고 응답한 비율이 10년 사이에 60%가 증가하였거든요. 계약직 비율이 증가하고 있고. 인턴, 수습, 현장실습, 이런 불안정한 고용 양상이 너무 확대되고 있습니다. 모든 기업이 블랙기업이다, 이렇게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이런 조건에선 모든 기업이 블랙기업이 될 수 있는 거죠. 추세만 놓고 보면 블랙 기업이 확실히 늘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블랙기업이 일본에서 먼저 큰 사회적 문제가 된 거죠?

▶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네, 맞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정확히는 어떤 뜻으로 봐야 되는 건가요? 

▶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일본에서 쓰는 개념이 있습니다. 법령에 어긋나거나 비합리적인 노동조건을 의도적으로, 조직적으로 자행하는 기업들에 일본에서 이제 이 개념 먼저 쓴 노동 단체에서는 이렇게 사용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한국에선 이제 막 운동을 시작한 셈인데, 제보도 좀 받고 그러세요? 

▶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저희가 지난 일요일에 기자회견을 열고, 제보받는 사이트를 개설했습니다. 그리고 홍보도 아직 제대로 시작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기사 보고 직접 홈페이지 들어오셔서 입력하신 분들도, 저희가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많은 제보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기억에 남는 이야기 좀 있으십니까?

▶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들보다도 그냥 뭐 우리가 흔히 청년들이 이렇게까지 일을 하나 싶을 정도의 사연들이 막 들어옵니다. 사람들이 이제 제보할 때 입력하기도 귀찮을 수 있는데, 자기 회사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굉장히 길게 입력해 주시거든요. 회사에서 밤낮없이 야근하는데 수당이 지급되지 않고, 폭력적인 사례가 있는지, 이런 이야기들이 굉장히 길게 넘어옵니다. 큰 회사에서 일하는데도 임금이 지급되지 않는 문제, 장시간 동안 수습 형태로 일하는데 정규직 형태로 전환이 안 된 사례, 이런 글들을 보다보면 약간 제보자 분들의 울분 같은 게 느껴지거든요. 블랙 기업 운동을 더 잘해나가야겠다, 이런 고민이 듭니다.

▷ 한수진/사회자:

블랙기업운동, 어떻게 추진하실 계획인가요?

▶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일단은 블랙기업은 무엇이다, 라는 정의가 필요할 것 같아요. 청취자 분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그래서 블랙기업이 어떤 기업이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것에 대한 어떤 연구 사업도 현재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까 좀 말씀 드린 대로 블랙기업 사례 제보를 꾸준히 받고 있고요. 문제가 심각한 기업에 대해서는 대응을 할 구상이고, 내년 정도에는 이런 기업들을 추려가지고 상을 주는 블랙기업 시상식 어워드도 개최할 계획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별로 달갑지 않은 상이네요.

▶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웃음) 네, 그럴 수 있겠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앞서도 말씀 하셨지만, 어떤 기업이 과연 블랙기업인지, 좀 주관적인 개념이 아닌가 싶기도 해서요. 기준이 있을까요?

▶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블랙기업의 양상을 몇 가지 범주를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청년들의 삶에 위협이 되는 양상을 보여주는 기업들을 말하는데, 무분별한 최장시간 노동이라든지, 성과관리나 인사시스템을 불합리하게 운영한다든지, 적절치 못하게 임금을 지급한다든지, 불안정하게 고용을 양상하거나 앞선 사례처럼 정규직 희망고문을 가한다든지, 이런 범주로 청년의 삶을 위협하는 기업, 이런 것들이 블랙기업의 요소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분석 중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기업들이 좀 실제로 압박을 받을 수 있을까요?

▶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글쎄요, 저는 이제 기업들이 압박을 받는 것도 중요한데요, 그리고 또 특정한 정말 나쁜 기업들 공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캠페인을 통해서 꼭 청년들이 아니라 일을 하는 모든 분들이 ‘아, 내가 다니는 회사도 혹시 블랙기업인가?’ 라고 하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오늘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청년유니온의 김민수 위원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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