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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근무환경 탓에 태아에 질병…산재 인정될까

일하는 엄마의 근무 환경 탓에 태아에게 선천성 질병이 생겼다면 이를 산업재해로 인정할 수 있을까.

7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서울행정법원에서는 이같은 논제에 대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선천성 심장질환을 가진 아이를 출산하게 된 간호사들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산재요양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의 3차 변론기일에서다.

원고 측은 "사람의 권리능력에 대해 판단할 때 민법에서 태아는 근로자 모체의 일부로 해석한다"며 "산재보험법이 명시적 규정을 두고 있지 않더라도 태아를 근로자 신체의 일부로 보고 산재 대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피고는 "형법상 태아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을 임신부 신체의 훼손으로 보지는 않는다"며 "민사법 체계 안에서도 태아의 손해는 태아에 귀속되지 어머니로 귀속시킬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맞섰다.

이날 심리가 진행된 사건의 내용은 이렇다.

제주의료원에 함께 근무하던 간호사 5명은 2010년 선천성 심장질환을 가진 아이를 각각 출산했다.

이들은 의사에게서 아이가 태중에 있을 때 심장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못해 이런 질병이 생겼다는 동일한 설명을 들었다.

간호사들은 의료원의 근무환경이 태아의 건강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했다.

임신 초기에 산모와 태아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유해약물에 노출됐고, 과로와 스트레스에 계속 시달렸다는 판단 때문이다.

간호사들은 공단 측에 산재요양을 신청했지만 두 차례에 걸쳐 거부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사건은 태아의 질병을 어머니 근로자의 산재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를 가르는 첫 사례다.

대법원 판례가 정립돼 있지 않은 만큼 이 사건의 확정 판결에 대해 법조계와 노동계, 여성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판은 법학전문대학원 학생 등 시민들을 초청하는 '열린 법정'으로 진행됐다.

행정7단독 이상덕 판사가 심리를 맡았다.

120여 명 방청객이 재판을 지켜보고 이 판사와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이 판사는 이들과의 대화에서 "사건이 들어왔을 때 산재보험법에 위헌성이 있는 것이 아닌지 직관적인 생각이 들었다"며 "국가는 모성을 보호해야 한다고 정한 부분이다. 논란은 있을 수 있는 부분이지만, 임신한 상태의 근로자를 배려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겠는가"라고 비교적 솔직한 의견을 밝혔다.

방청석에서도 '간호사들이 유해약품 접근 유의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이라면 산재 인정을 받을 수 있느냐'는 질문과 '유의 규정이 있다면 그것 자체로 업무 환경과 태아의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가 있다는 것을 병원이 인정한다고 볼 수 있지 않겠나'는 등 의견이 다양하게 제시됐다.

이 판사는 다음 달 5일 오후 2시 4차 변론기일을 열고 심리를 마무리하고, 올해 안에 판결을 선고한다는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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