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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브리핑] 돼지 심장 단 원숭이…사람 적용은?

<앵커>

조금 전 뉴스에서도 보셨습니다만 현장 브리핑 오늘(5일)은 이색적인 얘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어제죠, 돼지의 심장을 원숭이에게 이식한 국내 연구진의 연구가 공개돼서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인류의 질병 극복을 위해서 이종, 그러니까 다른 종간의 장기를 이식하는 연구가 지금 매우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이 연구가 어디까지 왔는지, 또 앞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무엇인지 사회부 한세현 기자에게 오늘 자세히 물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 기자, 어서 오십시오. (네, 안녕하세요!) 일단, 어제 발표된 연구결과부터 알아야 될 텐데, 돼지의 심장을 원숭이에게 이식했다. 이게 대단히 의미가 있는 모양이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농촌진흥청의 연구인데요, 이 농진청은 돼지의 심장을 원숭이에게 이식해서 한 달 동안 생존시키는 연구에 성공했습니다.

연구진은 지난 6일, 유전자 조작을 거친 돼지의 심장을 원숭이에게 이식했는데요, 이 원숭이는 오늘까지 2단계 면역거부 반응을 이겨내고, 건강하게 생존해 있습니다.

이 면역거부 반응을 억제하는 게 이종 장기 이식의 핵심인데요, 쉽게 말씀드리면, 원숭이에게 돼지의 장기를 이식하면 원숭이는 면역물질을 분비해 새로 들어온 장기를 공격하게 됩니다.

<앵커>

쉽게 얘기하면, 이거 내 것 아니다. 이렇게 몸에서 반응을 한다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자기가 원래 가지고 있던 게 아니기 때문에 공격을 하게 되는데요, 결국, 이런 면역반응이 일어나지 않게 억제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이 면역거부 반응은 크게 4단계로 구분되는데요, 이번에 원숭이에게 이식된 심장은 가장 초기에 해당하는 '초급성'과 다음 단계인 '급성' 거부 반응'이 나타나지 않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돼지에서 떼어낸 겁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우리 기술로는 '급성'에 해당하는 2단계까지만 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 원숭이도 길어야 앞으로 한두 달 정도 더 살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보통 시청자들은 완전히 이식에 성공했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는데 4단계 가운데 2단계까지만 성공했다. 이 말이죠? 어쨌든 대단히 의미 있는 연구가 성공을 했고 조금씩 조금씩 장기이식 연구가 앞으로 나가고 있는 것 같은데, 또 반대편에서 보면 물론 사람에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사람의 장기 이식하는 게 제일 좋겠죠. 그런데 역설적으로 사람 간의 장기 이식이 그만큼 어렵다는 뜻도 되겠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결론적으로 장기를 이식받으려는 사람은 많은데, 장기를 제공할 수 있는 사람이 그만큼 적기 때문입니다. 전문가 얘기부터 먼저 들어보시겠습니다.

[전경옥/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 코디네이터 : 김수환 추기경님이 선종하시면서 장기기증 열풍이 굉장히 불었는데 그 이후에는 좀 관심이 줄어들고 장기기증 희망 서약서도 주는 추세인 것 같습니다.]

들으신 대로 한때 늘어났던 장기기증 신청자가 최근엔 많이 줄었습니다.

장기기증을 신청한 사람은 지난 2009년 35만여 명에서 올해는 17만여 명으로 절반가량 줄었는데요, 장기이식 의술이 발전하면서 이식 대기자 수는 10여 년 새 4배 정도로 늘어났지만, 반면 실제 기증자 수는 2배 정도 늘어나는 데 그쳐 수요에 크게 못 미치는 겁니다.

결국, 이렇게 사람이 제공할 수 있는 장기가 부족해지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동물의 장기를 이용한 연구가 활발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앵커>

결론적으로 장기이식을 통해서 질병 극복을 위해서 한 기자 설명대로라면 이종 간 장기이식이 최종적으로 성공을 해야겠다. 이런 생각이 드는데, 그렇다면 현재 이종 간 장기이식 기술은 어디까지 와있습니까? 

<기자>

네, 사람의 장기이식 기술은 지난 10년 동안 눈부시게 발전해왔는데요, 하지만 문제는 이 동물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겁니다. 화면 보면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지난 2011년, 우리 의료진이 세계 최초로 7살 소녀에게 7개 장기를 동시에 이식하는 수술을 성공했습니다.

대단한 기술인데요, 호주 의료진은 숨진 지 20분이 지난 사람의 심장을 되살려내 심장병 환자에게 이식하는 수술도 성공을 거뒀는데요, 이처럼 혈연끼리만 가능하던 장기이식이 면역 억제제가 개선되면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다른 사람의,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의 장기를 이식한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동물의 장기를 이식하는 기술인데요, 세계 이종 이식 학회는 돼지의 장기를 이식받은 영장류 8마리 가운데 5마리가 최소 6개월 이상은 생존해야 사람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 들어간 연구팀은 아직 없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다른 동물의 장기를 받았을 때 발생하는 면역거부 반응을 극복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원숭이도 6개월 이상을 생존시키지 못한 상황에서 사람에게 장기를 이식하는 건 의학적으로나, 법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앵커>

네, 그렇겠죠. 그렇다면 아직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렇게 볼 수가 있겠는데 실제로 언제쯤이면 다른 동물의 장기를 사람이 이식받을 수 있는 그런 날이 올까요?

<기자>

네, 참 어려운 질문인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전문가들은 최소 30년은 지나야 이게 가능하지 않을까,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전문가 얘기부터 먼저 들어보시겠습니다.

[강병철 교수/'S'대학병원 의생명연구원 : 면역학적인 거부반응이 효능과 치료법이라고 한다면 그다음은 안전성을 넘어야 하고 그다음에 임상 시험을 하게 됩니다. 사람을 살리기 위한 점수로 본다고 하면 이제 시작에서 1단계를 넘었다고 볼 수 있거든요.]

지금 진행 중인 동물실험은 장기 이식의 효능을 보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를 거치고 나면 장기 이식이 안전한지를 검사하는 안전성 검사가 있고요, 또 그다음이 실제로 사람에게 임상시험을 적용할 수 있는 단계입니다.

전문가들은 단계별로 약 최소 10년씩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게다가 임상시험을 통과해도 위험부담 크기 때문에 임상시험에 참여할 환자가 많을지도 의문스럽습니다.

이런 점을 모두 고려하면, 아무리 일러도 사람이 동물의 장기를 이식받으려면 앞으로 최소 30년은 걸리지 않겠느냐, 이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결국, 이종장기 이식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기초의학에 대한 꾸준한 지원과 관심이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

이게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인류의 질병 극복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연구이니까 조금씩 조금씩이라도 우리 사회의 관심이 이어지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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