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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10조 베팅', 재벌 지속가능성 논쟁 불붙어"

"현대차 '10조 베팅', 재벌 지속가능성 논쟁 불붙어"
현대차그룹이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부지 매입에 10조5천500억원을 쓴 것을 계기로 한국에서 재벌 모델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논쟁이 불붙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FT는 한개 면 전체를 할애해 최근 현대차 그룹의 한전 부지 매입을 둘러싼 비판 등을 소개하면서 재벌의 가족 중심 경영체제와 인색한 배당, 복잡한 지배구조 문제를 다뤘습니다.

신문은 지난 60년간 한국의 경제성장에 재벌이 중심 역할을 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하지만 현대차 그룹의 10조 투자는 가족 통제 모델의 책임 부재에 대한 우려를 강화시켰다고 지적했습니다.

신문은 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이번 입찰을 두고 돈은 문제가 아니다라거나 한전이 국가기관인 만큼 높은 금액을 쓴 것이 결국 국가에 이바지하는 것이라는 식으로 말한 점 등을 언급하며 재벌 창립자 일가의 계속된 지배는 쌓아놓은 현금을 돌려주길 바라는 외부 투자자들에게 짜증을 불러일으키기 시작했다고 진단했습니다.

FT는 홍콩 CLSA 증권을 인용해 10% 부근을 맴도는 한국 증시의 배당성향이 세계 주요 시장 중 가장 낮은 수준이라면서 최근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배당을 늘리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외국 기업과 비교하면 낮은 데다 쌓아놓은 현금을 고려할 때 투자자들이 만족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재벌의 또 다른 문제로는 복잡한 지배구조가 지적됐습니다.

마크 모비우스 템플턴에셋매니지먼트 이머징마켓그룹 회장은 "만약 회사들을 연결하는 선을 그려보면 스파게티 그릇 같다"면서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제일모직과 삼성SDS의 상장 추진을 놓고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의 이지수 변호사는 외부적으로는 좋게 보일지 몰라도 여전히 '황제' 경영 스타일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FT는 이런 경고는 SK그룹의 최근 역사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SK그룹은 2007년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됐지만, 최태원 회장이 1년5개월간 복역하면서 1천778번 면회가 있었다는 보도는 그룹에 대한 그의 권위가 여전히 손상되지 않고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을 강화하는 것이란 설명입니다.

그러나 이원일 전 알리안츠자산운용 대표는 시간이 갈수록 재벌의 가족 지배는 약화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미국 자본시장은 과거 포드 일가와 록펠러 일가가 통제했지만, 지금은 이들 중 아무도 그렇지 않다"면서 "시간이 가면서 전문 경영이 더 중요해질 것이며 이는 자본주의에서 불가피한 역사"라고 말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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