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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당신이 언제 어디를 갔는지' 경찰이 알고 있다면

[취재파일] '당신이 언제 어디를 갔는지' 경찰이 알고 있다면
최근 카카오톡, 네이버 밴드와 같은 SNS를 수사기관이 들여다봤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이버 검열 논란이 불거졌죠? 이번에는 모든 차량의 정보를 경찰과 지방자치단체가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누가 언제 어디를 갔는지 파악이 가능한 상태라고 합니다.

● 경찰 "차량 정보 2,300만 건 보유"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진선미 의원이 경찰과 지방자치단체 등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해 4년 전부터 이른바 '차량 추적 시스템' 구축에 들어갔습니다. 주행 중인 차량의 번호를 자동 판독해 수배 차량으로 확인되면 경찰에 통보하도록 하는 시스템입니다. 10월 현재, 경찰이 직접 운영하는 차량번호 자동 판독기(AVNI) 76개와 지자체가 관리하는 CCTV 가운데 5,921개가 연결돼 있습니다. 시스템에 연결되는 CCTV 개수는 매달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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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이 수배 차량인지 아닌지 판독하는 시스템이 수사상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문제는 이 시스템이 수배 차량뿐 아니라 일반 차량의 정보까지 모두 저장한다는 것입니다.
경찰이 현재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차량의 번호는 모두 2천 384만건 정도입니다. 경찰이 직접 운영하는 CCTV, 즉 AVNI 76를 통해 한 달간 수집한 정보입니다. 안전행정부의 개인정보 보호 지침에 따라 30일이 넘으면 차량 정보를 폐기하도록 예규로 정했기 때문에, 한 달이 넘은 정보는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게 경찰의 설명입니다. 이를 뒤집어 보면, 매달 2,300만 건 정도의 차량 정보를 경찰이 수집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렵습니다. 진선미 의원이 입수한 경찰 수사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해 12월 철도노조 파업을 수사하면서 노조 간부들의 소재를 추적하기 위해 AVNI 정보를 조회했습니다. 이 때 경찰이 조회한 정보는 '6개월 전'까지였습니다. '30일이 넘은 정보는 폐기하고 있다'는 해명과 상충합니다. 노조 간부 본인은 물론, 부인과 삼촌, 고모 명의의 차량까지 조회했고, 동거녀의 차량을 조회하기도 했습니다. 이들 노조 간부 가운데는 무혐의 처분을 받은 간부도 있다고 합니다. 물론, 도피처를 파악하려면 과거 행적을 추적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경찰 예규까지 무시해 가면서 이렇게 전방위적으로 조회할 필요가 있었는지, 수배 사유가 발생한 이후 또는 그 이전 30일 간의 정보만으로는 확인이 어려운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차량 정보 영구 보관하는 지자체도

지자체의 상황은 더 큰 우려를 자아내게 합니다. 당장 경찰이 저장하는 정보는 CCTV 76개 분량인데 비해, 지자체가 저장하는 정보는 CCTV 6천개에 가까운 분량입니다. 정보 수집량이 경찰의 수십 배에 달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서울의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임의로 차량 번호를 입력해 봤습니다. 그 지자체 관내에서만 100건이 넘게 검색됐습니다. 지난해 정보도 남아 있었습니다. 정보를 클릭할 때마다 차량을 촬영한 사진이 나오고, 차량이 이동한 경로까지 '친절하게' 표시됐습니다. 어떤 차량이 언제 어디를 갔는지 손쉽게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또, 경찰은 '30일 예규'라도 있지만 지자체는 그것도 없는 상황입니다. 차량 정보 보관 기간을 물었더니 천차만별이었습니다. 10개월 이상 보관한다는 곳도 있었고, 심지어 영구 보관하고 있다는 지자체도 있었습니다. 이 지자체 관계자는 "경찰이 무슨 법에 따라 어떤 사유로 조사하는지, 왜 차량 정보를 요청하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면서 "경찰이 정보를 요청하면 제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사생활 침해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입니다.

진선미 의원은 "헌법에 의해 우리 국민 모두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않아야 한다"며 "대다수 국민이 이런 차량 정보 수집 시스템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이 차량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수집하는 것은 재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죄종에 따라 영장 등 법원의 허가 절차를 거칠 수 있도록 관련 법이 정비되고, 운영 규정이 마련되기 전까지 시스템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경찰은 TF를 구성해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TF 위원 15명 가운데 9명이 경찰 내부 인사로 채워져 있어 제대로 된 보완책이 나올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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