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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영화? 펀한 영화!] '보이후드', 이 영화에서 진짜 시간을 봅니다

[뻔한 영화? 펀한 영화!] '보이후드', 이 영화에서 진짜 시간을 봅니다
영화 속 서사는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수십 년의 세월을 오간다. 때때로 긴 시간의 흐름을 생략하기 위해 점프 컷(jump cut)을 사용하며, 이는 관객에게도 암묵적으로 이해된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은 '비포'시리즈를 통해 무려 18년의 세월로 이어진 한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바 있다. 그가 시간을 대하는 태도와 다루는 방식은 여느 감독과 달랐다.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를 9년 간격으로 소환해 물리적 시간의 흐름을 인물의 삶에 녹여냈다. 

신작 '보이후드'(BOYHOOD)는 시간에 대한 감독의 철학을 보여주는 한 단계 진화한 실험이다. 이 영화는 한 소년의 복잡다단했던 삶의 여정을 시간의 흐름과 함께 보여주며 그 어떤 픽션보다 입체적인 감동을 선사한다.

여섯 살 메이슨 주니어(엘라 콜트레인)은 누나 사만다(로렐라이 링클레이터)는 싱글맘인 올리비아(패트리샤 아케이트)와 텍사스에 살고 있다. 엄마와 헤어진 아빠 메이슨 시니어(에단 호크)는 일주일에 한 번씩 집에 들러 메이슨과 사만다와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엄마의 직장과 그리고 남자관계 때문에 메이슨 남매는 여러 차례 이사하게 되고 이는 이들의 삶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영화는 한 미국 중산층 가정의 갈등을 중심으로 한 소년의 성장, 나아가 한 남녀가 아빠와 엄마로 성숙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메이슨 일가에서 일어난 그들만의 이야기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의 모습은 우리네 삶과 크게 다르지 않는 보편성을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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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후드' 속 서사는 물리적 시간의 흐름과 일치한다. 관객은 165분의 상영시간 동안 여섯 살 메이슨 주니어와 열 여덟 살의 메이슨 주니어를 모두 볼 수 있다. 이는 링크레이터 감독이 이 영화를 기획하면서부터 계획한 것이었다. 인물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줌으로써 그 시간을 공유하는 것과 같은 묘한 경험을 선사하고자 했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주연 배우인 엘라 콜트레인, 에단 호크, 패트리샤 아케이트, 로렐라이 링클레이터는12년 동안 매해 15분 분량의 촬영을 진행했다. 감독은 해마다 그때의 상황에 맞추어 시나리오를 썼고 편집을 진행해나갔다.

결과적으로 놀라운 결과물을 만들어냈지만, 매우 위험한 시도였다. 영화 밖에서 12년 동안 벌어질 변화는 예측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보이후드'의 마법은 배우와 스태프가 한 뜻이 돼 쏟은 시간과 열정, 인내의 값진 결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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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슨 주니어를 연기한 엘라 콜트레인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어린아이의 순수한 감성부터 질풍노도의 사춘기 그리고 성숙한 자아를 형성하는 대학 시절까지 실제의 시간과 그 안에서의 변화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 배우에게 있어 '보이후드'는 한 편의 영화 이상의 의미일 것이다. 개인에게는 죽을 때까지 간직하고 싶은 성장 보고서에 가깝다. 

한 인간에게 있어 서사란 대단한 사건의 연속이 아닌 지지고 볶는 소소한 일상의 연속이다. 감독은 12년이라는 긴 세월 안에서 인물의 삶에 영향을 끼친 순간 순간을 섬세하게 포착해냈다. 엄청난 시간의 합으로 이뤄진 이 영화의 서사야말로 '위대한' 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10월 23일 개봉, 상영시간 165분, 15세 이상 관람가.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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