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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꼴찌 없는 감동운동회' 교사 "왜 화제 되죠? 학생들 어리둥절"

대담 : 정희옥 선생님 (제일초), 김대열 씨(학부모)

▷ 한수진/사회자:

초등학교 가을 운동회 사진 한 장, 굉장히 화제가 되었습니다. 달리기 시합에 나선 5명의 학생들이 나란히 손을 잡고 결승선에 들어서는 사진이었는데요. 장애가 있어서 달리기 시합 때마다 늘 꼴찌를 하던 친구를 위해, 같은 반 친구들이 깜짝 이벤트를 벌인 겁니다. 이번에도 꼴찌를 예상했던 그 학생은 물론이고 그 장면을 지켜보던 가족들 모두 눈물을 펑펑 흘렸다고 하는데요. 초등학생들이 어떻게 이런 예쁜 생각을 해냈을까요? 경기도 용인에 있는 제일초등학교 6학년 2반 학생들이 그 주인공인데요. 정희옥 담임 선생님을 전화로 만나보겠습니다. 선생님 나와 계시죠?

▶ 정희옥 선생님 / 용인 제일초교:

네,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아이들이 참 예쁘네요. “어린 아이들한테 내가 배웠구나”, “너무 감동적이다” 이런 반응들이 참 많던데요. 학교로도 연락이 많이 온다고요?

▶ 정희옥 선생님 / 용인 제일초교:

네. (웃음) 저희들은 사실 굉장히 어리둥절하고 있어요, 아이들이요. 이게 과연 화제가 될 수 있을까, 왜냐하면 항상 주변에 어려운 일들이 굉장히 많았잖아요? 그런데 아이들이 늘 지금 그렇게 생활하고 있었던 모습들인데, 그게 한 부분에서 비추어지니까. 꼭 자기의 일상들을 몰래카메라로 비춘 것처럼 느껴져서 사실은 굉장히 어리둥절, 기쁘기도 하면서 어리둥절하고 있어요.

▷ 한수진/사회자:

평소에도 늘 이렇게 기국이 생각을 많이 하는 모양이에요?

▶ 정희옥 선생님 / 용인 제일초교:

특별히 기국이 생각 뿐 아니라요. 우리 제일초등학교의 전체적인 교육 공동체 분위기가 이렇게 흘러갔어요. 저는 이 학교에 3년 째 되는데, 처음에 부임했을 때 이 학교가 다 친척들이 다니는 학교다, 라고 느낄 정도로. 아이들이 “이모, 이모”하고 부르는 학부모들이 전부 다 주변에 굉장히 아이들하고 친숙하게 이야기하고 교류하고. 실은 지금 자꾸 장애라든지 뚱뚱한 아이, 사실은 뚱뚱한 아이라는 말을 저희는 생소하게 느끼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아이들이 평소에는 그런 생각들을 안 하는군요. 똑같은 친구일 뿐으로 여기고. 달리기 시합 때마다 늘 꼴찌를 도맡아 했다고 하는데, 김기국 학생은 장애가 있는 거죠?

▶ 정희옥 선생님 / 용인 제일초교:

네, 기국이는 연골이 성장하지 않는 장애를 가진, 장애 6급인 학생이에요.
운동회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 어떤 불편이 있는 건가요?

▶ 정희옥 선생님 / 용인 제일초교:

사진에도 보셨지만, 키가 초등학교 2학년 정도밖에 안 되고요, 키가 안 자라니까. 그런데 굉장히 먹성도 좋고 긍정적이고 공부도 참 잘해요.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 이 깜짝 이벤트는 어떻게 시작이 된 건가요?

▶ 정희옥 선생님 / 용인 제일초교:

작년에도 제가 담임을 했었거든요. 그 때도 다른 아이들하고 차이가 굉장히 많이 났는데. 저희 2학기 회장한 친구하고 이야기를 하다가 “그런데 올해도 또 꼴찌하면 그 아이는 어떨까, 마지막 운동회인데”

▷ 한수진/사회자:

초등학교에서 마지막 운동회인데...

▶ 정희옥 선생님 / 용인 제일초교:

네, 그랬더니, 이번에 같이 손잡고 옆에 뛴 재홍이가 “한 번 생각을 해보겠다, 친구들하고 의논을 해 보겠다” 그렇게 하는데. 제가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혹시 기국이가 알면 불편해하고 자연스럽지 않으니까 너희들이 한 번 생각해봐라” 그랬더니. 이 재홍이라는 학생 자체가 올해 처음 같은 반이 되었는데, 기국이를 장애가 있어서 불편함을 덜어준다, 이런 것 보다는 아침에 와서 기국이 늦게 오면 기다려요, 밖에 나가서.

▷ 한수진/사회자:

평소에도 기국이 생각을 많이 했군요?

▶ 정희옥 선생님 / 용인 제일초교:

네, “너는 왜 거기 나가서 기다리니, 가서 공부를 해야지” 그러면. 저는 기국이를 가방을 들어준다든지 이렇게 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뭐라고 하느냐면 “기국이랑 놀려고 기다려요” 라고. 사실 저는 이 기사보다 더. 눈물이 나려고 했었어요... 그 재홍이가 운동회 날 자기가 생각한 걸 아이들 불러서 설득하기 시작한 거죠. 그런데 이 중에 승찬이, 윤섭이, 이 친구들은, 이 친구들뿐만 아니라요. 저희반 아이들이나 옆 반 아이들, 같은 6학년 아이들 누구든지 이 상황에서는 다른 아이들도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아이들이에요. 고민도 했어요... 역효과를 가지면 어떻게 할까. 그런데 기국이가 막 우는 거예요.

▷ 한수진/사회자:

왜 우는지 잘 모르셨군요?

▶ 정희옥 선생님 / 용인 제일초교:

그래서 가서 “기국아 왜 우니?” 그랬더니 기국이 하는 소리가... 아, 지금도 눈물 나려고 그러네요. 기국이가 한다는 이야기가 “고마워서요”라고. 요새 고마워서, 감사해서 눈물을 흘린다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어요?

▷ 한수진/사회자:

친구들에게 너무나 고마웠다는 말이군요. 정말 기국이 옆에서 뛴 친구들 표정도 너무 해맑고요. 또 팔로 눈물 훔치는 기국이 모습도 너무 예뻤습니다. 훈훈한 이야기를 전해주셨습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이번에는 기국군 아버님을 연결해서 말씀 좀 더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김기국 군의 아버지 김대열 씨 전화로 만나보겠습니다, 아버님 안녕하세요?

▶ 김대열 씨 / 학부모:

네, 안녕하세요, 기국이 아빠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버님, 운동회 달리기 시합 장면 직접 보신 거죠?

▶ 김대열 씨 / 학부모:

네, 봤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어떠셨어요?

▶ 김대열 씨 / 학부모:

마음이 짠했죠. 꼴찌로 달리는 아들을, 마음이 그래도 걱정이 됐었는데. 골인 지점에서 아이들이 기다려주니까 너무 고맙고 감사했죠.

▷ 한수진/사회자:

기국이는 많이 울었다면서요?

▶ 김대열 씨 / 학부모:

기국이 뿐만 아니라 그 주변에 있는 친구들, 학부모들, 저희 가족 다 울었죠.

▷ 한수진/사회자:

현장에서 보고 더 아마 그 느낌이 강하게 오셨을 것 같은데요. 그런데 기국이가 몸이 좀 불편하니까, 장애가 있으니까 그냥 달리기 시합 나가지 말아라, 이렇게 말씀하실 법도 한데 그렇게 안 하셨네요?

▶ 김대열 씨 / 학부모:

네, 지금부터 아이가 자기 어떤 그런 부분을 감춘다고 그러면, 나중에 사춘기를 겪거나 이러한 일들을 이겨내지 못할 것 같아서, 또 앞으로의 자기 삶을 스스로 이겨가야 하는데 작은 것 하나에서 포기를 한다고 하면, 그런 걸 이겨내지 못할 것 같더라고요. “떳떳하게 지는 게 처음부터 포기하는 것보다 훨씬 나은 거니까 끝까지 달려라” 그렇게 이야기를 했죠. 아들이 몇 번 “안 달리면 안 되느냐?” 그런 말을 하고, 그럴 때 굉장히 마음이 아팠죠.

▷ 한수진/사회자:

기국이가 이번에는 친구들 마음 씀씀이에 대해서 아주 고마워했을 것 같아요?

▶ 김대열 씨 / 학부모:

그럼요, 갑자기 그렇게 손을 잡아주니까 막 울더라고요. 나중에 “너, 왜 울었어?” 그러니까 “친구들이 그렇게 손을 잡아준 게 너무 고맙고 감사하고 미안하기도 해서 울었다” 라고. 펑펑 울었다고 그러더라고요.

▷ 한수진/사회자:

갑자기 깜짝 이벤트처럼 진행이 돼서 말이죠, 더 놀랍고 고마웠을 것 같은데. 아버님께서 운동회 끝나고 기국이 친구들에게 피자 쏘셨다고요?

▶ 김대열 씨 / 학부모:

네, 기분이 너무 좋아서. 다 내 아들이죠, 아들이 넷씩이나 한꺼번에 생겨서 기분이 얼마나 좋은지 피자를 사주고 그랬죠.

▷ 한수진/사회자:

앞서서 정희옥 담임선생님과도 저희가 인터뷰를 했는데, 기국이 반 친구들이 다 참 착해서 그런 거다, 이런 말씀하시더라고요. 아버님 보시기엔 어떻습니까?

▶ 김대열 씨 / 학부모:

아니 뭐, 아이들뿐만 학교 자체가 그런 인성교육을 잘 시켜주더라고요. 인사도 잘 하고 부모님들한테도 굉장히 잘 하고. 아이들 간에도 이런 작은 부분들까지 세밀하게 교육을 잘 시켜주는 것 같더라고요. 선생님, 정희옥 선생님 같은 경우는 당신이 먼저 그렇게 실천을 하시니까 아이들이 보고 따라하는 것 같아요.

▷ 한수진/사회자:

담임선생님이 평소에도 기국이를 잘 보살펴주셨나 봐요?

▶ 김대열 씨 / 학부모:

기국이 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한테도 똑같이, 그런 편견이나 이런 걸 안 가지고, 제가 보기에는 저분이 선생님인지 친구인지 이모인지 누나인지, 이런 것이 분간이 잘 안 갈 때도 많이 있더라고요. 그렇게 아이들에게 세심하게 배려를 해주더라고요.

▷ 한수진/사회자:

아무래도 학교생활을 하는데 키가 좀 작아서 불편한 점도 많을 것 같은데요?

▶ 김대열 씨 / 학부모:

많죠. 계단을 오르내리고 하는 것, 아니면 화장실에 가는 것, 그런 부분들이 많이 불편하기는 한데, 학교에서 비데도 설치를 해주고, 1층에도 배정을 해주고 그랬었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어떤 부모라고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마음 편히 지낼까 싶긴 하지만, 특히 기국이 부모님께서는 더 그러셨을 것 같아요. 그런데 또 이렇게 졸업을 하게 됐네요. 자, 아버님 좀 쑥스럽겠지만 방송을 통해서 기국이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하시고 싶으신 말씀 한 마디만 해주신다면 어떤 말씀 있으시겠어요?

▶ 김대열 씨 / 학부모:

친구들한테는 아들 같은 그런 새로운 4명의 아이들을 만나서 반갑고. 또 기국이가 늘 포기할까봐 많이 걱정을 했는데 기국이는 끝까지 달려서 좋았고. 또 이렇게 끝까지 달릴 수 있도록 손을 잡아준 4명의 친구에게 고맙다는 말 전해주고. 정희옥 선생님은 평소에도 그런 말씀 제가 드리는데, 선생님은 모든 사람들의 스승이라고, 이런 말씀을 해드리고 싶어요.

▷ 한수진/사회자:

아버님의 마음, 잘 전해질 겁니다. 앞으로도 기국이에게 함께 손을 잡고 같이 나아가주는 친구들 많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 김대열 씨 / 학부모:

네,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참 따뜻한 이야기에요. 아버님께 직접 말씀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한 초등학교 가을 운동회에서 벌어진 이야기, 선생님과 학부모 차례로 연결해서 말씀 들어봤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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