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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우성은 왜 벗었을까…스스로 밝힌 이유있는 노출

[인터뷰] 정우성은 왜 벗었을까…스스로 밝힌 이유있는 노출
정우성은 충무로의 내로라 하는 감독도 배우도 '전설'이라 부르는 몇 안 되는 배우 중 한 명이다. 연기 잘하고, 티켓 파워가 뛰어난 배우에겐 연기파 혹은 흥행 보증 수표 같은 수식어가 붙기 마련이다.

그에게 부여된 '전설'이라는 수식어에는 특별한 뜻을 포함하고 있다. 나이를 더해도 계속해서 따라다니는'청춘의 아이콘'과 같은 화석화된 이미지에 대한 존경을 담고 있는 것이다.

데뷔 20년,  정우성이 스크린에서 속살을 드러냈다. 바로 영화 '마담 뺑덕'(감독 임필성)을 통해서다. 이 작품은 고전 '심청전'을 현대로 옮겨와 한 남자와 그를 사랑한 여자, 그리고 그의 딸 사이를 집요하게 휘감는 사랑과 욕망, 집착의 치정 멜로로 재탄생 시킨 영화.

정우성은 이 작품에서 추문에 휩싸여 소도시로 좌천된 대학교수 '학규' 역을 맡았다. 우울증에 걸린 아내와 어린 딸을 서울에 남겨놓고 내려간 그곳에서 만난 스무 살 처녀 덕이를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배신하는 나쁜 남자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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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의 텍스트'를 '욕망의 텍스트'로 변주한 '마담 뺑덕'은 19금 파격 멜로를 표방한다. 남자와 여자 사이의 사랑 그 너머의 욕망을 영화의 핵심 정서로 가져온 만큼 배우들의 노출 연기는 불가피했다. 사랑의 본질, 욕망의 맨 얼굴을 보여줘야 했던 정우성도 노출을 불사했다.

일반 관객에게는 "정우성이 벗었데!" 정도의 호기심에서 영화에 대한 관심이 출발하겠지만, 정우성은 이번 영화와 캐릭터에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고 그래서 과감하게 속살을 드러낼 수 있었다.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만난 정우성은 "우리 영화의 베드신은 눈요깃감이 아니다. 덕이의 순수한 감정과 학규의 욕망이 충돌하면서 파생되는 위험한 감정을 보여주기 위한 신"이라며 "보는 이로 하여금 '이 신은 어떻게 찍었을까'와 같은 생각이 들지 않고 빨려들 수 있도록 신에 최대한 집중했다"고 말했다.

연기에 몰입한 정우성은 '공사'가 방해막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는 "어느 순간 공사를 떼버리고 싶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경험이 많은 배우들도 신 안에서 감정을 운반할 때 생각이 많아지면 타협을 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컷이 제한되고 화각도 줄어들기 마련이다. 한마디로 타협점이 생긴다. 그러면 그때부터 형식적인 보여주기가 되는데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우리 영화의 베드신은 인물간 감정의 시발점이다. 그래서 베드신을 더 치열하고 과감하게 찍으려 했다. 본질적 감정 외에는 생각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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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20년차의 배우인 자신과 달리 파트너인 이솜은 이제 갓 데뷔한 신인이었다. 신인 여배우가 첫 주연작에서 전라에 가까운 노출을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상대 배우의 부담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정우성은 선배로서 후배를 독려했다.

"촬영장 안에서 어쩔 수 없이 많은눈들이 있지 않나. 신에 온전히 집중하기가 쉬운 환경은 아니다. 신인 여배우인 이솜 양이 촬영을 앞두고 얼마나 마음이 복잡했을지 잘 알고 있었다. 실제로 안정을 찾지 못하고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녀를 보호해주려고 했고, 배려하고 싶었다. 촬영에 앞서 밖으로 데리고 나와 말 없이 손을 잡고 "괜찮아. 깊게 숨 들이쉬어"라고 진정시켜 주었다"

이번 영화를 앞두고 정우성은 주변의 걱정 어린 시선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데뷔 20년간 지켜온 이미지가 이번 영화 한 편으로 무너질 수 있다는 괜한 걱정도 걱정이었다. '학규'라는 캐릭터가 워낙 '몸쓸 놈'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다면 하는 그의 성격을 알기에 출연을 결정하고 난 후에는 믿어줬다고 한다.

"노출 때문에 반대했다기 보다는 캐릭터가 워낙 '몹쓸 놈'에다 '찌질한 놈'이다 보니 그랬던 것 같다. 다행히 임필성 감독과 상의한 끝에 학규의 찌질한 면은 그나마 많이 덜어냈다. 그 결과 캐릭터의 척추가 서며 행동에 조금 더 설득력을 부여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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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학규는 '나쁜 놈'이다. 전반부만 하더라도 순수한 사랑으로 다가온 여자를 농락한 뒤 배신하는 인물로 그려졌다. 정우성은 이 나쁜 남자를 연기가 아닌 것처럼 연기해냈다. '내 머릿속에 지우개'라는 멜로 영화 한편으로 순애보의 아이콘으로도 자리매김했던 그에게 이번 영화는 파격 변신에 가까웠다. '왜 이제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잘 소화해냈다.

"어릴 적부터 좋은 역할, 즉 영화 속 캐릭터로 선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가 컸다. 캐릭터가 잘살고 못살고를 떠나 인간 본연의 선을 지키는 캐릭터를 추구해왔다. '호우시절' 이후 본의 아니게 공백을 갖게 됐고 연기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해보는 계기가 됐다. 그때 '이것저것 다 해보자', '다양한 역할에 도전해봐야지'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최근에 '마담 뺑덕'이라는 시나리오를 만났고, 악을 통해 관객에게 반어적인 교훈을 줄 수 있겠다 싶었다"

'마담 뺑덕'의 욕망의 대가를 이야기하는 영화다. 정우성은 "40대 남자의 욕망이 잘못 발동되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영화다. 사랑의 본질인 순수와 욕망이 모두 나오는 영화이기도 하다"

덕이와 학규의 사랑에 있어 과연 학규의 진심은 과연 얼만큼이었을까. 정우성은 "그것도 사랑이었어"라는 대사를 진심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나이 어린 여자의 순수함, 겁없는 다가옴에 두려웠을 것이다. 자신에게는 가족이 있고, 사회적 지위도 있으니. 처음엔 그녀가 궁금하고 탐닉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엔 덕이의 순수한 마음에 끌렸다. 현실적인 이유로 인해 자신이 가진 아이를 가차 없이 내쳤지만, 상처를 준 것에 대한 막연함과 죄책감을 안고 살았다고 본다. 그래서 덕이를 다시 만났을 때 '어쩌면?'이라는 생각을 하고도 애써 의심하지 않으려 한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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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은 사랑의 정의에 대해 "상대방의 모든 것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렇게 말하고 난 뒤 "제가 말하고도 좀 오글거리네요"라고 웃어 보였다. 불혹을 넘어선 그는 연애와 결혼에 대해서는 예전에도 또 지금도 오픈 마인드라고 했다.

지난해 '감시자들'부터 '신의 한수', '마담 뺑덕' 그리고 곧 개봉할 '나를 잊지 말아요'까지 숨 가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연기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하며 지난 20년간의 활동을 통틀어 가장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마담 뺑덕'이 내 연기 인생이 전환점처럼 여겨지는 분위기인 걸 체감하고 있다. 학규를 통해서 지난 20년간 배우로 체험하고 습득했던 다양한 표현을 한 것으로 생각한다. 나의 노출에 많은 관심이 쏠려있지만, 베드신은 과거 '모텔 선인장'이라는 영화에서도 과감하게 했었다. 그때도 노출에 대해 두려움은 없었다"

정우성은 "배우는 캐릭터라는 옷을 입는다. 그 옷을 잘 소화할 수 있을 때 배우로서의 내 이미지도 두터워지고 강해지는 것"이라며 "캐릭터를 표현할 때 내 기존의 이미지와 결부하면 스스로 갇혀있게 된다. 그 점에서 두려움은 예나 지금이나 없다"며 앞으로의 행보도 관심있게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사진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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