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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인천은 왜 디테일에 약했나?

[취재파일] 인천은 왜 디테일에 약했나?
45억 아시아인의 축제인 인천 아시안게임이 4일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2007년 4월 유치에 성공한 이후 7년 넘게 대회를 준비해온 인천광역시와 인천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직원의 반응은 다양합니다. 예산 부족 등 여러가지 악조건에도 대과없이 대사를 치러냈다는 견해도 있는가 하면 추석 연휴도 반납하고 열정을 불태웠는데 결과가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어떤 국제대회도 완벽할 수 없는데 조그만한 운영상의 실수를 언론이 지나치게 비판했다"며 억울함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김영수 조직위원장을 비롯한 직원들은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습니다. 인천시 공무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스포츠 전문가와 언론의 반응을 종합하면 이번 인천 아시안게임의 운영은 합격점을 주기가 쉽지 않습니다. 열정은 누구보다 높았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첫번째 이유는 '눈높이'의 불일치, 두번째는 '디테일 부족'입니다. 인천 조직위와 인천시가 생각하는 대회 성공의 기준 점수와 우리 국민과 언론의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그것과는 현격한 차이가 났습니다. 이 점에서 인천은 시기적으로 불행했습니다. 2006년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 2010년 중국 광저우 대회는 국가적 지원 속에 엄청난 물량 공세를 자랑했습니다. 20008년 베이징올림픽, 2012년 런던올림픽,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도 대회 운영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인천의 사정은 달랐습니다. 국가의 전폭적 지원도 받을 수 없는 데다 국제대회 개최에 대한 노하우도 부족했습니다. 우리 국민과 언론의 눈높이가 최근 다른 나라에서 열린 국제대회에 맞춰져 있는 가운데 막상 인천 아시안게임 운영 미숙이 드러나니 자연히 분노와 비판이 표출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인천 측은 "여건과 상황이 완전히 다른데 다른 대회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지만 국민들은 인천의 속사정보다는 결국 '결과'만을 놓고 판단했습니다.    

인천 아시안게임이 가장 약했던 부분은 디테일이었습니다. "자원봉사자는 많은데 봉사는 없고, 자동차는 많은데 내가 탈 차는 없고 통역 요원은 많은데 지금 통역할 사람은 없다"는 말이 나돌았습니다. 인적 자원, 물적 자원이 '적시적소' 즉 필요한 그때와 필요한 그곳에 배분되지 못했습니다. 예를 들어 선수들의 수송이 몰릴 피크타임과 그렇지 않을 때를 철저히 미리 파악해 차량 배치를 꼼꼼히 해야 하는데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특정 시기, 특정 장소에서 몇명의 선수가 어디로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사전 연습과 의사 소통도 부족했습니다. 예를 들면 각 경기장에는 그 종목 협회 직원과 조직위에서는 파견된 종목 담당관, 그리고 시와 구에서 나온 지원 요원과 자원봉사자가 함께 일을 하는데 누가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정확히 몰라 업무 효율이 크게 떨어졌다고 합니다. 가능하면 한달 전, 최소한 보름 전에는 각 분야의 사람이 함께 모여 아주 세부적으로 업무 분장을 어떻게 하고 비상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논의했어야 하는데 경기 당일이나 하루 전에야 처음 얼굴을 본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익명을 요구한 조직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 예산이 600억 원 정도 삭감되면서 인건비가 대폭 줄었다. 고급 인력을 쓸 수도 없었고 그나마 훈련과 교육 기간도 크게 줄여야 했다. 이것이 직격탄이 돼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디테일이 약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이유도 있었습니다. 인천 조직위회는 중앙부처 공무원, 인천시에서 파견된 공무원, 대한체육회 파견 직원, 민간 전문가 등 다양한 요원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중앙부처 공무원이 '머리'라면 인천시 공무원은 '손과 발' 역할을 합니다. 대회 운영에 관한 디테일은 이들에게 달려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대회 유치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조직위에서 근무한 인천시 공무원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 2-3년 일하다 다시 인천시로 복귀했습니다. 이렇게 되다 보니 대회 운영에 대한 실무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되지 않았고 후임자에게 제대로 전달되기도 어려웠습니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는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인천 아시안게임은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헌신에도 불구하고 디테일에서 결정적인 약점을 드러냈고 이 때문에 많은 아쉬움을 남긴 채 막을 내릴 수 밖에 없게 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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