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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도롱뇽이 급격하게 작아지는 이유는?

[취재파일] 도롱뇽이 급격하게 작아지는 이유는?
열대지방을 여행하거나 열대지방에서 온 사람들을 보면 왠지 몸이 작아 보인다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실제로 대대로 열대지방에 사는 사람은 온대지방이나 한대지방에 사는 사람에 비해 몸이 작은 경향이 있다. 유전적인 영향일 수도 있지만 주변 기후에 적응한 결과일 수도 있다.

더운 지방에 사는 사람의 몸이 작은 것은 몸의 부피를 줄이는 대신 상대적으로 피부가 차지하는 면적의 비율을 늘려 몸에서 열이 밖으로 잘 빠져 나가도록 변화된 것이고 반대로 추운 지방에 사는 사람의 몸이 큰 것은 몸의 부피 대비 피부가 차지하는 면적의 비율을 줄여 밖으로 빠져 나가는 열을 줄일 수 있도록 변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크고 뚱뚱한 사람이 더위를 많이 타고 마른 사람이 추위를 많이 타는 것은 이런 원리 때문이다.

체온을 늘 일정하게 유지하는 새나 포유동물 같은 항온동물은 같은 종일지라도 추운 지역인 고위도에 살수록 몸이 크고 더운 지역인 저위도에 살수록 대체로 몸이 작다는 이론이 있다. 19세기 독일의 생물학자인 베르그만이 주장한 이른바 ‘베르그만의 법칙(Bergmann's Rule)’이다(Wikipedia). 사람도 물론 예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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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설명 : 베르그만의 법칙 삽화, 자료 : Peter Ommundsen>

그렇다면 위도가 다르지 않고 일정한 지역에서 조상 대대로 오랫동안 살고 있는 가운데 그 지역의 기온이 계속해서 올라간다면 동물 몸의 크기는 어떻게 달라질까?

미국 메릴랜드대학을 비롯한 4개 대학 공동연구팀은 최근 지난 55년 동안 미국 애팔라치아 산맥에 있는 102개 도롱뇽 서식지에서 15종 9,450마리의 성체 도롱뇽의 몸길이를 비교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Caruso et. al., 2014). 연구팀은 최근의 도롱뇽 크기는 서식지에서 직접 채집해 몸의 크기(SVL;코에서 항문까지 길이)를 측정했고 예전 것은 박물관에 있는 표본 등을 이용해 몸의 크기를 측정했다.

측정 결과 15종 가운데 6종의 경우 지난 55년 동안 평균적으로 길이가 8%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 세대에 평균 약 1%씩 몸의 크기가 작아진 것이다. 몸의 크기가 커진 경우는 단 1종에 불과했다. 도롱뇽을 비롯한 양서류의 경우 생존에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몸의 크기다. 몸의 크기가 큰 것이 서식지에서 대장 노릇을 하고 심지어 천적이 다가올 때는 몸을 크게 부풀려 천적을 위협하기도 한다.

그런데 도롱뇽이 이렇게 생존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몸의 크기를 줄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전적인 요인인지 아니면 환경적인 요인인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하지만 연구팀은 몸이 점점 작아지는 도롱뇽이 사는 지역은 지난 55년 동안 온난화의 영향으로 기온이 지속적으로 올라갔고 강수량이 줄어 건조해진 지역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몸집이 줄어든 도롱뇽의 경우 연평균 활동 기간은 변하지 않았지만 호흡과 혈액순환, 소화, 체온 유지 같은 기초 대사에 들어가는 에너지 소비량은 평균적으로 7.1~7.9%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각의 도롱뇽이 흡수한 에너지원 가운데 기본적인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예전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할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흡수하는 영양분이 일정하다면 기본 생명을 유지하는데 들어가는 에너지가 늘어나는 만큼 몸을 불리는데 사용할 수 있는 영양분은 줄어드는 것이다. 연 평균 기온이 지속적으로 올라가고 건조해 질 경우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는데 기본적으로 더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는 만큼 몸은 작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기후변화가 진행될수록 도롱뇽이 먹이를 늘리는 것은 더욱 더 어려워 질 수 있다. 도롱뇽의 먹이가 되는 생물 역시 온난화로 몸집이 작아진다면 예전과 같은 먹이 활동을 하더라도 예전만큼 많은 영양분을 흡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온난화로 인한 영양분 부족 현상은 먹이 사슬을 고려할 경우 먹이 사슬 상에 있는 모든 생물에 적용될 수 있다. 1차 생산자인 플랑크톤부터 몸집이 작아진다면 플랑크톤을 먹고 사는 1차 소비자, 그리고 1차 소비자를 먹고 사는 2차 소비자, 그리고 최종 소비자까지도 예전과 같은 먹이 활동으로는 예전만큼의 충분한 양의 영양분을 흡수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 한 세대가 길어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거나 영향이 나타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최종 소비자인 인간도 예외가 아니다. 결국 다른 모든 조건이 일정하다면 온난화가 진행될수록 전반적으로 동물의 몸집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온난화로 동물의 몸이 작아진다는 연구 결과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 들어 양서류와 어류, 조류, 포유류까지 다양한 동물의 몸의 크기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참고 문헌 참조).

화석 연구에서는 과거 온난화 시기에 실제로 다양한 동물의 몸의 크기가 작아졌다는 연구결과도 있다(Univ. Michigan, 2013). 신생대 제3기 온난화 시기의 화석을 연구한 미국 미시간대학과 뉴햄프셔대학, 캘리포니아공과대학(Caltech) 등 공통 연구팀은 2013년 열린 척추동물 고생물학회에서 말의 오래된 조상으로 알려진 히라코테륨(Hyracotherium)의 몸의 크기가 약 5천5백 만 년 전인 팔라오세-에오세 온난화 시기에는 30%나 작아졌고 2백만 년 뒤인 5천 3백만 년 전에 나타났던 에오세 온난화 시기에도 19%나 작아졌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2차례의 큰 온난화 시기에 동물의 몸이 크게 작아졌던 것이다(아래 그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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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설명 : 현재 말과 말의 조상인 ‘히라코테륨’, 자료 : Danielle Byerly, University of Florida>

온난화로 지구 생태계 모든 생물의 종이 일정하게 같은 비율로 몸이 작아지면 별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작은 동물이 작아진 먹이를 먹으면 현재 이루고 있는 생태계 균형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구온난화의 영향은 세계적으로 모든 종에 대해 균일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어는 곳은 크게 어느 곳은 작게, 또 어떤 생물 종은 크게 어떤 생물 종은 작게, 심지어 어떤 종은 다른 종과 정반대의 영향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영향이 매우 불규칙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균일하지 않게 들쑥날쑥 생태계가 변한다는 것은 현재 이루고 있는 먹이 사슬을 비롯한 생태계 균형이 깨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21세기 지구 생태계에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참고문헌>

* Caruso, N., M. Sears, D. Adams and K. Lips, 2014: Widespread rapid reductions in body size of adult salamanders in response to climate change. Global Change Biology 20, 1751-1759, doi:10.111/gcb.12550.
* Daufresne, M, K. Lengfellner and U. Sommer, 2009: Global warming benefits the small in aquatic ecosystem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06, 12788-12793.
* Gardner. J., A. Peters, M. Kearney, L. Joseph and R. Heinsohn, 2011: Declining body size: a third universal response to warming? Trends in Ecology and Evolution 26, 285-291.
* Kingsolver, J and R. Huey, 2008: Size, temperature, and fitness: three rules. Evolutionary Ecology Research 10, 251-268.
* Sheridan J., and D. Bickford, 2011:Shrinking body size as an ecological response to climate change. Nature Climate Change. doi:101038/nclimate1259.
* University of Michigan, 2013: Global warming led to dwarfism in mammals - twice.
http://www.ns.umich.edu/new/releases/21789-global-warming-led-to-dwarfism-in-mammals-tw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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