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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20초 기록 경신한 수영 천재?

어이없는 착오, 어이없는 레인 배정

24일 오후 아시안게임 수영 자유형 남자 100m 예선 출전 선수 명단을 살펴 보다 상상을 초월하는 수영 천재(?)를 보게 됐습니다. 주인공은 바로 카타르의 16살 소년 달로울 왈리드 라피그로, 출전 명단에 따르면 이 선수의 자유형 100m 기록은 세계 기록보다 20초 가까이 빠른 27초 00이었습니다. 말이 안되는 기록이라 단순한 오타라고 생각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이 선수가 배정된 조와 레인을 보면 말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수영은 출전 선수의 기록을 기준으로 수준이 떨어지는 선수들을 앞 조에 몰아 넣습니다. 그리고 같은 조에서는 기록이 제일 좋은 선수부터 4번->5번->3번->6번->2번... 순으로 레인을 배정하는데 달로울 선수는 가장 뛰어난 선수가 배정받는 마지막 조의 4번 레인에서 뛰도록 되어 있습니다.)

자유형 100m 5

설마하면서 조금 더 찾아봤더니 대회 조직위원회가 이 선수의 자유형 100m와 50m 기준 기록을 착각하고 조와 레인을 배정한 것 같았습니다.(100m - 27초00, 50m - 57초 00) 이와 관련해 SBS 노민상 해설위원과도 얘기를 나눴는데 노 해설위원도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조직위원회가 바보도 아닌만큼 경기 전에는 이를 바로 잡고 레인 배정을 다시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얘기를 듣고 보니 그랬습니다. 누구나 잠깐만 보면 알 수 있는 잘못된 기록을 아시아 최고 대회를 유치하는 조직위에서 끝까지 모르지는 않겠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설마가 실제가 됐습니다.

달로울은 25일 오전 열린 자유형 100m에 마지막 5조, 4번 레인으로 출전했습니다. 그리고 경기 시작과 함께 최하위로 처져 중반 이후에는 중계 화면에 제대로 잡히지도 않는 압도적인(?) 꼴찌를 기록했습니다. 세계 수영 역사상 이렇게 경쟁력이 떨어진 4번 레인 선수는 아마 처음이었을 겁니다. 경기를 마친 뒤 달로울 선수 본인도 허탈해 했습니다.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선수들과 경쟁하면서 조금 더 기록을 끌어올리고 싶었지만 수준이 다른 강자들과 겨루게 되어서 오히려 제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반대로 달로울과 함께 뛴 5조의 다른 선수들은 너무 실력이 떨어지는 선수와 경쟁을 하게 돼 손해를 봤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조직위원회가 기록 확인과 레인 배정에 실수가 있었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을까요? 달로울의 레인 배정은 단순한 실수나 해프닝으로 봐도 큰 문제는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회 기간 내내 줄을 잇고 있는 사고와 실수(성화가 꺼지고 경기장이 정전되고 자원 봉사자에 기한이 지난 도시락 공급...)를 보면 조직위가 45억 아시아인의 축제를 너무 대충 준비하고 운영하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듭니다. 또 4년을 준비한 선수들과 축제를 찾은 손님들에게 개최국 국민으로서 스포츠 관계자로서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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