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정치권에서 인종차별금지법 개정안을 놓고 후폭풍이 거세다.
정부가 논란 끝에 개정안을 백지화하기로 했지만, 집권당 내부에서 비판 여론이 비등하고 일부 야당 의원이 개정안 재추진 방침을 밝히는 등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 성향의 토니 애벗 호주 행정부는 애초 지난해 9월 집권하자마자 인종차별금지법에 규정한 범법 행위의 범위를 대폭 축소하는 쪽으로 법 개정을 추진했으나, 야당과 소수민족 단체 등의 거센 반대에 부딪히자 최근 이를 백지화하기로 했다.
애벗 정부가 개정하려고 했던 조항은 인종차별금지법 제18조 C항으로, 인종주의적 이유로 누군가를 불쾌하게 하거나, 모욕하거나, 굴욕감을 주거나, 위협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애벗 정부는 소위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명분으로 이 조항의 주요 부분을 폐지하거나 대폭 완화하려고 했다.
그러다 소수민족 단체 등의 반발이 뜻밖에 거세자 개정안을 백지화하기로 했으나, 이번에는 집권당 내부에서 들고 일어났다.
집권 자유당의 코리 버나디 상원의원은 "만약 애벗 정부가 인종차별금지법 개정안 백지화 방침을 재고하지 않으면 자유당의 충실한 지지자들에게 더 큰 좌절감을 주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버나디 의원은 정부의 백지화 방침 발표 이후 자유당 지지자들로부터 수백 통의 이메일을 받았다며 "이들은 정부가 아무런 협의도 없이 법 개정안을 백지화한 데 대해 실망감을 표시했으며, 일부는 당 지지 철회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그러면서 자신은 정부의 백지화 방침 발표 이후 의원 개인발의 형식으로 개정안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힌 봅 데이 상원의원의 법안을 지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군소정당인 가족우선당 대표인 데이 의원은 "'표현의 자유'는 반드시 보호받아야 한다"며 이달 말 연방의회가 개원하면 개인발의 형식으로 개정안을 상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종차별금지법 개정에 앞장서온 보수성향 싱크탱크 공공문제연구소(IPA)도 정부의 백지화 방침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존 로스캄 IPA 이사는 "선거공약 파기에 대한 자유당 지지자들의 뜨거운 분노를 과소평가하지 마라"고 경고하면서 정부의 백지화 방침을 비난하는 광고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호주 집권 자유당은 2011년 보수성향 언론인인 앤드루 볼트가 애보리진(호주 원주민)을 비하하는 듯한 칼럼을 썼다가 인종차별금지법 18조 C항에 저촉된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자 법 개정을 추진해왔다.
볼트는 호주의 대표적 보수성향 일간지 디오스트레일리안 기자 출신인 애벗 총리와도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시드니=연합뉴스)
호주서 인종차별금지법 개정안 백지화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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