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석촌지하차도 입구에서 발견된 싱크홀 옆에 차도 바로 밑에서 길이가 80m에 이르는 거대 동공이 또 발견됐습니다.
서울시는 어제(13일) 석촌지하차도 입구 싱크홀의 원인을 조사하던 중 지하차도 중심부에서 폭 5∼8m, 깊이 4∼5m, 연장 80m의 굴을 발견했다고 오늘 밝혔습니다.
굴의 천장은 지하차도 표면에서 약 4∼5m 아래에 있었으며, 발견 당시 천장 부분이 이미 주저앉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에 서울시는 석촌지하차도 양방향 차량 통행을 완전히 중단시킨 상태입니다.
서울시와 싱크홀 전문가 조사단은 현장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이 땅굴과 지난 5일 발견된 폭 2.5m, 깊이 5m, 연장 8m의 싱크홀이 지하철 터널 공사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조사단은 "1차 조사 결과 2건의 지반침하 현상은 지하철 9호선 3단계 건설을 위해 석촌지하차도 하부를 통과하는 쉴드(Shield) 터널 공사가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습니다.
쉴드 공법은 터널 굴착 방법의 하나로 원통형 쉴드(강재)를 회전시켜 흙과 바위를 부수면서 수평으로 굴을 파고들어가는 것을 말합니다.
조사단은 직진하던 쉴드가 공사 중에 멈춰 있었던 지점에서 지반 침하가 크게 일어났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석촌지하차도가 있는 지역은 지하수에 취약한 충적층(모래·자갈)이 두껍게 자리한 곳으로 터널 공사로 인한 지하수 수위의 변동에 따라 침하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조사단은 설명했습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동부도로사업소와 삼성물산 등 시공사들은 연약한 지반에서 쉴드를 쓸 때 어떤 위험이 있을 수 있는지 이미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시공사들은 2012년 10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제출한 지반공법보고서에서 지하수 유출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밝혀 향후 부실 공사와 서울시의 관리 책임 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보입니다.
조사단은 싱크홀이 제2롯데월드 공사 또는 석촌호수 수위 저하와 관련됐을 가능성은 적다고 밝혔습니다.
조사단장인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호수와 현장과의 거리를 감안할 때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어 보인다"면서도 "정밀 조사를 통해 관련 여부를 계속 조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시는 원인이 정확히 규명되고 지반이 안정될 때까지 석촌지하차도 차량 통행을 금지할 예정입니다.
쉴드 공법으로 뚫린 터널(807m)에 대해서는 GPR(지표면 투과 레이더) 탐사로 지반을 조사하고, 과거 쉴드가 멈췄던 위치에 대해 중점 조사할 계획입니다.
시는 이달 말까지 현장 주변 건물에 계측기를 설치해 균열, 경사도, 침하상태를 측정하고 기준을 벗어난 건축물이 발생하면 쉴드 공사를 즉각 중단할 계획입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