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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칼럼] 투자 활성화, 자연 환경 망가뜨리면 의미 없다

[논설위원칼럼] 투자 활성화, 자연 환경 망가뜨리면 의미 없다
정부가 지난 12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가운데 제6차 무역투자 진흥회의를 열고 투자 활성화 대책을 확정했다. 대상 분야는 유망한 서비스 산업 7가지로 보건의료, 관광, 콘텐츠, 교육, 금융, 물류, 소프트웨어다. 정부는 15조원의 투자와 18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흔히 3차 산업이라고 부르는 서비스 산업은 산업 구조의 발전 과정과 특성으로 볼 때 2차 산업인 제조업에 비해 일자리 창출과 투자 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업의 고용 흡수력을 나타내는 '취업계수'를 잣대로 살펴보자. 일정 기간 생산 활동에 참여한 취업자 수를 실질 GDP로 나눈 수치를 말하는데, 보통 산출액 10억 원 어치 생산에 필요한 취업자 수로 나타낸다. 지난 6월26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2011~2012년 산업연관표를 이용한 우리나라 경제구조 분석'을 보면, 2012년 서비스업의 취업계수는 11.7명으로 제조업 2.1명의 5.5배나 됐다. 경기가 활기를 잃고 일자리 못 구해 방황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현실인지라 경제의 활로를 마련해야 할 정부로서 고심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의 정책은 국가 예산의 사용 방향과 한정된 자원 배분을 결정하며, 그 결과 국민의 삶과 국토 환경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 소중한 혈세를 쓰고도 성과가 예상에 미치지 못하거나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빚을 가능성이 높다면?  성장 개발에 치우친 나머지 국토의 자연 자원을 낭비하고 생태계를 훼손할 가능성이 높다면? 밀어붙여선 안 된다. 겸허히 돌아보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 자칫 정책실패를 되풀이하게 되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채 손해와 부담은 또 국민 모두가 뒤집어쓰겠기에 하는 말이다.

다른 분야는 논외로 하고 '관광산업' 정책들만 봐도 그럴 소지가 두드러진다.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카지노와 복합리조트를 설립하고, 남산과 설악산에 케이블카 추가 설치, 한강과 주변 지역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지상파 뉴스에 출연해 ‘한강은 파리의 세느강, 런던 템즈강 이상으로 관광자원화가 가능하다, 한강을 중심으로 먹을 거리, 볼 거리 체험 거리 등의 다양한 관광자원으로 경쟁력을 높이겠다’ 고 말했다. 한강의 야경은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다면서 시민 접근성에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시민, 관광객이 더 많이 모여들어 놀고 즐기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의욕이 엿보인다.

  정부 생각대로라면 서울의 한강은 30년 만에 다시 공사판이 될 상황이다. 한강은 이미 강다운 강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사람은 다 안다.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대회,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당시 전두환 정권은 서울의 한강에 대 수술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강변을 콘크리트로 싸 발라 공원으로 꾸몄고, 남북 강변과 물 위로 자동차 전용도로를 놓았다. 강북강변도로와 올림픽대로가 그것이다. 김포와 고양 사이 한강 하류에 역시 콘크리트 보를 막아 물을 가뒀다. 호수처럼 그득 물이 들어찬 한강에는 유람선을 띄웠다. ‘강물에 유람선이 떠 있고~’ 노랫말이 들어간 ‘아 대한민국’이 끊임없이 방송 전파를 타고 울려 퍼졌다.

당시 한강 유람선 운영권을 따낸 사람이 침몰 참사를 빚은 세월호 실소유주 유병언 씨다. 한강은 군사정권 선전 홍보 수단이거나 야심 가진 기업인의 사업 무대였다. 한강에는 그 뒤에도 끊임없이 돈이 들어가 특히 오세훈 시장 시절에는 콘크리트 바닥에 흙을 깔고 꽃을 심고, 반포대교에 조명분수를 설치했는가 하면 바지선 위에 유리건물을 지어 띄워놓고 ‘세빛둥둥섬’이라고 이름 붙였다. 식당과 공연장으로 쓰겠다던 인공 섬은 먼지만 뽀얀 ‘세금 둥둥 섬’으로 떠 있다. 경인운하를 통해 중국까지 크루즈 선을 띄우겠다는 ‘서해뱃길사업’을 내세워 멀쩡한 양화대교 교각을 부수고 간격을 넓히는 데 5백억 원 가까이 들어갔다. 한강의 생태성을 도외시한 에너지와 예산 낭비 전시행정이라는 오명을 달고 실패한 정책 사례로 남아있다. 1조원이 들어간 ‘한강르네상스’사업의 결말이다.

관광은 본디 훼손되지 않았거나 덜 훼손된 자연을 대상으로 함이 기본이다. 관광도 사업이고, 기업이 중심이 되어 투자액을 일찍 회수하려 할 것이기 때문에 자칫 과도한 개발과 영업으로 관광의 대상인 자연을 훼손하고 파괴할 개연성이 높다. 세계적으로 관광 산업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자연과 지역 사회, 문화를 망가뜨려왔기에 유엔 세계관광기구(UNWTO),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세계관광협회(TIES) 같은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일찍이 바람직하고 대안이 되는 관광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관광(Sustainable Tourism)'을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관광을 추구하되 현 세대뿐 아니라 미래 세대도 배려하고, 경제적 편익만 추구할 것이 아니라 환경, 문화, 생태적 가치도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녹색관광(Green Tourism)' 도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원칙이다. 기후변화 시대에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경제성장과 환경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의미다. ‘친환경 개발’을 내세우지만, 색깔이나 무늬만 녹색인 이른 바 ‘그린워싱(green washing)' 겉치레는 안 된다. 정부의 관광 분야 투자 활성화 대책 가운데 남산과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더 놓겠다거나, 산지에 관광특구를 만들겠다는 방안도 들어있다. 시민환경진영에서는 ’4대강 삽질을 산에서 할 거냐‘며 비판하고 나섰다.

경관이 아름답고 생태계가 우수한 우리의 산을 지금 우리 세대의 즐길 거리와 일자리를 위해 손을 대는 것이 합당한지, 대안은 없는지, 정부는 깊이 헤아리고 신중하게 임해야 한다. 한번 망가뜨리면 원상을 되찾기 어려운 게 자연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가 벌인 22조원 짜리 ’4대강 사업‘에서 교훈을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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