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앞에 무릎 꿇지 않겠다."
유럽연합(EU) 차기 집행위원장에 도전하는 유럽의회 최대 정파 유럽국민당그룹(EPP)의 장-클로드 융커 후보가 자신을 반대하는 영국을 겨냥해 일전을 불사할 뜻을 밝혔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공개적으로 주도하는 반대운동에 굴하지 않고 유럽의회 최대 정파 대표로서 EU 집행위원장 직을 차지하겠다는 정면 돌파 의지를 과시해 EU 안의 불협화음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융커 후보는 전날 브뤼셀에서 EPP 그룹 당료들과 만나 자신에 대한 거부론에 강한 반감을 드러내 갈등 확산을 예고했다.
그는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여기서 굴복하는 것은 옳지 않다. 영국 앞에서는 무릎을 꿇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그는 "영국 신문 취재진이 집에 몰려와 진을 치고, 이웃에게 가족 얘기를 캐묻고 다니며 괴롭히고 있다"며 "진흙탕 공세가 심해질 것에 대비해야 한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융커 후보는 자신을 집행위원장 후보로 추대한 EPP가 유럽의회 선거에서 승리했는데도 회원국 정상들이 자신을 무시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대부분의 EU 정상들이 차기 집행위원장 선출에 이견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모든 가능한 협상 노력을 통해 위원장 직을 차지하겠다"고 밝혔다.
EU 정상들이 캐머런 총리 등의 반발을 의식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 의회 내 연합세력을 규합해 반격에 나설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는 중도보수 성향의 유럽의회 최대 정파인 EPP가 제2 정파인 사회당그룹(PES)과 제휴하면 전체 751석 중 400석을 확보하게 되는 점을 들어 사회당 및 자유민주당 그룹 등과의 연대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융커 후보가 의회의 지지를 무기로 활용하면 집행위원장 선출 문제로 정상회의와 의회 사이의 주도권 다툼이 벌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집행위원장 선출은 EU 정상 간 합의로 이뤄지는 게 관례지만 2009년 12월 발효된 리스본조약은 유럽의회 선거 결과를 집행위원장 선출에 반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EPP에 소속된 독일 기민당(CDU)을 이끄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4일 밤 브뤼셀 영국대사관에서 캐머런 총리를 따로 만나 집행위원장 선출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총리는 이날 새벽 1시까지 대화를 나눴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켈 총리는 융커 후보의 EU 집행위원장 지명을 둘러싼 영국과의 갈등이 커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영국 총리실은 이와 관련 "진솔하고 건설적인 대화가 오갔다"고만 밝혔다.
룩셈부르크 총리와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협의체) 의장 등을 역임한 융커 후보는 EU 통합과 확대에 적극적인 견해를 보이며 유로화 도입에도 주도적 역할을 한 인물이다.
그는 자신이 대표로 있는 EPP가 지난달 유럽의회 선거에서 최대 정파 지위를 유지해 영국의 반발에도 차기 집행위원장으로 선출될 가능성은 여전히 유력하다.
영국은 융커 후보가 EU 개혁에 적합하지 않은 구시대적 인물이라며 집행위원장 선출에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캐머런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은 유럽의회에서 보수개혁 노선의 소수파에 불과해 지지세력 규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오는 9~10일 스웨덴에서 융커 후보를 반대하는 영국, 네덜란드, 스웨덴 정상들과 만나 이견 좁히기에 나설 예정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융커 후보의 대안으로 천거설이 돌았던 것과 관련 이런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부인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지금은 IMF 총재직이 더 중요하다"며 "아직은 이 일을 해야만 하고 성공적으로 마쳐야 한다"고 밝혔다.
일부 언론은 앞서 메르켈 총리가 융커 후보의 대안으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에게 라가르드 총재를 천거했다가 부정적인 답변을 들었다고 보도했으나 독일 정부는 이를 부인했다.
EU 정상들은 계속 물밑 접촉을 벌여 내달 26∼27일 열리는 정례 EU 정상회의에서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의 후임 지명자를 발표한다.
(런던=연합뉴스)
EU, 새 집행위원장 선출 놓고 '불협화음'
최대정파 융커 후보 "영국 반대에 굴복 않겠다"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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