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0일) 부산 지방경찰청에서 브리핑한 초등학교 5학년 11살 A양의 아동학대 사건은 흐린 날씨 만큼 우울한 내용이었습니다. 내용인 즉 A양이 자신을 양육하던 계부와 계모에게 여러 차례 맞았고 아침밥도 굶는 등 학대를 당해 왔다는 겁니다.
계부는 이 아동이 거짓말을 하고 자신을 험담한다는 이유로 죽이겠다고 목을 조르고 아파트 베란다에서 창밖으로 던지려 하고 발로 차는 등 2012년부터 최근까지 11차례 (아동이 정확하게 기억하는 횟수 기준) 폭행하는 등 상습 학대해 왔다는 겁니다. 계모도 아침밥을 굶기는 등 방임하고 폭행을 하여 학대했다는 게 경찰 측 설명입니다.
그러데 의문이 생겼습니다. 이 아이에게 친부모는 없는지? 왜 계부와 계모에 의해 양육됐는지? 그 이유가 궁금 했습니다. A양은 부모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2004년 첫 돌이 지난 뒤 어머니가 가정불화로 집을 나간 뒤 홀아버지 아래에서 자라왔습니다. 그러다 2년 뒤인 2006년 아버지가 재혼하면서 새어머니가 생겼습니다. 그러나 행복했던 순간도 잠시, 친아버지가 지병인 암으로 2008년 세상을 떠났습니다. 계모는 아이 아빠가 죽고 나자 친어머니에게 연락해 아이의 양육문제를 의논했습니다.
하지만 친모는 이미 다른 가정을 꾸리고 있고 아이까지 낳아 친권과 양육권을 모두 포기하겠다며 대신 키워달라며 부탁했습니다. 친아버지 쪽 친지들에게도 연락을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계모는 슬하에 자식이 없었기 때문에 자신이 키우기로 했습니다. 나름 애정을 가지고 키웠다고 합니다. 매달 나오는 기초생활수급비 75만원과 간간히 나가는 식당일로 힘겹게 애를 키우면서 우울증을 앓기도 했습니다.
계모는 4년간 이 아이를 키우다가 2012년 54살 김 모씨와 동거를 시작했습니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지만 사실혼 관계를 유지해 아이에게 새로운 아버지가 생긴 셈 입니다. 하지만 아이에게 불행이 시작됐습니다. 김씨 역시 아무런 직업 없이 매달 나오는 기초생활수급비 60만원으로 생활하는 처지였고 평소 알콜 중독으로 주벽이 심하고 성격이 난폭해 이웃에게 지탄받는 처지였습니다.
취기가 오를 때면 아이를 괴롭히기 시작했습니다. 술 심부름을 하지 않는다며 어린 아이를 발로 차고, 얼굴을 때리는 가정 폭력이 일상적으로 일어났습니다. 심지어 한 때 잘 챙겨주던 계모로 부터도 폭행당했습니다. 아이가 한참 발육기였지만 끼니를 제대로 챙겨 주지 않는가 하면 실수로 그릇을 깼다는 이유로 눈을 꼬집고 머리를 잡아 당기며 방문에 부딪히게 하는 등 학대행위를 했습니다.
이 사건은 학교 담임교사에 의해 알려지게 됐습니다. 지난해 까지만 해도 저소득층 자녀를 대상으로 학교에서 아침 식사를 제공해 왔는데 올해부터는 이 급식제도가 없어지면서 저소득층 학생들을 대상으로 상담하는 과정에서 밝혀졌습니다. 담임교사는 이 학생에게 “아침은 먹고 오니” 하고 질문을 하니 “아니요 우리 엄마가 밥을 차려주지 않는다”고 대답해 알려지게 됐습니다. 계모는 “밥을 차려주지 않은 것이 아니라 저녁에 밥을 차려놓았는데 밥을 안 먹고 간 것 뿐”이라고 경찰조사에서 밝혔습니다.
경찰은 계부 김씨를 구속하고 계모는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A양은 지역의 한 쉼터에서 보호받고 있습니다. 담임교사의 주선으로 지역 아동보호센터에서 심리치료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민호 부산경찰청 여성청소년과 팀장은 "계모인 김씨 역시 A군이 원한다면 계속 키우겠다는 입장이지만 동거남인 김씨를 두둔하는 모습도 보여 다시 한 가정을 꾸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취재파일] 계부·계모에 학대받은 11살 소녀의 기구한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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