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 결과를 두고 일부 혼란이 발생할 수 있고 결과를 해석하는데도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고 정확도를 끌어올리는 방법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확률예보는 일단 예전의 단정적인 예보에 비해서 과학적으로는 진보하는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애당초 불가능 했던 단정적인 예보, 아니 과학적인 면에서 비정상적이었던 것을 정상으로 되돌려 놓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과학적인 면에서 본다는 장기 확률 예보는 사람들의 생각을 한 차원 넓혀주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잘 모르는 미래에는 늘 불확실한 면이 있고 이 같은 불확실성은 각각의 경우에 대해 확률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을 가르쳐주고 있다. 사실 실생활에서 많은 사람들이 불확실한 미래는 확률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미 삶의 많은 부분에서 확률을 이용하고 있다.
주식 투자를 생각해보자. 주식 투자를 할 때 어떤 사람은 특정 주식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이른바 몰빵을 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여러 종목에 분산 투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몰빵은 대박이 날수도 있지만 쪽박이 날수도 있다. 여러 종목에 투자하면 이익이 분산될 수 있지만 위험도 분산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올 여름 평년보다 덥다’와 같은 단정적인 예보는 어찌 보면 몰빵 예보라 할 수 있다. 이에 비해서 새로 시작되는 ‘올 여름 평년보다 더울 확률 60%, 비슷할 확률 10%, 시원할 확률 30%’ 와 같은 예보는 분산 투자와 같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확률예보는 정부기관을 비롯한 각종 기관, 유통이나 마케팅, 생산 공장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위험 요소를 고려해 탄력적으로 최선의 정책을 결정하는데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기상청이 제시한 한 예를 보자. 여름철 평균기온 확률 예보에 따른 농작물 품종을 선택하는 경우다.(기온에 따른 수확량 자료는 정확하게 산출한 것으로 가정하고 단순하게 계산)
고온일 경우 상대적으로 수확량이 많은 품종 A와 저온일 경우 상대적으로 수확량이 많은 품종 C, 그리고 그 중간인 품종 B가 있을 때 기온의 확률 예보에 따라 품종이 어떻게 결정될 수 있는지 보자.
품종 A : 40x0.5+100x0.3+110x0.2 = 72 (kg/a)
품종 B : 50x0.5+100x0.3+100x0.2 = 75 (kg/a)
품종 C : 60x0.5+ 80x0.3+100x0.2 = 74 (kg/a)
기온의 확률을 적용해 계산한 결과 품종 B의 생산량이 가장 많게 나온다. 위와 같은 여름 기온 전망이 나오면 품종 B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함을 보여준다. 지금까지의 단정적인 장기 예보에서는 전혀 생각할 수 없었던 부분이다.
기상청은 장기 예측의 불확실성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정확도를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서 이른바 ‘앙상블 예보’를 실시한다고 한다. 초기 조건을 조금씩 다르게하면서 여러 개의 예측을 수행해 보고 또 예측하는 도구인 모형(model)을 여러 개 이용해 결과를 생산한 뒤 이 모든 결과를 종합해 불확실성을 최대한 제거하고 나름 최고로 가능성이 높은 정보를 만들어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상청이 생산하는 1개월, 3개월 장기예보는 국민 모두를 위한 예보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상청의 예보는 확률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나 조직, 정책결정자, 확률적인 정보가 필요한 특정 기관이나 업체만을 위한 예보가 아니다. 기상청의 예보가 일반 국민을 소외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기상청의 예보를 이용하는 일반 국민이 기상청이 생산하는 예보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거나 혼란스러워 한다면 기상청은 이용자를 탓하기 전에 정보를 제공하는 자신들이 준비 과정에서 빠뜨렸던 점은 없었는지 먼저 살펴야 한다. 한발 제대로 나가기 위해서는 늘 고민과 대책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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