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침몰 사고로 교육부가 수학여행을 전면 보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각 시·도 교육청도 현장체험학습 등을 자제하라고 지시한 가운데 수학여행을 눈앞에 둔 일선 학교들이 위약금 문제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구의 A 고등학교는 오는 21일부터 3박 4일간 일본 오사카나 제주도로 떠나기로 한 수학여행 일정을 18일 잠정 연기했다.
이 학교에서는 당초 2학년생 230여명이 1인당 약 60만원을 들여 오사카로, 270여명은 30여만원씩을 내고 제주로도 떠나기로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세월호가 침몰돼 학생들의 단체여행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학교 측은 학부모와 논의를 거친 뒤 여행 3일을 앞두고 일정을 연기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수학여행을 전면 취소할 경우 약 6천만원의 위약금이 발생하지만 연기할 경우 항공권 위약금 1천900여만원만 부담하면 되기 때문에 연기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이 학교 교감은 "일단 연기하는 걸로 해뒀지만 학부모나 교육부 등의 요구로 아예 취소하는 쪽으로 결정 나면 6천만원의 위약금을 누가 부담할지 골치 아프게 된다"며 "설령 연기한다더라도 약 1년 전에 예약한 항공권을 아무 때나 구하게 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B 고등학교는 다음 달 20일 학생 220여명이 오사카로 수학여행을 가기로 예정된 가운데 이를 취소하는 방안을 조심스레 검토 중이다.
이 학교도 수천만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위약금 문제를 가장 큰 부담으로 여기고 있고 변동 가능성이 생길지 모를 학사운영에 대해서도 고민스러워하고 있다.
이 학교 교감은 "학교가 위약금을 감당할 수 있을지 검토해보겠지만 우선 학부모들의 의사가 중요하므로 다음 주 중 학부모 전체회의를 소집해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내달 14일부터 17일까지 중국, 일본 등지로 330여명의 학생이 수학여행을 떠나는 C 고등학교는 현재 분위기를 조심스레 지켜보고 있다.
이 학교 관계자는 "교육당국이 수학여행을 취소하라는 공문을 내린 적이 없기 때문에 아직 취소나 연기를 결정한 바는 없다"며 "일단 교육청에서 현황을 알려달라고 해 일정 보고만 해둔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전체 경비가 3억원 가까이 되는데 1년 전부터 준비해온 여행을 취소하면 위약금은 누가 물어주는 거냐"면서 "1인당 80만~100만원이 드는 여행이라 위약금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걱정스러워했다.
(대구=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