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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의 마지막 말 "친구야 오지마, 위험해"

동창의 마지막 말 "친구야 오지마, 위험해"
"친구야 오지마. 여긴 위험해."

전남 진도 해역 여객선 침몰 사고에서 숨진 백평권(60)씨가 기울어지는 배 안에서 마지막으로 초교 동창 이중재(60)씨에게 남긴 말이다.

백씨는 지난 16일 인천 용유초교 동창 16명과 환갑 기념으로 제주도 여행을 떠났다가 변을 당했다.

건강이 좋지 않아 평소 나들이를 꺼렸지만 절친한 동창들과의 여행이기에 기꺼이 집을 나섰다.

며찰간 기상 악화로 배가 뜨지 않아 제주도행 비행기표까지 예약한 상황이었지만 배가 다시 출항한다는 소식에 백씨는 동창들과 함께 세월호에 올랐다.

18일 백씨의 부인 이화순(52)씨는 "남편은 지난 3월 초순께 인하대병원에서 심근경색 진단과 수술을 받고 건강을 되찾았다"며 "사고 당일인 16일 오전 8시 50분께 아들로부터 '아버지와 전화통화했다'는 소식이 남편의 마지막이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백씨는 사고 당시 기울어진 여객선 3층에서 초교 동창 이씨와 함께 탈출구를 찾고 있었다.

이씨는 배가 계속 기울어 복도에서 몸을 가눌 수 없는 상황이 되자 탈출구 찾기를 포기하고 백씨에게 가려다가 극적으로 구조됐다.

이씨는 "배에서 나갈 길이 없어 멀찌감치 있는 친구에게 가려고 했는데 백씨로부터 '오지 마. 여긴 탈출구가 없어. 위험해'라는 말을 들었다"며 "다가갈 틈도 없이 물이 차올랐으며 부력으로 몸이 4층으로 튕겨져 나와 겨우 구조됐다"고 당시의 위급한 상황을 말했다.

이어 "이렇게 살아있는 것조차 친구(백씨)와 (실종된) 동창들에게 미안한 따름"이라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백씨는 인천시 중구 용유동에서 25년간 식당을 운영하며 어려운 이웃을 돕거나 기부를 해온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인천 용유초교 28회 동창회 회장직을 맡고 있으며 슬하에 2남 1녀를 두고 있다.

백씨의 시신은 이날 오전 10시 40분께 인천시 중구 인하대병원에 안치됐다.

한편 백씨를 포함해 세월호에서 변을 당한 인천 용유초교 동창생 17명 가운데 7명은 구조됐으며 나머지 9명은 실종상태다.

(인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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