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우크라이나 위기 사태 해결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4자 국제회담이 17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다.
우크라이나, 러시아, 유럽연합(EU), 미국 등 우크라이나 사태 이해 당사국들이 모두 참석해 크림의 러시아 병합 이후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분리주의 시위 확산으로 한층 악화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위기 사태의 돌파구를 모색한다.
이번 회담은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이해 당사국들이 처음으로 머리를 맞대고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책을 찾는다는 점에서 이의가 있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당장 위기를 극복할 만한 뚜렷한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서방 간의 입장 차가 너무 커 이를 좁히기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선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 원인에 대해 양 진영은 너무나 큰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부터 크림을 빼앗은 데 만족하지 않고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까지 수중에 넣겠다는 야심에서 이 지역의 분리주의 움직임을 계획적으로 부추기고 있는 것이 사태 악화의 근본 원인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약 4만 명의 중무장한 병력을 주둔시키는 것도 이 같은 목표를 이루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한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또 러시아가 실제로 민심 교란 임무를 수행하는 정보요원들과 특수부대원들을 동남부 지역에 침투시켜 '제2의 크림 시나리오'를 재현하려는 공작을 벌이고 있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이달 들어 확산한 동남부 지역 친러시아계 주민들의 분리주의 시위와 관청 점거 등이 모두 러시아의 배후 조종에 따른 것이란 확신을 갖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의 시각은 전혀 다르다.
지난 2월 말 집권한 친서방 성향 신정부가 친러시아 성향 동남부 지역 주민들의 정치·경제적 권리 보장 요구와 안전에 대한 우려 표시 등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것이 크림의 분리·독립을 초래했고 뒤이어 동남부 지역의 분리주의 시위도 촉발시켰다는 것이 러시아 정부의 주장이다.
평화적 시위를 통해 표출돼온 동남부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는커녕 이를 무시하고 오히려 경찰과 서부 지역에 기반을 둔 극우민족주의 세력을 동원해 시위대를 진압하려 한 것이 반발을 키웠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위기의 원인에 대한 견해가 다른 만큼 해결책에 대한 생각도 다를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러시아가 서둘러 국경 지역에 배치한 병력과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파견한 특수요원들을 철수시키고 우크라이나의 정국 안정화를 위한 현지 정부의 노력을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크림 반환 문제는 시간을 갖고 풀어가더라도 러시아가 더이상 동부 지역의 분리주의 움직임을 부추기지 말고 우크라이나가 영토 통합성을 유지하면서 국가 발전 노선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우크라이나 과도 정부의 합법성을 인정하고 5월 말로 예정된 조기 대선이 순조롭게 치러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유럽연합(EU) 및 옛 소련권 경제통합체와 어떻게 협력할지를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국가 분열을 막고 정국을 안정시키려면 지역색이 크게 다른 동남부와 중서부 지역의 자치권을 최대한 인정하는 연방제를 채택하고 서방과 옛 소련권 어느 정치·군사 동맹체에도 참여하지 않는 비동맹 지위를 선언한 뒤 이를 헌법에 명시하는 개헌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동남부 지역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러시아어를 우크라이나어와 함께 제2의 공식어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빼놓지 않고 있다.
이러한 개혁 조치를 취한 뒤에 총선과 대선을 통해 전 지역의 이해를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합법 의회와 정부를 구성하는 정치 일정을 밟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위기의 원인과 해법에 대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서방이 서로 크게 다른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갈등 악화와 무력 충돌 등의 사태 전개가 누구에게도 이익이 될 수 없다는 데는 다같이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제네바 회동에서 무력 충돌 방지와 긴장 완화를 위한 최소한의 합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작지 않아 보인다.
일단 우크라이나 정부가 동남부 지역 시위대에 대한 무력 진압 작전을 중단하고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의 병력을 상당 정도 철수하는 등의 상호 양보 조치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다.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 정국 안정을 위한 범국민 대화 개시와 이를 뒷받침할 국제 지원 그룹 구성 등이 합의될 수도 있다.
일촉즉발의 위기 수준으로 치달은 긴장의 수위를 낮춘 상태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에 착수할 수 있는 틀을 구축하는 정도의 합의다.
이 정도의 합의에도 도달하지 못하고 서로의 주장과 요구가 평행선을 달리다 회담이 끝나는 경우 향후 사태는 오히려 걷잡을 수 없이 더 악화할 수 있다.
동부지역 주민들의 시위가 더 격화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정부군의 진압 작전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희생자가 늘어날 경우 양측의 대립이 내전으로 치달을 공산이 크다.
내전 사태가 뒤이어 러시아의 군사개입과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면전으로 번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우크라 사태 논의' 제네바 4자회담 성과낼까
위기 원인·해법 견해차 너무 커 뚜렷한 합의는 기대 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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