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 인도 사회를 뒤흔들었던 '버스 성폭행' 사건을 계기로 이번 총선에서 성폭력과 여성의 권리문제가 주요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성폭력에 대한 유권자들의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주요 정당들도 저마다 관련 공약을 내놓는 등 이에 부응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미국 CNN방송이 9일 소개했다.
'세계 최대' 규모로 치러지는 이번 인도 총선의 전체 유권자 8억1천400만여명 가운데 여성은 49%를 차지한다.
여성 유권자만 4억명에 달하는 것이다.
지난주 공개된 현지 기관의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유권자 90% 이상이 '여성에 대한 폭력 퇴치'를 우선적 과제로 꼽았다고 CNN은 전했다.
이는 부패 퇴치에 이어 우선순위에서 2위를 차지했다.
또 조사에 응한 유권자 75%가 여성의 권리 고취를 위해 이제까지 정치권이 제시한 공약들을 불충분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의 주요 정당들도 각기 성폭력·성평등 관련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중앙·지역 의회 의석 3분의 1을 여성으로 채우는 '여성할당법안' 이행과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신속처리'(fast-track) 재판 강화 등이 공통분모를 이뤘다.
여성인 소냐 간디 총재가 이끄는 여당 국민회의당은 모든 경찰서 인력의 25% 이상을 여성으로 배치하겠다고 공약했다.
여론조사에서 우세를 보이고 있는 제1야당 인도국민당(BJP)도 여성 안전을 '중점' 과제로 공언하면서 투표 첫날 여성공약을 발표했다.
반부패 신당 아마드미당(AAP)의 아르빈드 케지리왈 총재도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어 여성의 안전은 "최우선·최대 이슈"라고 역설했다.
인도에서는 2012년 12월 여대생이 심야버스를 탔다가 남성 6명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하고서 후유증으로 숨지는 사건이 일어나 거센 사회적 논란을 불렀다.
전국 각지에서 시민들이 대책을 요구하며 거리시위를 벌이는 등 이 사건은 성폭력에 관대했던 인도 사회의 분위기를 바꾸는 '전환점'이 됐다.
그러나 아직 정치권에서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는 데는 부족함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인도 연방하원의 여성의원 비율은 11%로 세계 평균 21%에 비하면 절반 정도다.
정부의 태도에 불만족한 여성운동 단체와 비정부기구(NGO), 언론계, 학계 등은 '우머니페스토'(여성과 매니페스토를 합친 말)라는 이름으로 여성 권리를 위한 '6대 역점과제'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 운동에 참여한 카루나 넌디 변호사는 "공약 남발은 언제나 있었다"며 "이번 선거에서 여성의 권리를 다루는 정당이 많아졌지만, 여전히 임시방편식 접근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4억 女유권자 잡아라" 인도 총선 성폭력 이슈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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