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들 "한·일 여전히 살얼음…후속조치 필요"
미국 워싱턴의 동북아 문제 전문가들은 29일(현지시간)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일 양국 정상이 회동한 것은 상징적 의미가 있지만 한·일관계는 여전히 불안해보인다고 진단했다.
특히 일본 아베 정권이 보다 분명한 후속조치를 취하고 한국도 이에 호응하는 자세를 보여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다음 달 순방이 한·일관계의 의미있는 돌파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워싱턴 싱크탱크 소속 동북아 전문가 9명은 이날 한·미·일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평가를 묻는 연합뉴스의 질의에 이 같은 답변의 기조를 내놨다.
앨런 롬버그 스팀슨센터 석좌연구원은 "한·미·일 정상회담은 한·일관계 개선의 계기점을 마련했지만 앞으로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어내기 위한 추가조치들이 필요하다"며 "특히 오바마 대통령의 다음 달 한·일 순방이 양국관계의 더 큰 기회가 되려면 한·일 양국이 후속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롬버그 연구원은 이어 "분명히 아베 신조 총리는 고노·무라야마 담화를 준수하는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으며 박근혜 대통령도 긍정적으로 호응해야 한다"며 "기적을 기대해서는 안되지만 희망의 순간을 맞고 있다"고 강조했다.
의회조사국(CFR) 출신의 동북아전문가인 래리 닉쉬 박사는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한·일관계가 의제로 오르지 않았으며 북한 논의조차 매우 제한적이었다"고 평가하고 "아베 총리가 기존 고노·무라야마 담화 계승을 재확인한 것은 긍정적 진전이지만 고노담화의 작성경위를 검증하겠다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의 발언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닉쉬 박사는 이어 "만일 스가 장관이 조사를 통해 군대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과 관련 증거들을 반박한다면 아베가 아무리 준수하겠다고 해도 고노담화는 약화될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로버트 매닝 애틀란틱 카운슬 선임연구원은 "한·미·일 정상회담의 결과를 과대평가하고 싶지 않지만 한·일관계의 추가적 악화를 막는 중요한 첫 걸음"이라며 "아베 총리가 박근혜 대통령이 제기하는 우려들을 계속 시정해나간다면 한·일관계는 긍정적 궤도로 돌아설 것"이라고 평가했다.
매닝 연구원은 "미사일 발사를 비롯한 북한의 도발행위와 체제의 잠재적 불안정성으로 인한 안보위협은 한·미·일 3국의 긴밀한 조율과 협력을 요구한다"며 "북한과 동북아 안보이슈에 대해 3국이 계속 협상해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이번 정상회담으로 한·일간에 형성된 '얼음'이 깨졌다고 기대하지 않지만 양국이 안보위협에 초점을 맞추는 첫걸음이 됐다"고 풀이하고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은 한국과 일본에 후속조치를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아베 총리는 반복적이고 공개적이며 절대적으로 과거 사과를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데 이어 수정주의적 발언과 거리를 두고 다시는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한다"며 "한국도 근시안적으로 과거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이슈들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같은 재단의 앤서니 김 연구원은 "두 정상이 서로 마주 앉았다는 것 자체는 매우 긍정적이지만 양국관계가 활성화되고 재정립될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켄트 콜더 존스홉킨스대 동아시아 연구센터 소장은 "이번 회담에서 북한 핵문제 등 비핵화 이슈를 다룬 것은 적절했고 앞으로 한·일, 또 한·미·일 3자관계 개선을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콜더 소장은 "한·일간의 과거사 갈등 문제가 직접적이고 단기적으로 해결되는 것을 기대하지 않고 있으나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추가적인 도발적 행동을 막는 간접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니 글레이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한·미·일 정상회담의 의제인 북한 비핵화에 대한 공통의 이해가 관계개선을 끌어내는 자극제를 제공할 것"이라며 "앞으로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더 많은 조치들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글레이저 연구원은 "고노담화를 재확약한 일본 아베 정권은 군대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더 많은 조치들을 할 수 있다"며 "상호 신뢰는 한단계씩 쌓여갈 수 있으며 한국은 일본의 선의에 화답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더글러스 팔 카네기평화재단 부회장은 "한·일 양국은 역내 권력이동이 이뤄지는 현시점에서 안보이슈 해결에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며 "과거사 이슈와 안보이슈를 분리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연구원은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다음 달 순방에 앞서 분위기를 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한일관계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하는데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동맹이슈들에 초점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핵 6자회담 재개 전망에 대해서는 북한의 태도 불변을 이유로 대체로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글레이저 선임연구원은 ""6자회담 당사국들이 회담재개를 위한 여건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북한이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충분한 진전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며 "회담 전망이 낙관적이지 않다"고 관측했다.
팔 부회장은 "중국과 한국이 북한과 다시 협상하는 방안을 찾고 있고 미국과 일본은 이를 방해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앞으로 협상 의제와 형식에 대해 일정한 모색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이 물러서지 않는 상황이어서 전망이 밝지 않다"고 지적했다.
닉쉬 박사는 "어떤 형태의 협상도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철회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북한은 지금 노동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하려고 하고 있고 이란과 핵 및 미사일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북한은 지금까지 미국의 비핵화 요구를 거부해왔고 '우리의 핵억지를 초라한 경제원조와 바꿔보려는 환상은 바보들이나 하는 것'이라고 비판해왔다"며 "특히 2·29 합의 붕괴 이후 미국은 북한과 대화하는 것을 더욱 경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모든 6자회담 당사국들이 회담 재개 가능성에 대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6자회담 재개의 열쇠는 북한이 얼마나 기존의 비핵화 약속을 인정하고 사전조치를 이행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매닝 연구원은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결자해지'라는 말이 있는데, 북한은 기존의 비핵화 합의에 충실해야 하고 최소한 핵과 미사일 실험에 대한 모라토리엄을 해야 한다"며 "한·미·일 3국이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을 통해 집단적 목소리를 내다면 중국이 북한의 사전조치 이행을 지지할 수 있도록 설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