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수진/사회자:
김연아 선수의 열애소식, 굉장한 화제가 되고 있죠. 축하한다, 행복했으면 좋겠다, 분위기는 대체로 훈훈했는데요. 한편으로는 사생활 침해라는 논란도 일고 있습니다. 이번 열애설을 단독 보도한 매체가 6개월 동안 김연아 선수의 일상을 거의 24시간 동안 취재했다고 밝히면서 ‘스토커 저널리즘이다’ 이런 비판도 제기가 되고 있는데요. 대중들의 알 권리 과연 어디까지일까요. 관련해서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와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법학부 교수 / 홍성수 숙명여대: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교수님도 김연아 선수 팬이신가요?
▶ 법학부 교수 / 홍성수 숙명여대:
네, 물론 저도 좋아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웃음) 그렇죠. 우리 국민들 중에서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런데 김연아 선수 열애소식 알려지고 처음엔 분위기가 훈훈했는데 말이죠. 요즘에는 비판적인 글들도 많이 올라오고 있어요. 특히 교수님께서도 개인 SNS에 비판적인 글을 올리셨던데요. 뭐가 문제라고 보시는 건가요?
▶ 법학부 교수 / 홍성수 숙명여대:
저는 기본적으로 이런 사건 보도들이 우리 사회의 프라이버시 보호 범위를 전반적으로 위축시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프라이버시 문제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자기 정보를 자기가 통제할 수 있느냐의 여부이거든요. 이번 사건을 보면 김연아 선수 자신이, 자신의 사진이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보도가 되었고. 물론 프라이버시 같은 경우도 공익적 목적에 부합될 경우에는 일부 제한이 될 수 있습니다만, 이번 보도에서는 과연 어떤 공익성이 있었을까. 단순히 궁금하다는 호기심, 이런 것들을 충족시키는 것만으로는 우리가 보도 가치가 있을 만큼의 공익성이 있다, 이렇게 볼 수 없다면, 이번 열애설 보도 그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생각을 해봤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공익적인 목적이 있다면 사생활의 보호 범위도 달라질 수 있지만, 이번 같은 경우는 전혀 그렇지 않다, 이렇게 보셨다는 거고요?
▶ 법학부 교수 / 홍성수 숙명여대:
네, 일단 거기에 의심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단순한 호기심의 문제다?
▶ 법학부 교수 / 홍성수 숙명여대:
그것 말고 어떤 공익적 목적이 있을까. 그 부분에 대해서 저는 아직 그럴듯한 설명을 못 들어본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요 유명인의 경우에 어느 정도 사생활 침해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이런 이야기도 있어요. 해당 언론사도 “공인의 위치이기 때문에 열애설과 같은 사생활 관련 보도 감수해야 한다” 이런 공식적인 입장 내놓은 바 있거든요. 어떻게 보세요?
▶ 법학부 교수 / 홍성수 숙명여대:
보통 어떤 분들은 그게 대중의 알 권리다, 설명하시는 분도 있는 것 같은데요. 알 권리라고 하는 것은 어떤 사상과 정보에 대해서 그것을 자유롭게 취득하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 거거든요. 권리에는 항상 의무가 수반되는 겁니다. 예를 들면 저 같은 경우는 국민이니까 제가 낸 세금이 어떻게 집행되는지 알아야 할 권리가 있는 것이고, 그래서 저는 정부에 대해서 세금 집행 내역을 알려 달라, 요구할 권리가 생기는 것이고요. 정부는 거기에 대응해서 세금에 대한 정보를 내어줄 의무가 있는 겁니다.
그런데 유명인의 사생활에 대해서 대중들이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면, 그 유명인들이 자신의 사생활에 대해서 알려줄 의무가 결부가 되어 있다는 말인데, 이것은 누가 생각해도 이치에는 안 맞는 것이고요. 권리와 의무, 이런 개념 쌍이 적용될 수 없는 영역이라면 이것을 알 권리다, 이렇게 표현되기는 조금 어려운 부분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 한수진/사회자:
교수님, 프랑스에서도 올랑드 대통령의 밀애설을 터뜨린 언론도 있지 않습니까. 이런 경우는 어떻게 보세요?
▶ 법학부 교수 / 홍성수 숙명여대:
조금 다를 수 있는데. 공인의 범위를 다르게 볼 수도 있을 것이고. 또 대통령의 사생활이라고 할지라도 그 사생활이 공직업무 수행이랑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느냐, 없느냐, 그런 것에 따라서 다르게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김연아 선수 같은 경우는 기본적으로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것이 적용되기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공인의 범주도 늘 논란이잖아요. 공인에 대한 개념을 어떻게 보고 어디까지 공개해도 되느냐, 이것이 관건이 되는데. 교수님이 보시기에 우리나라에서 인정하는 공인의 개념은 어디까지 인가요?
▶ 법학부 교수 / 홍성수 숙명여대:
사전적인 의미의 공인은, 공적인 업무를 취급하는 사람만을 뜻합니다. 제가 여기서 꼭 사전적인 의미를 고집해야 된다고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지는 않고요. 일반적으로 공인이라고 하면 유명한 사람들을 통칭하는 말로 쓰이는 것 같고, 그렇게 본다면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도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공인은 아니지만 일종의 공인이다, 이렇게 일상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아무리 그렇게 본다고 하더라도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공인하고,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 같은 그냥 유명한 사람의 사생활 보호 범위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고요. 아무래도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는 사생활 보호 범위가 공직자들 보다는 조금 더 강력해야 되는 것 아닌가.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게 아니니까요.
다만 연예인 같은 경우는 이런 문제가 있습니다. 연예인들은 사생활이 일부 노출됨에 따라서 그에 따라 얻는 이득도 있거든요. 그러니까 일반인과 똑같이 대우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니냐, 하는 지적은 저는 어느 정도는 타당하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저 같은 사람이 해외 출국 할 때 사진이 찍혀서 보도가 된다면 이건 사생활 침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연예인들이 해외 공연을 나갈 때 공항에서 사진이 찍히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런 경우는 사생활 침해가 된다고 보기가 어렵고. 실제로 연예인들은 그 정도는 예상을 하고 이른바 공항 패션을 차려입고 나온다거나 이런 부분들이 사실 있거든요. 그런 것 까지 다 사생활 침해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번 건과 같이 공개를 원치 않는 연애나 데이트 하는 것, 이런 것 까지 노출되는 것에 따라서 이득을 얻으니까 보도될 수 있는 것 아니냐,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저는 좀 과도한 게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 한수진/사회자:
해당 언론에서 나름의 보도 원칙을 가지고 있다고 상당히 강조하고 있던데요. “집안은 찍지 않는다, 공공장소에 해당하는 야외에서만 찍는다, 불륜은 찍지 않는다, 미성년자 아이돌은 찍지 않는다.” 이런 것들인데요. 나름대로의 이런 기준이 이런 취재에 대해서 논리적인 변명이 될 수 있는 건가요?
▶ 법학부 교수 / 홍성수 숙명여대:
일단 어떤 기준을 가지고 하려는 것 자체는 저는 좋은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언론으로서의 책임과 윤리, 이런 것들을 지키려고 하는 노력이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봅니다만, 여전히 조금 비판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집안을 찍지 않는다, 이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죠. 왜냐하면 집안을 잘못 찍었다가는 범죄가 되거든요. 그걸 안 하겠다고 하는 것은 대단한 기준이 된다고 보기는 좀 어려울 것 같고요.
▷ 한수진/사회자:
이건 바로 법적인 처벌을 받을 수 있는 거군요?
▶ 법학부 교수 / 홍성수 숙명여대:
네. 그래서 그건 뭐 중요한 부분은 아닌 것 같고. 공공장소에 해당하는 야외에서만 찍는다, 이건 뭐 나름대로 타당한 기준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도 문제가 있는데요. 예를 들면 얼마 전에 모 걸그룹 멤버들이 대낮에 커피도 마시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장면도 똑같은 언론사에서 사진을 찍어서 보도가 된 적이 있거든요. 이 부분도 물론 공공장소이고, 아마 당사자들도 어느 정도는 최소한 일반인들이 자신들을 알아보거나 또는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거다, 이렇게 예상은 했을 거라고 봅니다. 그리고 그 멤버 두 사람이 친하다는 것도 이미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거든요. 그런데 그걸 찍어서 보도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문제될 소지가 적겠죠.
그런데 김연아 선수의 이번 사진들을 보면 공공장소라고는 하지만, 남들의 눈에 띄고 싶지 않은 장면에 가까운 것 같거든요. 옷차림도 전혀 그런 것을 예상하지 못 한 것 같고. 연애 사실 자체도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았던 그런 사실이었고요. 공공장소냐, 아니냐의 문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보도 당하는 당사자 스스로가 그 보도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느냐, 또는 남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스러운 장면이냐, 아니면 누구에게 드러나도 어쩔 수 없는 장면이라고 생각했느냐, 이런 것들이 중요한 것이지 공공장소냐, 아니냐, 이것은 저는 중요한 기준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교수님, 지금 김연아 선수 측이 이번 보도 관련해서 법적 대응을 시사했거든요. 각종 추측성 기사도 나오고 있고 짜깁기 동영상 같은 허위 사실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대해서 대응하겠다고 했는데. 지금 유명인 사생활 침해에 관련해 법적 다툼이 이루어진다면 대체로 어떻게 결론이 나고 있나요?
▶ 법학부 교수 / 홍성수 숙명여대:
어떤 부분을 문제 삼느냐에 따라 다를 것 같습니다. 처음에 보도되었던 사진 자체를 가지고 대응을 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동영상도 유포가 되고 있다고 저도 들었는데 그 부분을 특별히 문제 삼는 것인지, 아니면 보도 자료에 나오는 것처럼 사실과 다른 추측성 추가 보도가 뭐가 있다던데 그런 것을 문제 삼겠다는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아서 지금 단계에서는 어떤 결론이 날지 섣불리 예측하는 것은 좀 어려울 것 같고요.
저는 법적인 결론 이전에 한국 사회가 프라이버시 문제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이냐. 굳이 법정에 가서 문제를 가리지 않더라도 사회적 합의라던가 보도 윤리를 통해서 기준점을 잡아가는 노력들, 이런 것들이 좀 더 중요한 부분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여기까지 말씀 듣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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