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닦고 나면 또 바닷물이 밀려와 돌에 기름이 묻어나요. 젊은 저도 힘든데 지역민들은 얼마나 힘드시겠어요."
지난 5일 오후 전남 여수시 신덕동 신덕마을.
기름 유출 사고로 인한 피해 현장에서 봉사에 나선 박승범(35)씨는 바닷가 곳곳의 바위와 자갈에 달라붙은 기름을 닦아내는 작업을 "태산에 흙을 한 줌 한 좀 옮기는 일"에 비유했다.
박씨를 비롯한 한국토지주택공사 광주전남지역본부 직원 42명과 전국 각지에서 온 자원봉사자들은 이날 오후 피해 현장을 찾아 분주한 손길로 기름을 닦았다.
여수시와 GS칼텍스에서 제공한 방제복과 마스크 등을 착용했지만, 땅을 파면 한 움큼씩 괴어 있는 기름과 조수에 흘러들어오는 기름띠로 인해 일부 봉사자는 이따금 구토나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자원봉사자들은 추위와 냄새 속에서도 썰물 때가 지나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방제작업을 많이 하려고 묵묵히 허리를 숙이고 헝겊으로 시커먼 기름때를 닦아냈다.
보성 의용소방대 소속 이용자(60·여)씨는 "집에 앉아서는 실감하지 못했는데 실제로 와보니 마음이 너무 아프고 막막하다"며 "한 기관의 실수로 수십만명이 고생하고 있다. 서로 자기 분야에서 조심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지난 4일 250여명의 여수 국가산업단지 근로자들과 봉사활동을 한 송주석 여수 산단 환경협의회 지원처장은 "태안 사고 때도 현장에 갔는데 눈앞에 펼쳐진 바다가 시커멓게 보여 안타까웠다"며 "안전에 최선을 다하며 근무하고 있지만 불미스럽게 사고가 났다. 앞으로 모든 업체들이 환경 및 안전에 만전을 기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방제복이나 마스크 없이 초기부터 계속 작업을 하다 보니 두통과 구토, 설사 증세로 병원 치료를 받는 사람이 많은 상황에서 각 봉사단체와 업체들의 지원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신덕마을 주민 조현관(50)씨는 "마을에 정치인들이 많이 다녀갔는데 선거철이 되니 얼굴을 보이는 것 같았다. 매일 기름때 묻은 현장에서 만나는 자원봉사자들, 군인, 경찰이 훨씬 고맙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한편 여수시는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매일 1천여명 이상의 자원봉사자들이 해안가에서 방제활동에 참여한 덕분에 상당한 진척을 보임에 따라 관계 기관 협의를 통해 6일부터 자원봉사자 투입을 제한하고 지역민과 여수시, 해양경찰서, GS칼텍스 등이 합동해 방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여수시는 투입 제한 방침을 모르고 이날 오전 현장을 찾은 자원봉사자 60여명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자원봉사자 신청을 받아 비교적 안전한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하도록 조치했다.
물품 후원은 여수시청(☎1899-2012) 자원봉사센터나 신덕동 신덕마을 현장본부를 통해 가능하다.
여수시의 한 관계자는 "해상 방제가 상당 부분 진행됐고 오염 장소도 한정적이라 오늘부터 자원봉사 신청을 제한하기로 했다"며 "신속한 방제를 위해 발벗고 나서주신 자원봉사자들과 주민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여수=연합뉴스)
"기름 묻은 돌 닦고 또 닦고…태산에 흙 쌓듯"
여수 기름 유출 피해 현장 봉사자들 '구슬땀'<br>방제 진척에 6일부터 자원봉사 투입 제한…여수시 "자원봉사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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