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보신각 종소리 해마다 듣는 소리라서 잘 못 느끼실지 모르겠지만 다른 나라 종과는 느낌이 사뭇 다릅니다. 우리 종이 들려주는 소리의 예술에는 선조들의 지혜가 숨어 있습니다.
박세용 기자입니다.
<기자>
보신각종은 1953년부터 60년째 새해 시작을 알려왔습니다.
중국 종과 비교하면 소리의 특징이 또렷합니다. 중국 종은 소리가 가라앉지만, 우리 범종은 조금만 기다리면, 마치 사람이 우는 듯 소리가 죽었다 되살아나기를 1분 넘게 반복합니다.
사람의 맥박을 닮은 이른바 '맥놀이 현상'입니다.
이런 소리를 내려면 우선, 종을 치는 부분인 당좌를 밑에서 3분의 1쯤에 만들어야 합니다.
[원광식/보신각종 제작자 (중요무형문화재) : 당좌가 떨어지면 밑으로 가라앉는 소리밖에 안 나와요. 이게 내가 만든 게 아니고 성덕대왕 신종(에밀레종) 때 우리 선조들이 여기에 맞춘 겁니다.]
또 표면의 무늬가 종의 좌우를 비대칭으로 만들어 맥놀이를 극대화합니다.
고무줄에 찰흙을 붙여 비대칭으로 만든 뒤 튕겨보면, 진동이 거의 없어졌다가 다시 나타나는 원리입니다.
[김양한/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 : 비대칭이 잘 되면 맥놀이 현상이 일어나는 주파수를 굉장히 여러 개 만들 수 있어요. 맥놀이 현상이 일어나면 소리가 멀리 가요.]
그래서 보신각종 소리는 조선 시대에 반경 3km의 사대문 안을 가득 채울 수 있었습니다.
은은한 소리가 오래가도록 종 밑에 울림통을 파놓은 것도 선조들의 지혜입니다.
(영상취재 : 김현상·이재영·조창현, 영상편집 : 최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