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력 일간지 시카고 트리뷴이 탈북자 신동혁 씨가 북한을 방문 중인 미 프로농구 스타 출신 데니스 로드먼에게 띄운 공개서한을 대서특필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트리뷴은 신문 27면의 절반 이상을 할애해 "미스터 로드먼, 당신 친구에게 이야기하세요"라는 제목으로 신씨의 편지 전문을 게재했습니다.
신 씨는 앞서 재방북을 앞둔 로드먼에게 북한의 독재 실상에 관심을 가져달라며 워싱턴포스트에 이 글을 기고했었습니다.
트리뷴은 북한 김정은 제1비서가 지난 4월 인민군 고위급들과 함께 한 사진을 상단 5단에 걸쳐 싣고 김 비서가 지난주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했다는 설명을 붙였습니다.
그 아래에는 평양에 도착한 로드먼의 사진을 게재하고 로드먼은 북한 방문 기간에 정치나 인권 문제에 대해 언급 않겠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주민 삶의 실상을 고려해달라'는 부제가 붙은 이 편지글에서 신 씨는 로드먼에게 당신을 전혀 몰랐다가 지난 2월 방북 소식을 듣고 알게 됐다며 친구가 된 독재자 김정은과 세 번째 만남을 갖게 될 것으로 안다고 운을 뗐습니다.
신 씨는 자신이 1982년 평남 개천의 산악지대에 있는 정치범 수용소 '14호 관리소'에서 태어나 핍박받는 노예처럼 비인간적인 삶을 살다 2005년 탈북했다는 사실을 소개했습니다.
이어 북한은 김일성으로부터 시작해 50여 년 동안 정권에 위협이 되는 인물을 발본색원해 벌주고 굶기고 죽을 때까지 일을 시키기 위해 이런 강제수용소를 운영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신 씨는 스마트폰 위성사진을 통해 14호 관리소와 다른 네 곳의 정치범 수용소를 볼 수 있다며 지금도 그곳에서 사람들이 굶고 있고 일부는 맞고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곧 공개처형 당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김정은은 북한 실상을 고발하는 자신을 인간쓰레기로 칭하면서 아마 정치범 수용소 존재 자체를 부인할 것이지만 그러면 전화기에 나오는 사진을 보여주라고 신 씨는 제안했습니다.
신씨는 로드먼에게 미국인으로서 어디든 갈 수 있고 호화 파티를 즐기는 것도 당신 권리이지만 독재자 김정은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그와 그의 가족이 어떤 일을 했고 또 어떤 일을 계속 하려는지도 한번 생각해봐 달라고 말했습니다.
또 김정은이 북한 주민들의 울부짖음을 들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편지를 쓴다면서 김정은과의 우정, 함께 있는 시간을 이용해 김정은이 정치범 수용소를 폐쇄하고 기아에 허덕이는 주민들을 살려낼 경제 재건을 추진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신 씨는 독재가 영원히 지속할 수 없고 언젠가는 북한 주민도 자유를 누릴 날이 찾아올 것이라며 로드먼에게 당신이 북한의 변화에 작게나마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끝을 맺었습니다.
트리뷴은 기사 말미에 신 씨를 탈북 인권운동가로 소개하면서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서 태어나 서방세계로 탈출한 유일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