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노래자랑'(감독 이종필) 개봉을 앞두고 류현경은 '인터뷰 보이콧'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언론사와 기획사간 소통 불화로 빚어진 이 논란은 기사화까지 되면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때문에 인터뷰 자리에서 다소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상상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류현경은 전보다 더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기자를 맞이했다. 물론 마인드 컨트롤이 쉽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만큼 류현경은 단단해져 있었다. 성격도 연기도.
"저 괜찮아요. 오히려 인터뷰 하러 오신 기자분들이 제 눈치를 보는 것 같아 죄송하네요"
류현경은 인터뷰를 나누는 내내 모든 근심과 걱정을 잊은 듯 영화 이야기에 집중했다. 방송인 이경규가 세 번째 제작에 나선 영화 '전국노래자랑'에서 류현경은 전에 없던 변신을 했다. 데뷔 이래 처음으로 유부녀 역할을 맡아 생활 연기를 보여준 것이다.
"시나리오를 받을 당시 드라마 두 편을 연달아 하면서 심적으로 많이 지쳐있었어요. 드라마를 끝낸 뒤 어학연수를 갈까 생각하고 있던 시기에 이 영화를 만났어요. 지방에 가서 연기에만 집중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김해 올 로케이션이었던 '전국노래자랑'은 저에게 딱이었죠. 또 제 고향이 마산인데, 간만에 경남 사투리를 쓸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었고요"
이번 영화에서 류현경은 미용실을 운영하면서 실질적 가장 역할을 하는 억척주부 '미애'로 분했다. 사랑을 쫓아 가수 지망생인 '봉남'과 결혼했지만, 경제력과 같은 현실적 문제에 부딪히며 갈등과 화해를 반복하는 모습을 실감 나게 연기해냈다.
"예쁘게 꾸미고 나오는 것은 아니었지만, 상관 없었어요. 캐릭터에 얼마나 동화되느냐가 중요했는데 촬영을 하면 할수록 '미애'에 가까워졌던 것 같아요. 내 안에서 미애의 모습을 잘 끄집어낼 수 있었던 건 김해라는 공간도 큰 도움이 됐어요. 그곳에는 미애와 같은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거든요.
이 작품을 통해 10여 년 전 호흡을 맞췄던 김인권과도 재회했다. 류현경은 "늘 오빠와는 다시 한 번 더 연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현장에서 만났는데 예상했던 것처럼 말하지 않아도 죽이 척척 맞더라고요. 최고의 파트너였죠"라며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영화에 대한 자랑도 끝이 없었다. 류현경은 "우리 영화는 4쌍의 스토리가 나오는데 어떤 이야기도 허투루 지나가는 것이 없어요. 감독님의 역량이라고 생각하는데 배우 각각의 매력을 잘 살려주셨어요. 누구 한 명만 튄다고 좋은 영화가 아니란 걸 제대로 보여주신거죠"라고 작품에 대한 만족감을 표했다.
제작자 이경규의 영화에 대한 열정에도 존경의 마음을 드러냈다.
"배우와 스태프들은 이경규 대표님이 얼마나 이 영화를 오랫동안 준비하신 지 아니까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대표님은 행여나 우리 촬영에 방해될까 봐 현장도 거의 오시지 않고 뒤에서만 물심양면 뒷바라지 하셨고요. 그 마음이 느껴지니까 촬영도 또 홍보도 알아서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정말 영화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신 분이세요"
류현경이 배우가 된 것은 우연에 가까운 일이었다. 어린 시절 서태지와 아이들의 열혈팬이었던 류현경은 TV를 보면서 '연예인이 되면 함께 방송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엄마를 졸라 연기학원에 등록했고, 추석 특집 드라마 '곰탕'에서 김혜수 아역을 맡으며 데뷔하게 됐다.
그러나 연기에 대한 열정이 생긴 것은 성인이 되고 난 후였다. 류현경은 "대학에서 연출을 전공했는데 연극도 하고, 단편 영화도 만들면서 영화에 대한 애착이 생기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라며 "그러나 배우 류현경의 눈을 뜨게 해준 것은 '신기전'(2008)이었어요. '연기가 이렇게 매력적인 거구나', '평생 배우하면서 살아야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류현경은 최근 몇 년간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연기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지난해엔 영화 '두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 '전국노래자랑', 드라마 '맛있는 인생'과 '도룡뇽도사와 그림자 조작단'까지 총 4편의 작품을 하면서 쉼없는 활동을 이어왔다.
'전국노래자랑' 촬영 전까지는 '휴식'에 대한 욕구가 강했던 반면, 작품을 끝낸 지금은 '활동'에 대한 의지가 뚜렷하다. 이유는 작품을 하는 것도 휴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란다.
"뭔가를 하면서 중간 중간 잘 쉬는 편인 것 같아요. 지금은 좀 더 열정을 쏟을때가 아닌가 싶어요. 이번 영화를 하면서도 '연기가 재밌다', '더 많이 하고 싶다'는 욕구가 강렬했어요. 조만간 새로운 작품으로 찾아뵐게요"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사진=김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