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3' 스크린의 독과점을 지적한 기사에 대한 한 네티즌의 댓글이다. 맞다. 지난해 한국 영화가 3개월에 한 번씩 천만 신화를 쓸 때도 스크린 편중은 심했다. '도둑들'과 '광해, 왕이 된 남자'도 스크린800~1,000개가 량을 점령, 대박 흥행을 위한 시장 환경을 조성한 끝에 1,200만 관객을 동원했다. 그러니 '아이언맨3'가 국내 극장(전체 2,400여 개 가량)의 절반 이상인 1,300여 개의 스크린을 차지하고 있다고 독과점 운운하는 것도 새삼스럽다는 말이다.
관객의 입장에서는 한국 영화든, 미국 영화든 중요치 않다. 그저 재미있는 영화를 볼 뿐이다. '아이언맨3'의 행보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것은 영화계 종사자과 언론 뿐이라는 비아냥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럼에도 '아이언맨3'의 스크린 독점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비단 한국 영화계의 침체 때문만은 아니다. 국내 관객의 선택권 확보 차원에서다.
지난해 영화 '남영동 1985'의 개봉을 앞두고 만난 정지영 감독은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당시 한국 영화의 유례없는 호황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한 나라의 영화 점유율이 50%가 넘는다는 것도 문제고, 한 편의 영화가 전체 스크린의 50%를 점령하는 것도 문제다. 관객으로 하여금 다양한 영화를 볼 권리를 뺏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미국 관객들은 불행하다"고 비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아이언맨3'이 국내 스크린을 점령하고 있는 이상 한국 관객은 행복하지 못하다. '아이언맨3'가 아닌 다른 영화를 보고 싶어도 우리나라 복합상영관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아이언맨3'는 지난달 25일 개봉과 동시에 전국 1,228개의 스크린을 점령했다. 첫주 주말에는 1,380개로 늘어났다. 그 결과 '아이언맨'은 개봉 12일 만에 전국 6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는 비영어권 국가에서 1위, 아시아 전체 1위의 흥행 성적이었다. '아이언맨3'가 왜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개봉한지를 명백히 보여주는 결과다.
영화평론가 전찬일 씨는 "지난 2008년 '괴물'이 1,300만 흥행 기록을 세울 때도 스크린 독과점 논란은 있었다. 그러나 그때 '괴물'이 차지한 스크린 수는 고작 600여 개였다. 지금의 '아이언맨3'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수치"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영화만 보자는 것이 아니다. 한 영화가 스크린을 독식하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다른 영화들은 설 자리를 잃을 수 밖에 없다"면서 "한 영화가 전체 스크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경우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극장 측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는 입장이다. 극장을 소유한 CJ E&M과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자사가 투자, 배급한 영화인 '고령화가족'과 '전국노래자랑'을 '아이언맨3'과 맞붙이는 상황에서도 스크린을 많이 뺄 수 없는 데는 시장 논리가 작용한다. 잘 되는 영화, 관객의 호응이 높은 영화에 스크린을 내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위기를 기회로 삼자는 의견도 있다. 지난 2월과 3월 '7번방의 선물'의 1,200만, '베를린'의 700만', '신세계'의 500만 흥행 이후, 한국 영화는 주춤했다. 2월 82.9%로 사상 최고의 점유율을 기록했다가 4월에는 39.8%까지 떨어졌다. 한국 영화의 점유율 하락은 3~4월이 개학과 개강이 이뤄지고, 봄나들이 관광객이 증가하는 비수기 탓이었다.
그러나 4월 말 '아이언맨3'가 개봉하면서 위축된 극장가에 활기가 돌았다. 할리우드의 위력적인 블록버스터 한편이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이는데 이바지했고, 결과적으로 비수기 극장가의 파이를 키웠다는 것이다.
오는 9일 '고령화가족'의 개봉을 앞둔 있는 송해성 감독 역시 "'아이언맨3'의 흥행세가 무섭긴 하지만, 극장의 파이를 키웠다는 점에서는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고 긍정적인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한국 영화들은 '아이언맨3'의 흥행 돌풍에 일단은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한국판 '미녀삼총사'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조선미녀삼총사'와 빅뱅의 탑 주연의 '동창생' 등 일부 한국 영화들은 개봉일을 하반기로 미루거나, 개봉일 잡는데 눈치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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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