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꽃’은 사희의 첫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2003년 춘향선발대회로 연예계에 데뷔한 지 10년. 영화와 드라마에서 인상적인 조연 연기를 펼치며 달려온 사희에게 ‘가시꽃’은 그녀의 연기 인생에서 대기만성의 시작과도 같은 의미를 가진 작품이다.
“첫 주연인 만큼 의욕도 크고 부담감도 있어요. 내가 잘해야 드라마가 잘된다라는 일종의 책임감이죠. 매 촬영마다 힘들 때도 있지만 이것도 행복한 비명이라고 생각해요. 감독님과 미팅을 했을 때 시놉시스를 읽고 정말 꼭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이었거든요.”
사희는 많은 여배우들이 탐내는 표독한 악녀 강지민이라는 역을 맡았다. 재벌가 딸로 누구보다 완벽하지만 늘 친구 전세미(장신영 분)을 질투했고, 결국 친구에 누명을 씌운 채 비극에 빠뜨리는 역할이다. 첫 주연작에서의 악역, 힘들진 않을까.
“처음에는 못되기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하다보니까 악역이라는 게 점점 힘든 것 같아요. 어느순간부터 저도 사람인지라 감성에 빠지게 되면 악역을 하기 힘들어져요. 한번은 세미와 싸우는 씬이었는데 대본을 읽다가 울컥했어요. 대본을 차마 읽지 못하고 펑펑 울어버렸어요.”
그런 치열한 노력 때문이었을까. ‘가시꽃’에서 사희는 악역 연기를 성공적으로 해내며 호평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그녀의 연기를 보고 “어휴, 저 못된 것”이라며 욕하는 주부 시청자들도 늘어났다고 하니 사희의 숨은 노력이 헛되진 않았나보다.
“주위에서 ‘쟨 실제로도 저런 애일 것 같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럴 때 정말 감사하죠. 여기에 안주하면 안되고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지민이라는 역할은 소유욕이 원체 강한데 그걸 얻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악행도 서슴지 않는 것이거든요. 지민이라는 역할이 좀 더 공감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게 제 역할인 것 같아요.”
배우 장신영과는 극중에서 앙숙관계지만 실제로는 절친한 친구사이다. 춘향이 선발대회 선후배 출신인 만큼 두 사람이 금세 가까워졌다.
“신영이는 처음에 저와 가까워질지 몰랐대요. 제가 워낙 깍쟁이 같이 보여서 그런가 봐요. 실제 성격은 털털 그 자체거든요. 신영이도 워낙 털털하고 성격이 좋아서 함께 수다 떨다가 친해졌어요. 둘이 촬영 끝나고 맥주 한잔씩 하면서 더 친해진 것 같아요.”
사희가 데뷔한 지 10년이 흘렀다. ‘사희’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면서 그동안 대표작이 없어서 연기를 계속 해야 할지 말지 고민한 적도 숱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잡아준 건 데뷔이후부터 쭉 함께 해온 매니저다. 사희는 그런 매니저에게 고마움을 털어놨다.
“20대 초반에는 이 일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생각이 많았어요. 우울증도 왔고 슬럼프가 왔어요. 사실 일 안하면 배우는 반 백수 상태잖아요. 그럴 때마다 한결같이 매니저였던 지금의 대표님이 많이 잡아주셨어요. 주위에 좋은 분들이 응원해준 게 큰 힘이 됐죠.”
사희는 연기에 대한 욕심이 많다. ‘결혼’에 대한 질문에도 “지금 제가 그런 거 할 때가 아니죠. 전 무조건 연기예요.”라고 말할 정도로 연기에 대해 목말라 있는 상태.
“악역을 통해서 좋은 평가를 얻었지만 제 배우 이미지는 잡혀 있는 게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어요. 앞으로 로맨틱 코미디나 액션 등 그동안 안 해본 것들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영화, 드라마 등 좋은 작품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사진=김현철 기자 khc21@sbs.co.kr)
kykang@sbs.co.kr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강경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