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각 통신사들이 무제한 LTE 요금제를 내놓기도 했지만 LTE 데이터 요금을 줄이기 위한 소비자들의 고민도 그만큼 깊습니다. 그런 취지를 반영해 국내 한 통신사가 내놓은 요금제가 바로 안심차단요금제입니다. 사전에 정해진 일정량의 데이터를 다 쓰게 되면 통신사가 자동으로 데이터 사용을 중단시켜 줍니다. 나도 모르게 데이터를 많이 쓰는 동영상을 받아보다가 데이터 폭탄 요금을 내게 되는 상황은 피하게 해준다는 취지죠. 이런 취지에는 분명히 긍정적이 면이 있어서 데이터를 많이 쓰는 소비자나 자녀의 스마트폰에 이 요금제를 적용하시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하지만 취재를 해보니 정해진 데이터를 다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통신사에서 일방적으로 인터넷 사용을 차단시킨다는 소비자 불만이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개인사업가인 이 모 씨의 사례를 볼까요.
이 분은 석달 전 쯤인 지난해 12월 24일 갑자기 스마트폰의 데이터 이용이 차단됐습니다. 월 사용량 6기가를 주는 안심차단 62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었는데요. 본인이 체크하기로는 분명히 데이터가 남아 있었는데 통신사인 KT 쪽에서는 데이터를 다 썼다는 이유로 차단을 시켰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자신의 데이터 사용량을 체크해볼수 있는 방법으로는 우선 세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스마트폰 기기에 있는 데이터 사용량 확인 메뉴입니다.
둘째는 통신사에서 만들어 배포한 요금확인 어플리케이션, 요금 앱입니다.
셋째가 통신사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는 방법입니다.
데이터가 차단되자 이 씨는 위 세가지 방법으로 자신이 사용한 데이터량을 체크했습니다. 모두 1기가 이상 남아 있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일이십 메가도 아니고 기가 급으로 데이터가 남아 있었기 때문에 통신사측 설명을 쉽게 납득할수가 없었죠. 하지만 상담직원은 "실제 사용량이 업데이트 되는데 24시간 정도가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예를 들어 오늘 쓴 데이터량이 앱이나 홈페이지 상으론 내일정도에 업데이트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사용량과 다를 수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이 설명도 쉽게 납득은 되지 않았지만 이메일이나 스마트뱅킹 등 용도로 급하게 데이터를 사용해야했던 이씨는 2만 4천원 이라는 추가 요금을 내고 급하게 데이터를 충전했습니다.
취재진은 이 씨와 함께 12월 한달 동안 통화 상세 내역을 받아보기로 했습니다. 통신사측 설명이 "실 데이터 사용량이 업데이트 되는데 24시간 지연될 수 있다"는 것이었기 때문에 아예 한달치 데이터를 뽑아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차단된게 12월 24일 이었으니까 12월 31일치까지 뽑아보면 실 사용량이 모두 반영되지 않았겠냐는 생각이었습니다. KT 고객센터를 방문해 12월 1일부터 31일까지 한달치의 통화 상세 내역을 모두 뽑았습니다. (참고로 통화 상세 내역은 본인이면 누구나 요청해 받아볼수 있습니다)
통화건수, 데이터 사용건수가 하나하나가 기록돼 있기 때문에 수십장에 달하는 양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차단될때까지 사용한 데이터량은 4.6기가. 한달 전체 사용량도 5.6기가에 불과했습니다.
기본 제공된 6기가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양이었습니다. 통화 상세 내역으로도 통신사가 이씨의 스마트폰 데이터 사용을 차단할 이유는 없어보였습니다. 이렇게 비슷한 경우를 겪었다는 소비자들은 이씨 말고도 더 있었고 인터넷 게시글에서도 쉽게 찾아볼수 있었습니다.
소비자들의 문제제기에 KT측이 내놓은 답변은 '그래도 데이터를 다 쓴게 맞다'였습니다. 스마트폰 기기의 데이터 사용량이나 KT가 만든 통신요금 앱, 고객센터 홈페이지, 통화 상세 내역까지 이 모든 데이터는 틀렸다는 겁니다. 소비자들에게 KT가 설명한 내용은 이랬습니다.
<안심차단요금제의 차단을 담당하는 서버와 일반 요금부과 서버가 다르다. 차단 서버에서 요금 서버로 데이터를 넘겨주는 과정에서 일부 연동 오류가 있을 수 있다. 차단서버에서 측정한 데이터량은 정확하다. 다만 연동 과정에서 일부 데이터량이 누락됐을수는 있다. 어쨌든 차단 서버에서 특정 고객의 데이터 서비스를 차단했다는 것은 정해진 데이터를 다 사용했다는 뜻이다>
이런 KT의 설명이 맞다고 한다면 소비자들이 요구한 것은 '그럼 차단 서버에 기록된 데이터량을 제시하면 되는 것 아니냐'였습니다. 하지만 '차단 서버에 기록된 데이터 사용량은 기술적인 이유로 제시할 수 없다'는 것이 KT측의 답변이었습니다.
양쪽의 논리는 일단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취재를 하면서 제가 든 생각은 이랬습니다.
KT의 설명이 맞다고 일단 인정해봅시다. 그렇더라도 추가 요금을 내야되는 책임을 소비자가 져야할까요.
풀어서 설명해보겠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자신이 지금 얼마만큼의 데이터를 사용했고, 앞으로 쓸 수 있는 양이 얼마정도인지를 확인할 수 있어야합니다. 그래서 스마트폰 제조사와 통신사가 내놓은 방법이 앞에서 말한 네가지 입니다. 즉 스마트폰 기기, 통신사 요금앱, 홈페이지 고객센터, 마지막으로 통화상세내역.
이 네가지 방법을 모두 써서 소비자가 현재 자신의 데이터 사용량을 체크했는데 남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남은 데이터가 있으니 더 쓸수 있겠다"고 판단했다면 소비자가 스스로 져야할 책임은 다 한 것이 아닐까요. 이것 외에는 소비자가 더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백번을 양보해 KT측의 설명이 설사 맞다하더라도, 소비자로선 '서버의 연동 오류' 같은 건 알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차단 서버가 기록한 데이터 사용량'은 알 도리가 없는 것이죠.
소비자가 스스로 파악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데이터 사용량을 확인해 '더 남았다'고 판단했고 이에 근거해서 데이터를 더 썼다면, 그래도 소비자에게 책임을 물어야하는 걸까요. 즉 소비자로선 자신의 데이터가 얼마남지 않아 더 썼다가는 차단이 되고 추가 요금을 물어야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게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연동 오류에 대한 책임은 오히려 통신사인 KT가 져야하는 것 아닐까요. 소비자가 데이터를 충전하기 위해 물어야했던 추가 요금도 당연히 포함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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