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제약업체와 병원 간의 불법 리베이트 수수가 신종 수법으로 이뤄지고 있는 사실이 S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제약회사가 병원에 운영자금을 빌려주는 명목으로 돈을 주는 겁니다.
김태훈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서울의 한 병원과 중견 제약업체가 체결한 특매 계약서, 즉 특별판매 계약서입니다.
3년 동안 월 2천만 원 이상 판매하기로 목표액을 정해 놓았습니다.
그 조건으로 제약회사는 월 목표액의 30%에 해당하는 600만 원을 리베이트로 병원에 지급하도록 약속합니다. 다달이 지급하지 않고 미리 2억 원을 선 지급한다고 돼 있습니다.
계약 파기에 대비해 제약회사가 병원 부동산에 담보를 설정한다는 조항도 있습니다.
목표 판매량을 달성하면 이 담보는 해지되는 조건입니다.
등기부 등본 상으로는 제약업체가 병원 건물을 담보로 운영자금을 빌려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병원이 판매량을 채우지 못할 경우 이자 없이 빌린 원금만 상환하면 됩니다.
또 다른 병원의 등기부 등본에도 제약업체가 병원 측에 1억 6천만 원을 빌려준 것으로 근저당 설정이 돼 있습니다.
[병원장 : 내가 많이 힘들어서 (제약회사로부터) 돈을 빌렸던 적은 있어요. (이자 같은 건 어떻게?) 그런 거야 그냥 슬쩍 빌리고 슬쩍 준 건데 그걸 뭐 이자까지 줘요.]
병원 측이 2년 반 만에 원금만 갚았으니 이자율 5%만 쳐도 2천만 원 가까이 이익을 본 셈입니다.
[의사들이 그런 거(리베이트 수수) 안 하게 분위기 좀 만들어줬으면 좋겠어요. 의료보험 수가 올라가는 거 보세요. 일년에 몇 % 올라가요? 오죽하면 그러겠느냐고.]
시민단체인 '의약품 리베이트 감시운동본부'는 리베이트로 인한 약값 인상분을 환급하라는 민사 소송을 냈습니다.
아울러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례가 3건 이상 적발된 제약회사에 대한 불매운동도 벌이기로 했습니다.
(영상취재 : 김성일, 영상편집 : 남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