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미제라블'(감독 톰 후퍼)이 계사년 첫 번째 400만 돌파작의 주인공이 됐다. 12월 19일 개봉한 '레미제라블'은 관객들의 꾸준한 입소문 끝에 19일 만에 전국 400만 관객을 홀릴 수 있었다.
이 영화의 놀라운 흥행은 휴 잭맨, 러셀 크로우, 앤 해서웨이, 아만다 사이프리드 등 연기도 잘하고 노래까지 잘하는 배우들의 공이 크다. 이들은 스크린을 꽉 채우는 열연으로 진한 감동을 선사했으며, 관객들의 눈물샘까지 자극했다.
이들 뿐만이 아니다. '레미제라블'에는 비록 주연은 아니지만,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관객들의 심금을 울린 두 명의 배우가 있다. 바로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신화를 이끈 오리지널 캐스트인 콤 윌킨슨과 사만다 바크스다.
영화 '레미제라블'에서 은수저를 훔쳐 달아난 장발장의 죄를 덮어주는 자애로운 주교 '미리엘 '로 분한 콤 윌킨슨(Clom Wilkinson)은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초대 ‘장발장’로 유명한 전설적인 배우다. 콤 윌킨슨은 1985년 초연 당시 '장발장' 역을 환상적으로 소화해내 오늘날 '레미제라블'의 세계적인 성공을 이끌었다.
영화에서 콤 윌킨슨는 10여분이 채 되지 않은 짧은 시간 출연했지만, 존재감은 여전했다. 장발장의 죄를 사하면서 자비를 보여준 그의 짧지만 강렬한 연기는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며 장발장의 드라마틱한 삶을 예고했다.
'레미제라블'의 프로듀서 카메론 매킨토시에 따르면 콤 윌킨슨은 영화화 소식을 듣고 제작진에 먼저 연락해왔다. 매킨토시는 "윌킨슨이 이 역할을 꼭 하고 싶다고 했다. 영화에서 주교가 장발장에게 촛대를 넘기는 장면이 있는데 이는 어떻게 보면 내 역을 당신에게 넘기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특별한 뜻을 부여하기도 했다.
또, 잊지 말아야 할 배우는 '에포닌'역의 사만다 바크스(Samantha Barks)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에포닌 하면 대부분의 뮤지컬 팬들은 초연 멤버인 프란시스 루펠(영화 속에서 창녀 중 한명으로 출연함)이나 브로드 웨이에서 열연한 레아 살롱가를 떠올리겠지만, 사만다 바크스도 빼놓을 수 없다.
영국 출신의 배우 사만다 바크스는 스크린에서는 다소 낯선 인물이지만, 런던 웨스트엔드에서는 신데렐라 같은 존재다. 바크스는 17세 때 TV쇼로 얼굴을 알린 뒤 런던 공연에서 '에포닌' 역을 연기하며 인기를 얻었다. 특히 2010년 런던에서 열린 '레미제라블' 25주년 콘서트에서 '에포닌' 역을 맡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어린 시절부터 탐냈다는 '에포닌' 역을 바크스는 뮤지컬에 이어 영화에서도 연기하는 행운을 누렸다. '레미제라블'에서 가장 유명한 발라드 넘버인 '온 마이 오운'(On my own)을 특유의 섬세한 목소리로 불러 영화 후반 관객들에게 잊지못할 감동을 선사했다.
이처럼 톰 후퍼 감독은 할리우드의 스타급 배우들에게 주연을 맡겨 그들만의 개성을 캐릭터에 입히는 반면, 오리지널 캐스트들의 폭넓은 기용을 통해 뮤지컬 팬들의 향수까지도 자극했다. '레미제라블'의 캐스팅은 뮤지컬 팬과 영화 팬들의 흥미를 동시에 자극하는 결정적 한 수였던 것이다.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