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문화 아이콘인 가수 서태지(본명 정현철)가 "서태지라서 좋은 점이 너무 많아 싫었던 기억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서태지와아이들로 데뷔한 지 20주년을 맞은 서태지는 지난 31일 서태지닷컴을 통해 팬들이 질문한 200개의 물음에 답한 '200문 200답'을 공개했다.
지난 1995년 팬들과 나눈 '60문 60답'에 이은 이번 질의응답에서 그는 자신의 음악 활동, 소소한 일상과 생각들에 대해 솔직하고 친근하게 답했다.
그는 서태지로 살아온 삶에 대해 "서태지여서 경험할 수 있는 좋은 점이 너무 많아서 상대적으로 싫었던 기억은 거의 없다"며 "영원히 정현철로만 살고 싶었던 적도 있었지만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도 알았다.
지금은 딱히 두개의 삶을 둘로 나누지 않고 융화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못다 이룬 꿈에 대해서는 "서태지로서의 꿈은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명곡을 만들고 싶은 것이고 정현철로서의 꿈은 가족들과 평범하고 소소한 하루하루는 사는 것이다"고 답했다.
또 가장 큰 고민을 묻는 질문에도 "마음을 울리는 멋진 음악을 만들고 싶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음악을 만드는 과정에 대해 "보통 이미지 작업(곡의 메시지와 편곡 이미지)을 한 후 각 악기의 개별 편곡을 시작한다"며 "중간 중간 가사를 만들어 넣고 여러 실험들을 하다가 어느 정도 완성되면 세부 작업을 시작한다. 또 곡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도 정해 놓지 않아 뭐라 말하기 어렵다. 굳이 말한다면 '새로움'은 항상 포함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영화 음악을 만들어볼 생각을 묻자 "영화 음악을 한다면 서정적인 연주곡 또는 반대로 '빡센' 음악이 재미있을 것 같다"며 "실험적인 장르의 영화라면 좀 더 재미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서태지'를 영화화하겠다면 허락하겠냐는 물음에는 "내용이 좋다면 당연히 좋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20년간 활동하며 가장 마음에 드는 뮤직비디오로 "20년 전 '난 알아요'"를, 직접 만든 곡을 제외하고 인생 최고의 곡으로 들국화의 '제발'을 꼽았다.
음반 활동 공백기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해외에서 음악 작업을 하며 대중에게 모습을 공개하지 않는 터라 팬들은 서태지의 요즘 생각에 대해서도 궁금증을 보였다.
서태지는 공백기가 길어지면 인기 하락에 대한 불안감은 없냐는 물음에 "없다면 거짓말 같지만 별로 없는 것 같다. 팬들을 너무 믿는 걸까"라고 답했다.
또 KBS 2TV '개그콘서트' 게스트나 객석에서 관람할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마음은 관람도 하고 게스트로 올라가서 나의 개그력을 보이고 싶기도 하다"며 "원래는 진짜 내 개그 살벌한데 한번도 발휘된 적이 없을 뿐이다"고 웃었다.
8집 활동 당시 한 프로그램에서 "우울함을 느껴본 적이 없다"고 말한 데 대해서는 "사실이다. 보통 서태지라고 하면 아마 힘든 일을 많이 겪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한 번도 진짜 힘든 일을 겪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이게 원인일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또 정말 해보고 싶은 일로는 "어릴 적 꿈인 RC(무선조종 모형장난감) 가게도 차려야 하고 (베네수엘라의) 엔젤 폭포도 가봐야 하고 장가도 가고 아이도 낳아야 하고(웃음) 우주도 가야하고 십전대보탕도 먹어봐야 하고…. 이건 끝이 안 난다"고 답했다.
'동안'에 대한 부담을 묻자 "대강 동안이라 부담은 없는 편이다. 자연스럽게 노화돼야 한다. 노화를 경험하는 것도 의미있는 과정 같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자신의 장단점에 대해서는 "장점은 단순하게 생각한다. 단점은 생각하면 단순하다"라고 말했다.
팬들의 질문에 친절하게 답한 그는 새 음반인 9집 계획에 대해서는 "때가 되면 알려주겠다"고 말을 아꼈다.
또 1년에 한 번씩 공연해달라는 요청에는 "매년 하는 공연을 고민도 기획도 해보는데 결국 포기한다.
공연을 하려면 약 4-5개월의 준비 기간이 필요한데 음반 작업 중에 한두 달 이상 공백이 생기면 그 뒤로 작업 연결을 잘 못하는 스타일이다.(중략) 나는 공연도 중요하지만 여전히 음악을 만드는 것에 더 큰 가치를 두고 있다. 나의 과도한 작업량과 예민한 작업 스타일까지 한몫하니 그게 좀 원망스러울 뿐이다. 이해해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