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을 지원하고 관련 사업을 진행할 첫 공익재단이 이르면 내년 초 설립된다.
2일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가 다음 달 국회에 제출할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재단 설립예산 10억원이 반영됐다.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위원회와 별도로 강제동원 사망자를 추도하고 역사적 의미를 되새길 목적으로 설립되는 재단에 정부가 비용을 지원하거나 기금을 낼 수 있도록 규정한다.
정부가 예산을 국회에 요청함에 따라 전직 위원회 인사 등으로 이뤄진 재단설립 준비위원회는 조만간 이사진을 꾸려 이르면 10월 말 과거사 업무를 담당하는 행정안전부에 설립 신청서를 낼 계획이다.
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올해 국회에서 예산안이 심의되는 동안 재단 설립에 필요한 절차를 밟을 것"이라며 "국회에서 예산이 확정되면 내년 초쯤 재단이 공식 출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스코는 재단에 100억원을 출연하기로 확정한 상태다.
포스코는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일본 정부한테서 받은 경제협력자금을 투입해 세운 기업이다.
준비위는 포스코와 같은 대일 청구권 수혜기업인 한국도로공사, 한국전력, 코레일, KT, 외환은행 등 10개 공기업과도 기금 출연을 협의 중이다.
준비위는 정부에도 출연금 100억원을 요청했으나 정부는 전례가 없다며 대신 5억원가량을 매년 재단에 지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설립되는 재단은 전범국인 독일이 전후 강제동원 피해 보상을 위해 세운 '기억·책임·미래' 재단을 모델로 삼았다.
다만 가해국이 아닌 피해국 정부·기업이 기금을 낸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독일은 2000년 정부와 전범기업들이 공동으로 기금을 내 재단을 설립, 2차대전 당시 강제동원돼 노역한 폴란드, 오스트리아, 러시아, 체코 등 98개국에 사는 166만5천여명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고 각종 지원·교육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준비위는 신설되는 재단에 강제동원 관련 국내외 추도사업을 비롯해 유족 지원, 피해자 묘지 조성, 장학사업, 의료지원, 학술회의 개최 등을 맡긴다는 계획이다.
반면 진상 조사를 비롯해 피해자 위로금 지급 결정·심의, 사망자 유골 조사·발굴, 기념관 건립, 강제동원 현장 추도순례, 자료 수집 등 전문성이 필요한 사업은 기존 대일항쟁기 강제동원위원회가 계속 수행토록 할 방침이다.
위원회 관계자는 "피해자 유골 발굴과 봉환 등을 위한 정부 간 협의, 위로금 지급 심의 등 업무는 전문성이 필요해 위원회가 담당해야 한다"며 "올해 말로 끝나는 위원회의 업무기간 연장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가해국이 아닌 피해국 정부와 기업의 출연만으로 재단을 설립하면 과거사 청산이라는 취지를 살릴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원회의 다른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강제동원 문제에 완고한 입장을 고집하는 상황에서 독일처럼 가해국 정부와 전범기업의 동참이 없는 피해국 혼자만의 재단 설립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재단 내년 초 설립
정부예산안 반영…포스코 100억 출연기금 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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