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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노동당 부활'로 권력기반 다지기

리영호 전격 해임은 '黨정치 부활' 차원<br>`선군노선' 약화조짐…세대교체 가능성도

김정은 '노동당 부활'로 권력기반 다지기
북한 당국이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을 전격 해임한 것은 북한의 통치시스템에서 노동당 정치의 부활과 군부 영향력 약화 조짐으로 풀이할 수 있다.

북한 노동당은 일요일이던 지난 15일 상무위원, 위원, 후보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정치국 회의를 열어 리영호 해임안을 처리한 뒤 다음날 이른 아침에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전격적으로 해임 사실을 발표했다.

리영호 해임안이 임의적 결정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논의과정을 거쳐 처리된 셈이다.

김정일 체제에서 사실상 기능 정지에 있던 노동당의 기능이 정상화돼 정치적 프로세스가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정일 시대에는 선군(先軍)정치를 앞세우다 보니 리제강 전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과 같은 고위 당관료도 군부의 눈치를 봐야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노동당 정치의 부활은 지난해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후 출범한 김정은 체제에서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노동당 정치국은 작년 12월30일 회의를 열어 김 1위원장을 군 최고사령관에 추대하는 결정서를 채택하고 당 구호를 심의했으며 올해 1월에는 특별보도를 통해 김 위원장 유해를 금수산태양궁전에 안치하는 결정을 내놓기도 했다.

또 4월에는 노동당 대표자회를 열어 김 1위원장을 당 제1비서로 추대하고 당의 조직을 실무를 위주로 재정비했다.

정치적 카리스마를 토대로 1인지배 체제를 구축했던 김 위원장과 달리 정치적 리더십이 부족한 김 1위원장은 정치시스템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러한 정치환경의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노동당 정치 부활에는 김정은 체제를 이끄는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 당 행정부장으로서 당 장악을 마친 상황에서 당의 기능을 확대해 북한 사회 전반에 대한 통치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2010년 제3차 당대표자회를 계기로 노동당에 대한 정비가 이뤄졌고 김정은 체제에 들어서면서 정치국 회의가 정상가동되면서 북한 사회에 대한 당의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며 "리영호 총참모장에 대한 해임결정이 당 정치국 회의에서 이뤄진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노동당 정치가 부활하는 상황은 군부에 대한 통제 강화로 이어지면서 김 위원장의 유훈인 선군정치의 변화를 추동하고 있다.

올해 4월 제4차 당대표자회에서 민간인으로 노동당 비서 출신인 최룡해에게 차수 계급장을 달아주고 군 총정치국장에 임명한 것은 이 같은 변화의 대표적 사례로 꼽을 수 있다.

김정은 체제의 안착이 필요한 시점에서 당 관료 출신인 최룡해로 하여금 군부에 대한 당의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북한 새 권부의 의도로 읽혔다. 총정치국장이 북한군의 사상 등 정치를 책임진다는 점은 이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당의 통제 강화는 자연스레 군부의 영향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고, 이런 상황에서 북한 군부의 대표주자인 리영호가 최룡해와 마찰을 빚으면서 해임 결정이 전격적으로 이뤄졌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정통 당관료인 최룡해의 총정치국장 임명을 필두로 군 외화벌이 기구의 내각이관 등 군부 힘빼기 작업이 시작됐다"며 "이 와중에 리영호가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타부처 업무에 간섭하는 등 갈등을 야기하고 군 인사권 등을 놓고 최룡해와 마찰을 빚자 노동당이 해임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해임이란 칼날을 군부 최고 실세인 리영호에게 들이댐으로써 차후에 있을지도 모를 군부의 반발 등에 대해서도 사전경고를 한 셈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이번 군 인사는 군부에 대한 당적 통제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군과의 갈등에 주목해야 한다"며 "노동당에 의한 군 장악에 박차를 가하는 사건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리영호의 전격 해임이 북한 군부와 사회 전반에 걸쳐 세대교체 바람으로 확산될 개연성도 제기된다.

사실상 군부를 접수한 최룡해 총정치국장이 올해 62세로 북한 권부 내에서는 비교적 젊은 편이며, 이번에 리영호의 후임으로 추정되는 현영철 차수도 1953년생으로 전해지고 있어 사실이라면 최룡해보다 더 젊다.

김 1위원장의 실제 나이가 30세도 채 안되는 상황에서 새 체제에 맞춰 북한 지도부 내에 세대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현영철 차수의 기용은 군부 세대교체를 통해 김정은 측근세력을 전면에 배치하겠다는 전략적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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