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펜타곤(미국 국방부)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수행하면서 2009년 증강 병력을 엉뚱한 지역에 배치하는 바람에 인명 피해와 시간 허비를 자초하는 전략적 실수를 저질렀다는 지적이 나왔다.
워싱턴 포스트(WP)는 중동 전문 기자이자 작가인 라지브 찬드라세카란이 아프간전의 막전막후를 다룬 책 '리틀 아메리카'(Little America)를 24일자(현지시간) 신문에서 2개 면 이상을 할애해 상세하게 소개했다.
2002년 9월부터 2년간 WP의 이라크 바그다드 특파원으로 활동한 찬드라세카란은 미국의 이라크 재건 프로젝트의 허상을 지적한 베스트셀러 '그린존'의 작가다.
'그린존'을 통해 약탈과 테러로 죽어가는 이라크에서 금연 캠페인을 벌이는 등 현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는 '책상머리 행정'을 꼬집은 것처럼 저자는 '리틀 아메리카'를 통해 아프간전에서 칸다하르가 아닌 헬만드에 전력을 집중 배치한 미국 국방 수뇌부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미군 및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의 아프가니스탄 사령관으로 임명된 스탠리 맥크리스탈 장군은 2009년 6월 카불에 도착하자마자 전황을 보고받고 나서 뭔가 크게 잘못됐다는 것을 느꼈다.
맥크리스탈은 이후 펜타곤 정책 결정권자들과 의견 대립을 보여 다음해 옷을 벗었고 이런 상황은 주간지 롤링 스톤이 '다루기 힘든 장군'(The Runaway General)'이라는 제목으로 다뤄 세간에도 널리 알려진 바 있다.
당시 맥크리스탈이 보기에 아프간전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는 칸다하르와 주변 지역이었다.
기원전 330년 이 도시를 건설한 알렉산더 대왕의 이름을 딴 칸다하르는 탈레반과 이들 세력을 지지하는 파슈툰족(族)에게는 오랫동안 상징적인 고향과 같은 곳이었고, 수도 카불을 점령하기 위한 거점이었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수복하려면 당연히 칸다하르에서 시작했어야 했다.
그렇지만, 펜타곤은 앞서 오바마 대통령이 그 해 2월 서명한 명령에 따라 아프간에 증파된 1만 7천여 명의 여단 병력을 칸다하르로 보내지 않고 한심하게도 절반 이상을 맥크리스탈과 그의 보좌관들이 판단하기에 전략적 중요성이 덜한 헬만드 지역에 배치했다.
이런 치명적인 실수는 전쟁 수행의 기능 장애, 나토 동맹국에의 정보 의존, 아프간 정부군의 오판 초래, 미국 국방부 내부의 족벌주의 등 여러 문제점을 노출했다.
결과도 심각했다.
너무 많은 병력을 칸다하르가 아닌 헬만드에 집중시킴으로써 미군은 1년 이상의 시간을 허비했다.
해병대가 초기 칸다하르에 증파됐더라면 3만명의 추가 파병을 피할 수도 있었고 현지 사령부가 2천명의 전사자를 내기 전에 칸다하르의 탈레반 은신처를 훨씬 더 일찍 공격하는 유연성을 가질 수도 있었으며 오바마 대통령이 반대 없이 수월하게 철수 시점을 정할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아프간전 병력 증파에 관여했던 백악관 고위 관리는 "아무도 우리에게 몇명의 군대를 어디어디로 보내라고 얘기하지 않았다. 순진하기는 했지만, 그저 펜타곤이 알아서 적재적소로 보낼 것이라고 가정했다"고 털어놨다.
맥크리스탈이 4만 명의 병력을 추가 요청했을 때 문제는 더 커졌다.
상당수는 칸다하르로 보내고 나머지는 반군 공격이 점점 거세지는 카불 주변 지역에 배치하는 것이 적절했다.
하지만, 결국 수천명의 병사가 이미 1만 1천명의 해병이 주둔한 헬만드에 덤으로 보내졌다고 찬드라세카란은 책에서 소개했다.
(워싱턴=연합뉴스)
미국, 아프간전서 엉뚱한 곳에 병력 증파했다
탈레반 거점 칸다하르 대신 전략적 중요성 덜한 헬만드 집중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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