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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처럼 가꾼 주말농장, 하루 아침에 '쑥대밭'

<앵커>

주민들이 애지중지 돌봐온 주말 농장 천 평이 하루 아침에 폐허로 변했습니다. 농작물을 심지 못하게 돼 있는 땅을 분양한 게 문제였습니다.

임태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상추, 호박, 감자, 깻잎.

농작물이 쑥쑥 자라고 있던 서울 수유동의 한 주말 농장.

주민 40여 명이 정성껏 가꿔 수확을 눈앞에 둔 이곳에 포크레인이 나타났습니다.

어제(24일) 새벽 1시부터 1시간 동안 텃밭 위를 마구 짓밟고 다녔습니다.

포크레인이 쓸고 간 자리는 온통 황무지로 변해버렸습니다.

애지중지 키우던 농작물은 이렇게 흙더미에 파묻혀버렸습니다.

텃밭을 잃은 주민들은 황당함을 넘어 분노마저 느끼고 있습니다.

[주말농장 계약 주민 : 내가 밤에 잠 안 자고 늦게 회사 갔다와서 저거 키우는 재미로 물 주고 했는데. 내가 그냥 놔둘 것 같아.]

[상추랑 그런거 많이 심고 했었어요. (지금은 어때요?) 이상해요….]

텃밭에 포크레인을 동원한 사람은 바로 땅 주인이었습니다.

땅 주인은 올해 초부터 주말농장 분양 플래카드를 내건 뒤 한 필지당 15만 원씩 받고 40여 명에게 땅을 내줬습니다.

하지만, 해당 구청이 최근 땅이 농작물을 경작할 수 없는 산림이라며 무단 용도 변경으로 고발 조치에 들어갔습니다.

[김익순/강북구청 자연생태팀장 : 노인네들이 뒷산에 땅 한 두평씩 텃밭 가꾸는 거는 인정상 막기 힘들죠. 그런데 이건 주말농장을 회원 모집해서 한 거예요. 사업성이 있는 거죠.]

땅 주인은 텃밭을 분양받은 사람들에게 아무런 통보도 없이 홧김에 밭을 갈아 엎었습니다.

[땅 주인 대리인 : 10년 동안 개발도 못 하고 아무것도 못하는 땅으로 묶겠다라고 구청에서 자꾸 오니까 대표이사가 화가 나서 아침에 새벽에 와서 포크레인 질을 한거죠.]

분양 피해자들은 땅주인과 대리인을 상대로 고소장을 접수할 예정입니다.

(영상취재 : 이용한, VJ : 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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