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과 뻔한 데 뭘"… 활기없는 전당대회
통상 전당대회의 열기는 현장 대의원 투표가 끝나고 선거관리위원장의 투표결과 발표를 기다리는 순간 최고조에 이른다. 참석자들은 개표 결과를 숨죽여 기다리고 각 후보진영도 참관인 등을 통해 개표 상황을 실시간 보고 받으며 조마조마해 한다. 그리고 결과가 발표되면 지지자들의 탄성과 한숨이 교차한다. 살아 있는 전당대회 모습이다.
하지만 이번 전당대회 때는 투표를 끝낸 대의원들이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상당수가 다 전당대회장을 빠져 나갔다. 전당대회 뉴스를 전하기 위해 중계 연결을 했던 방송사측에서 대의원석에 빈 좌석이 많아 화면 잡기가 민망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결과를 뻔히 아는 마당에 굳이 앉아 있을 필요 있느냐는 게 당 주변 사람들의 얘기였다.
그 전당대회에서 3만 27표를 얻어 득표율 30.7%를 기록한 황우여 전 원내대표가 새누리당의 대표로 선출됐다. 새 대표이자 새누리당 창당 후 첫 대표의 탄생이었다. 최고위원에는 이혜훈, 심재철, 정우택, 유기준 후보 등 4명이 함께 선출됐다.
황우여 신임 대표를 비롯해 이혜훈, 정우택, 유기준 최고위원 모두 당 주류인 친박계다. 비박계에선 심재철 최고위원이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지도부 구성과 당내 계파 구도가 정확히 일치한 셈이다.
◈ "제가 당선될 줄 몰라서…"
지도부 내정설 파문을 겪는 등 곡절이 있었지만 당 대표에 황우여 전 원내대표가 선출될 것이라는 사실을 의심한 사람은 없었다. 적어도 내가 아는 의원과 당직자, 기자들 중에서는 그랬다. 최고위원들도 친박계 3명에 친이계 1명이 당선될 것이라는 얘기가 파다했다. 결과적으로 순위에 변동이 있었을 뿐 당선자 이름도 예상과 거의 틀리지 않았다.
다만 당사자인 황우여 신임 대표만 당선 후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받고 "제가 당선될 줄 몰라 아직 (답변) 준비를 못했다"고 답했을 뿐이다.
전당대회 돈 봉투 파문 이후 과열 경선에 대한 우려 때문에 기탁금도 받지 않고 최대한 조용하게 치렀다는 당 관계자들의 설명이 있었지만 결과가 뻔히 보이는 전당대회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았다. 말이 전당대회고 경선이지 '내정'과 다를 게 없다는 얘기였다. 특히 비박계에선 '차분'한 게 아니라 특정인의 의중에 따른 '질서정연'한 전당대회라고 말하는 게 보다 솔직한 것 아니냐는 불평도 터져나왔다.
전당대회는 정당 민주주의의 꽃으로 불릴 만큼 정당에서는 큰 축제다. 이번 새누리당 전당대회도 당헌·당규에 따라 당원들의 성원 속에 나름대로 깨끗하게 치러진 선거였다는데 큰 이견은 없다. 하지만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어느 지역에선 누구 누구 찍으라고 오더(order) 내려 갔다", "어느 지역에선 누구 밀기로 했다"는 말이 나도는 등 일부나마 구태의연한 모습이 반복됐다.
주류가 당을 책임지고 이끌어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당원들이 신망 받는 후보를 뽑는 게 아니라 고위층 몇 명이 특정인의 '의중'을 거론하며 그 뜻을 하달해 표로 반영시키는 시스템이라면 문제다. 전당대회 후보 등록 일주일 전까지 단 한 명도 나서지 않다가 막판에 줄줄이 후보 등록을 한 것도 통상적인 선거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겉으로는 흠잡을 데 없어 보이면서도 왠지 2% 부족해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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