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만에 만난 어머니와 아들, 두 사람이 이 사진을 찍기까지 무려 25년이 걸렸습니다. ‘엄마 찾아 삼만리’의 주인공 마르코가 배 타고 고향 이탈리아를 떠나 대서양을 건너 아르헨티나에서 온갖 고난을 이기고 엄마를 찾았다면, 이 사진 속 아들은 몇 년을 ‘구글’을 뒤져 엄마를 찾았습니다. ‘엄마 찾아 삼만리’가 아닌 ‘엄마 찾아 구글링’인 셈인데요, 전 세계 언론에 실리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아들의 25년- ‘사루’의 이야기
사루 브라이얼리, 올해 서른 살인 사루는 호주에 살고 있습니다. 인도 태생인 사루가 엄마를 잃고 호주까지 오게 된 사연은 2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사루는 인도 북서부에 살고 있었습니다.
부모님은 타지에 나가 공사장에서 막노동을 하느라 몇 주에 한 번씩만 집에 오셨고, 어린 사루는 ‘구두’라는 이름의 형을 잘 따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루는 형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기차역으로 갔습니다. 형과 함께 이웃 마을로 간 기차를 탄 사루, 기차역에 도착한 사루에게 형은 형이 돌아올 때까지 플랫폼에서 기다리라고 합니다. 그런데 어린 사루는 형 말을 듣지 않고 아무 기차나 올라탔습니다. 피곤했던 사루에게 열차의 의자는 눕기에 적당해 보였고, 잠깐 누운 사이 잠이 들었죠. 그런데 꿀잠을 잔 사루가 눈을 떴을 때는 이미 14시간이나 지난 뒤였습니다. 열차의 종착지는 사루가 처음 와보는 곳, 대도시 ‘캘커타’였습니다.
형도 가족도 없는 곳에 혼자 남겨진 사루.
사루가 자란 시골마을은 힌두어를 썼지만, 캘커타 사람들은 뱅갈어를 썼습니다. 사루는 사람들의 말도 낯설었고, 복닥대는 대도시가 무서웠습니다. 오로지 형과 가족에게 돌아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며칠을 플랫폼에서 보냈습니다. 고향으로 가는 기차를 타면 집으로 돌아갈 것 같았거든요. 그러나 어린 사루는 고향 마을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고, 그러니 고향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습니다.
기차 한 번 잘못 탔다가 새로운 운명을 맞게 된 사루, 그러나 어떻게든 살아야 했고, 며칠 뒤부터 구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구걸로 음식을 구하지 못한 날엔 훔치기도 했습니다. 인신 매매 업자에게 팔려갈 뻔 하기도 했고, 갠지스 강을 건너다 물에 빠져 죽을 고비도 넘겼습니다. 그렇게 몇 달을 보내던 사루는 고아원으로 가게 됩니다. 그리고 몇 주 뒤, 호주행 비행기에 태워졌습니다.
바다 건너 낯선 땅 호주로 입양된 사루는 양부모에게서 ‘브라이얼리’라는 성을 얻고 영어를 배우고 학교를 다니고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습니다. 겉으론 평범한 호주인으로 살아갔지만, 마음 속으로는 인도를 잊을 수 없었습니다. 캔버라에서 대학을 다닐 때는 인도에서 유학 온 학생들에게 인도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고향 마을에 대해 아무리 설명했지만, 그러나 그곳을 아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사루는 이 때 ‘마치 짚더미에서 바늘을 찾는 기분이었다’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고향 마을의 이름은 기억하지 못했지만, 모습은 머릿속에 생생히 남아 있었습니다. 이리 저리 궁리를 하던 사루는 찾는 지역을 좁혀 보기로 합니다. 자신이 열차를 탔던 14시간과 당시 인도 열차의 속도를 고려해 캘커타에서 1200~1400km 떨어진 지역으로 탐색 범위를 정했습니다. 그리고 ‘구글 어스’ 검색을 시작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입니다.
검색하고 낙담하길 4년, 사루는 지난 달 ‘짚더미에서 바늘 찾기’에 드디어 성공했습니다. 캘커타에서 1484km 떨어진 곳 ‘칸드와’. 애타게 그리던 고향을 찾은 겁니다. 어릴 때 헤엄치던 댐과 건너 다니던 다리, 뛰어놀던 폭포, 지도 속 지형지물은 이름만 기억 못했을 뿐 마음 속에 생생히 남아 있던 그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사루는 인도로 날아갔습니다. 칸드와 지역의 ‘가네슈 탈라이’. 25년만에 고향 마을로 돌아간 겁니다. 어릴 적 살던 집을 찾아갔지만 안은 텅 비어 있습니다. 하루도 잊을 수 없었던 어머니와 형은 어디로 간 걸까요….
* 어머니의 이야기
파티마 바이. 사루의 어머니입니다.
25년 전, 공사장에서 벽돌을 나르는 일을 했습니다. 사루가 실종된 다음 해, 사루의 형 ‘구두’는 열차에 치여 숨졌습니다.
졸지에 두 아들을 잃은 어머니는 매일같이 기도했습니다. 기도의 내용은 언제가 한 가지였습니다. 잃어버린 사루를 죽기 전에 제발 다시 만나게 해달라는 것이었지요.
행여나 아들이 죽은 건 아닐까 두렵기도 했던 사루의 어머니, 그런데 한 점쟁이가 “언젠가는 아들을 꼭 다시 만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멀리 이사도 가지 않고 한 마을에서 집만 옮겨 살았습니다. 돈이 모이면 사루를 찾아 나섰습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여전히 가난합니다. 요즘엔 막노동 대신 청소부 일을 하면서 판잣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달 동네 사람들이 ‘사루’가 옛 집으로 엄마를 찾아 왔다고 말합니다. 동네 어귀에서 한 청년이 걸어오는 순간, 어머니는 아들을 바로 알아봤습니다. 어릴 때 말발굽에 차여 생긴 이마의 흉터가 그대로였습니다. 형을 꼭 닮은 턱 모양도 ‘내 아들이구나’ 싶었습니다. 어머니는 아무 말도 못하고 눈물만 흘리며 아들을 꼭 안았습니다. 이 때의 감정을 어머니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바다처럼 깊은 행복이 몰려 왔고, 지상에서 천국을 경험하는구나 싶었습니다.”
* 그리고 다시 母子의 이야기….
사루는 고향에서 열흘 동안 머물렀습니다.
그립던 형 ‘구두’는 세상을 떴지만 다른 형과 누나도 만나고 그 사이 태어난 조카들도 보고, 어린 시절 친구들과도 시간을 보냈습니다. 지금은 호주로 돌아왔지만 1년에 한 번씩은 인도에 갈 계획입니다. 사루는 “어깨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느낌”이라고, 잠도 더 푹 잘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이제 아들과 찍은 사진을 늘 갖고 다닙니다. 아들이 적어 준 휴대전화 번호만 들여다봐도 아들 생각에 기분이 좋습니다. 어머니는 영어가, 아들은 힌두어가 서툽니다. 그러나 이 모자에게 ‘언어’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겠지요…. 동화 같은 이야기 속의 이 주인공들, 진짜 동화 속 주인공들처럼 '오래 오래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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