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잡코리아가 30대 대기업의 평균 스펙을 알아볼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학점과 토익점수, 어학연수, 봉사활동, 인턴, 수상경력 등을 분석한 건데요. 기업별로 100명에서 150명 정도의 합격자들의 스펙을 모아 평균 낸 수치입니다.
잡코리아는 이 내용으로 보도자료를 배포 했습니다. '주요 대기업 합격자 평균 스펙은?'이라는 제목으로요. 그러자 일부 언론이 내용을 받아 기사화 했지요. 기사의 요지는 "대기업 합격자들의 스펙을 평균 내보니 이렇더라"는 것이었지만,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대기업 입사에 필요한 스펙'으로 보이기도 했습니다.
잡코리아가 분석한 스펙의 내용을 살펴봤습니다. 어학연수 1번, 자격증 2개, 인턴 1번, 봉사활동 1번은 모두 동일하더군요. 학점과 토익점수만 편차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편차는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기업이 학점과 토익점수는 3점대 후반과 900점에 가까운 좋은 성적이었습니다.
한 대학을 찾아 취업을 준비중인 학생들을 만났습니다. 대부분 학점 4.0에 토익 900점을 대기업 입사를 위한 기본 스펙으로 생각한다더군요. 기업들이 3.0에 800점 정도를 지원 조건으로 내걸고 있었지만, 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는 듯 했습니다. 이유를 물었더니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남들 다 하는데 불안하게 나만 안할 수 없다."
무언가를 배우고 경험하려면 시간과 돈이 필요합니다. 한정된 대학 생활, 시간과 돈을 얼마나 적절히 배분해 쏟아붓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겠죠. 그런데, 애석하게도, 요즘 학생들은 입사를 위한 스펙을 쌓는데 지나치게 많은 시간과 돈을 쏟아붓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점수로 환산 가능하고, 이력서에 채워넣을 일이 아니면 시도 자체를 꺼리는 식으로 말이죠.
기자이기 이전에 직장인의 입장에서 생각해 봤습니다. 내가 사람을 뽑는다면, 학점과 토익점수에 얼마나 비중을 둘까? 제 개인적으로는 그리 많은 비중을 둘 것 같지 않았습니다. 학점을 성실성을 평가하는 지표로 활용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토익점수를 두고 당락을 고려할까요? 글쎄요..
삼성전자, LG전자, SK 등 잡코리아가 보도자료에 인용한 기업들에 직접 전화를 걸었습니다. 학점과 토익점수를 얼마나 비중있게 보는지, 평균이라 발표된 점수보다 훨씬 못미치는 경우도 있는지 등을 물었습니다. 대답은 명료했습니다. "학점과 토익에 별 비중을 두지 않는다. 지원자를 구분짓는 조건일 뿐이다"라고요. 평균으로 발표된 점수보다 낮은 합격자들도 많다는 답과 함께 말이죠.
앞서 언급한대로 '기업별 합격자의 학점과 토익 평균을 확인할 수 있다'는 기사는 자칫 '이 정도 점수는 받아야 한다'는 뜻으로 잘못 읽힐 수 있습니다. 남들 다 하니까, 평균이 그렇다니까, 혹시 뒤쳐질지 모르니까. 일단 덮어두고 높은 점수부터 받고 보자는. 그래서 쏟아붓는 시간과 노력이 상당합니다.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스펙을 쌓기 위해 여러 학원을 전전합니다. 그 시간에 할 수 있는 다른 기회들을 놓쳐버리는 셈이지요.
취업이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청년실신(청년의 대부분은 실업자거나 신용불량자)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나돌 정도로 세상이 팍팍해졌습니다. 이런 상황은 제쳐두고 그저 꿈을 가지라는 둥, 열정을 가지라는 둥, 이런 피상적인 말만 늘어놓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닥치고 스펙'을 외치는 태도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대기업 인사담당관들은 하나 같이, 학점과 토익점수 높일 시간에 나만의 무기를 준비하라고 조언합니다. 남들 있으니까 나도 일단 갖추고 보자는 스펙 보다는, 본인이 정말 하고싶은 일을 찾아서 그와 관련된 경험들을 하라는 거지요.(이와 관련해서는 따로 한 번 정리를 하겠습니다)
이 대목에서 분명 '그러니까, 그걸 어떻게 찾는지 알려달라'고 물으실 분들 있을 겁니다. 장황하고 복잡하게 이유 따져묻지 말고, 일단 요령부터 정리해 달라는 거죠. 습관화 된 학원 교육이 불러온 폐해 입니다. 세상 모든 문제는,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일을 풀어나가는 방식으로 해결됩니다. 성공을 위한 요령은 절대 다른 사람으로부터 건네지지 않습니다. 스스로 터득해야만 의미가 있습니다.
학점과 토익점수에 매몰된 취업준비생들께 묻습니다. 학점과 토익 말고, 내가 가진 총알은 무엇입니까? 내가 진짜 잘하는 일은 무엇입니까? 내가 정말 하고싶은 일은 무엇입니까? 그런 일이 있습니까? 대답이 명확치 않다면 우선 그 질문부터 해결하십시오. 그것이 순서입니다.
한 가지 첨언하자면, 모든 입사 시험에는 '떨어뜨리기 위한 시험'과 '골라내기 위한 시험'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학점과 토익 등은 지원자들을 걸러내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입니다. 걸러내기 위한 시험 점수에 지나치게 매달릴 필요 없습니다. 일정한 자격을 갖췄다면 과감히 나만의 무기를 준비해야 합니다. 그것이 훨씬 현명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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