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삼성전자에 부품을 납품한 회사와 애플에 부품을 납품한 회사의 실적이 희비가 갈린 것은 사업구조 차이 때문이다.
애플에 납품하는 회사들은 디스플레이 관련 업체가 대부분이라 디스플레이 업황 악화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반면에, 삼성전자는 디스플레이나 반도체 생산은 자체적으로 하고, 납품하는 회사들이 생산하는 제품이 연성회로기판, 인쇄회로기판, 터치패널 등으로 다변화돼 있다.
◇ 삼성전자·애플 납품사 실적희비…왜?
9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와 애플 납품회사 28곳 가운데 16곳은 재작년에 비해 영업이익이 줄어들었다.
삼성전자와 애플 공통 납품회사 9곳 중 6곳은 작년 영업이익이 재작년보다 줄었거나 적자 전환했다.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는 6개 업체 중 5곳도 영업이익이 줄거나 적자 전환했다.
반면에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회사는 13곳 중 5곳만 영업이익이 줄어드는데 그쳐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애플에만 부품을 공급하는 회사는 실리콘웍스와 엘비세미콘, 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으로 디스플레이와 반도체에 쏠려있다.
엘비세미콘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를 통해 아이패드 등에 범핑 공정을 하고 있는데, 작년에는 디스플레이 업황이 전반적으로 안 좋아서 예상보다 물량이 줄었고 가동률도 저하됐다.
게다가 공정의 원재료인 금값이 많이 올라 이중고를 겪었다.
작년에 금값이 폭등했는데, 금값 상승분을 단가에 반영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애플과 삼성전자에 동시에 부품을 공급하는 성호전자 관계자는 "애플에 직접 납품하는 게 아니라 대만이나 중국에서 조립해 그쪽에 납품한다. 주력이 셋톱박스인데 수요가 감소해 작년 영업이익이 안 좋았다"고 설명했다.
반면에, 삼성전자는 작년 업황이 안 좋았던 반도체나 디스플레이는 내부에서 자체 조달하기 때문에 부품을 공급하는 회사들이 연성회로기판, 인쇄회로기판, 터치패널 등으로 다변화돼 있다는 점이 상대적 실적 선방에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에 터치패널을 납품하는 에스맥 관계자는 "작년에 갤탭이 많이 나가면서 납품 터치패널의 크기가 커져 단가를 높게 받을 수 있었다.
터치패널은 디스플레이 위에 올라가는 것으로 디스플레이 업황과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 강력한 원가 인하 요구…"업체간 양극화 심화할 것"
삼성전자와 애플 납품사들의 이익이 전반적으로 감소한 것은 원청회사의 원가 인하 요구의 영향도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와 애플은 세계 최고 수준의 원가 경쟁을 하고 있는데 이는 부품의 가격을 최대한 싸게 가져가는 것 외에는 별방법이 없다. 애플도 삼성전자를 대상으로 상당한 수준의 '부품단가 후려치기'를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화된 상품을 독점 공급할 수 있는 정도의 경쟁력이 없는 회사는 계속해서 원가 인하 압박을 받고 있다"며 "IT 경기가 호황이라고 해도 소규모 업체들은 수혜를 입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납품업체들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심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동부증권 신현준 연구원은 "대기업이 요구하는 납품가를 맞춰줄 수 있거나, 경쟁사가 없이 고부가가치 상품을 공급할 수 있는 업체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라며 "옛날에는 삼성과 애플에만 부가 집중됐다면 지금은 납품업체들 사이에서도 부의 격차가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주가도 삼성전자 납품업체가 소폭 '선방'
주가도 삼성전자 납품업체가 애플 납품업체에 비해 소폭 선방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주가는 작년 8월 저점 70만9천원에서 8일 118만원까지 66% 뛰어오르는 동안 삼성전자의 국내 17개 납품 상장사의 주가는 평균 51% 상승했다.
삼성전자에 디스플레이를 납품하는 태양기전의 주가는 143.9%, 연성회로기판(FPCB)을 납품하는 플렉스컴은 143.72%, 회로기판(PCB)을 납품하는 코리아써키트는 141.85% 각각 폭등해 삼성전자의 2배 넘게 올랐다.
삼성전자 납품업체 중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은 -0.15%를 기록한 일진머티리얼즈 뿐이다.
같은 기간에 애플의 주가는 49% 뛰었고, 애플의 국내 6개 납품 상장사의 주가는 평균 48% 올랐다.
애플 납품업체 중 주가가 가장 많이 뛴 업체는 실리콘웍스로 98.83% 폭등해 애플의 2배 넘게 상승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에 모두 부품을 납품하는 국내 10개 납품 상장사의 주가는 평균 39% 올랐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보통 삼성전자나 애플이 성장한 만큼 납품업체도 실적이나 주가가 좋아져 수혜를 입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좋은 실적이 나오면 삼성전자나 애플이 단가를 후려치는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잘 나오는 경우 비용을 반영하면서 이익을 줄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애플 납품사 실적명암 엇갈려
삼성 '웃고', 디스플레이 불황에 애플 '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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