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새 학기를 앞두고 교복을 싸게 구입하려는 공동구매 제도가 실시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공동구매만하면 정말 교복을 싸게 살 수 있을까요?
안서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의 한 고등학교.
신입생들에게 교복 공동구매 안내장이 발송됐습니다.
여러 업체 가운데 가장 싼 가격을 제시한 업체 한 곳을 골라 공동구매하자는 게 당초 취지였습니다.
그런데 이 학교의 공동구매 업체는 한 곳이 아니라, 모두 4곳입니다.
어느 업체 것을 골라도 싼 교복은 없단 뜻입니다.
여기뿐만이 아닙니다.
서울시 교육청이 지난달 남부교육청 관할 학교들에 대해 실태조사에 나섰더니, 업체 4곳과 한꺼번에 공급계약을 하고, 그 대가로 향응을 접대받는 등 무늬만 '공동구매'인 학교가 20곳이나 됐습니다.
학부모 대표들로 구성된 교복 공동구매 추진위원회와 대형 업체들이 사실상 가격을 담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공동구매 안내장에) 4개 업체를 전부 제시를 했어요.]
[서울시 교육청 감사담당 : 그건 협의 구매가 아니라 정확하게 얘기 하면 담합 구매입니다, 담합 구매.]
최저가를 제시한 한 업체만 선정되길 기대했던 학생과 학부모들은 어쩔수 없이 똑같은 가격대의 대형 업체 제품을 골라야 할 상황입니다.
그동안 공동구매 입찰로 가격 경쟁력을 유지했던 중소 교복업체들도 살 길이 막혔습니다.
[김모 씨/중소 교복업체 사장 : 공동구매를 만들어서 중소기업이 상당히 번창했는데, 이런 게(복수업체 입찰 공동구매) 나오면서 다시 원위치가 됐습니다. 이건 공동구매 안 한 거 하고 똑같아요.]
교복값을 좀 내려보려고 도입한 공동구매 제도가 오히려 담합 구매로 변질된 배경에 대한 정교한 조사와 조치가 시급합니다.
(영상취재 : 임우식, 양두원, 영상편집 : 한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