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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

일본 키노쿠니 대안학교

[취재파일]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

일본 최초의 대안학교인 '키노쿠니'를 찾아가는 길은 쉽지 않았습니다. 오사카에서 차를 타고 한시간 반쯤 달리면 와카야마현이란 곳이 나옵니다. 이곳에서 다시 좁은 외길을 따라 산 정상을 향해 올라가다 보면 5백미터 정상 부근 울창한 숲 사이로 키노쿠니학교가 나타납니다. 키노쿠니는 '나무의 나라'라는 뜻인데요, 학교 주변을 보면 왜 그런 이름을 지었는지 금방 알 수 있을 정도로 하늘로 쭉쭉 뻗은 나무가 많습니다.

꼭  20년 전에 설립된 키노쿠니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가 함께 있습니다. 처음엔 초등학교로 시작했는데 부모들의 반응이 좋다보니 고등학교로까지 이어졌다고 합니다. 사실 키노쿠니의 학비는 그리 싸지 않습니다. 기숙사를 이용할 경우 130만 엔 정도로 우리 돈 천 8백만 원이 넘습니다. 그런데도 왜 이 학교의 부모들은 키노쿠니를 선택한 것일까요.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학교로 불리는 키노쿠니에는 시험도, 숙제도, 선생님이란 호칭조차 없습니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이름이나 별명을 지어 부르고 있었는데요, 키노쿠니의 선생님들은 선생님이란 존칭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뿐더러 오히려 학생들과 대등한 관계로 지낼 수 있기 때문에 좋다고 하더군요.

방임이 아닌가 할 정도로 아이들은 자유롭게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키노쿠니에는 기본 과목을 제외하고는 학년 구분이 없기 때문에 수업은 저학년과 고학년 구분없이 함께 참여해 이뤄지는데 여러가지 수업 중에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참여하는 형태로 이뤄집니다. 창고를 수리하기 위해 톱질을 하거나 점심 시간 때 함께 먹을 간식을 만들거나, 또 가지고 놀 인형을 만들거나, 아이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물론 학생 10명 당 한명 꼴로 선생님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처럼 수업을 통해 이것 저것 차근차근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하가다 궁금증이 생기거나 곤란을 겪을 때에만 옆에서 조언을 해주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도록 도와주는 거죠. 자신의 책상을 만드는 수업을 예로 들어 볼까요?

초등학교 1,2 학년짜리 아이들도 톱을 들고 나무를 직접 자릅니다. 제 눈에는 공구를 다루는 모습이 다소 위험해 보였지만 결국은 제 몫을 해내더군요. 아이들이 책상 다리를 연결하는 부분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 지 궁금해 하자 선생님이 옆에서 시범을 잠깐 보여주자 아이들은 또 비슷하게 해냅니다. 물론 완성돼 있는 책상을 보니 어른이 만든 것처럼 세련되거나 완벽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무엇인가 자신의 힘으로 해냈다는 경험을 차근차근 쌓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은 행복해 보였습니다.

이렇게 성장한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면 그 힘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중학교 수업은 한마디로 아이들의 토론장입니다. 제가 참관한 수업은 검사와 변호사의 역할 등에 관한 사회과목이였는데 아이들끼리 서로 궁금한 것을 묻고 대답하며 활기차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습니다. 선생님이 앞에서 교과서 내용을 설명하고 노트에 적도록 하는 우리나라의 수업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신선해 보였습니다.

물론 일본에서도 키노쿠니 설립 초기엔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배울 것도 많은 데 이렇게 토론식, 또는 프로젝트식 수업으로 진행할 경우 아이들의 학력이 저하된다는 지적이 제기된 겁니다. 하지만 키노쿠니가 졸업생들을 배출하면서 이런 우려는 사라져 버렸습니다. 대학에 진학하거나 사회에 나간 키노쿠니의 졸업생들이 다른 학교 학생들과 비교해도 자신의 몫을 충분히 잘 해나간다는 평가를 받은 거죠.

키노쿠니 교육의 목표는 세상을 넓게 보고 또 자신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을 만드는 것이라고 합니다. 좋은 대학으로의 진학이 목표가 아니라는 이야기죠. 한국적인 시각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한 사람의 인간으로써 사회에 나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며 제 몫을 하면서 살 수 있도록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 학교의 설립 이념은 아이들에게 학교란 무엇이고 또 학교가 왜 필요한지를 다시 한번 생각케 합니다. 모든 아이들이 대학이라는 목표를 위해 어린 시절의 소중한 기억을 포기하고 시험 준비에만 매달리는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은 과연 올바른 것일까요?

키노쿠니엔 매년 20여개 국의 대안학교 선생님들이 견학을 오는데 이곳에서 우리나라에서 견학을 온 한 대안학교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아이 둘을 역시 대안학교에 보내고 있다는 이 선생님은 자신이 지금 올바른 결정을 하고 있는 것인지 확신이 없다고 하더군요. 대안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이 자녀들에겐 분명 즐겁고 행복하겠지만 졸업 후 어떤 모습이 성인이 될 지 걱정이 된다고 했습니다. 이 선생님의 불안감 또한 어른의 눈으로 바라본 걱정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이가 과연 좋은 대학을 들어갈 수 있을 까? 좋은 직장을 잡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서 모든 근심이 시작됐을 겁니다.

키노쿠니엔 이런 말이 있더군요. "학교가 즐거우면 아이들은 그 행복 속에서 스스로 자란다" 키노쿠니를 취재 하면서 아이들의 미래에 대한 근심과 걱정보다는 과연 아이들이 아이답게 올바로 자라고 있는 것인가를 돌아보는 쪽으로  관심의 방향을 바꿀 필요가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행복한 아이들은 꼭 올바른 방향으로 자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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