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부터 30년간 홍익대 앞을 지켜온 빵집 '리치몬드 과자점'이 문을 닫는 31일, 마지막 손님을 배웅하던 직원들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리치몬드 과자점 직원 40여명은 이날 오후 11시께 남아 있던 손님을 보낸 뒤 한자리에 모여 폐업식을 했다. 폐업을 알리는 의미로 문의 손잡이를 떼던 권상범(67) 명장도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권 명장은 "섭섭하지만 만나면 헤어지는 게 순리라 믿고 다시 빵과 함께 갈 수 있는 데까지 가고자 한다"며 "직원들에게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아 참고 있지만 속으로는 울고 있다. 다음 기회에 좋은 기회가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애써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1983년 현재의 건물이 완공되자마자 이 건물에 세 들었던 리치몬드 과자점은 지난해 4월 건물주로부터 '롯데그룹 계열사와 계약했고 재계약의 여지가 없으니 계약만료일이 되면 가게를 비워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권 명장의 30년 노력과 손님들의 추억이 담긴 가게를 지키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성산점과 이대ECC점은 계속 운영하지만 성산점은 빵공장, 이대ECC점은 학내 매점 형태라 홍대점의 의미와 역사를 담기는 어렵다.
이날 리치몬드 과자점 홍대점에는 폐점 소식을 듣고 달려온 옛 단골고객부터 호기심에 들른 손님까지 평소보다 약 5배 많은 손님이 몰렸다.
20년 된 단골손님이라는 우모(56.여)씨는 "이곳에서 산 빵을 간식으로 먹던 아이들이 다 커서 직장에 다니는데 리치몬드 문 닫는다는 이야기에 엄마가 좀 가보라고 해서 왔다"며 "예전 가게 모습이 눈에 선한데 섭섭하고 아쉽다"고 말했다.
손님 정연지(25.여)씨는 "이 자리에 들어오는 게 카페라는 사실을 알고 화가 났다. 홍대부터 다양성을 잃으면 우리나라 전체가 똑같은 카페만 있는 곳이 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 손님은 '홍대 98학번입니다. 항상 그 자리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반갑고 고마웠는데 안타깝고 슬프지만 그래도 오늘 와서 다행이란 생각도 듭니다. 힘내세요 그동안 고마웠습니다'라는 쪽지를 남기고 갔다.
권 명장은 리모델링을 하고 2010년 10월 재오픈한지 6개월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가게를 비워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건물주는 리치몬드의 재오픈 한 달만인 2010년 11월에 새 세입자와 계약했다.
권 명장의 부인 김종수 사장은 "온 가족이 가업으로 생각하며 100년은 하겠다는 자부심으로 일해왔다"며 "대기업보다 자금은 적을지 몰라도 내 분야에서는 대기업보다 잘해왔다"고 서운함을 나타냈다.
어쩔 수 없이 가게를 내주면서도 향후 5년은 제과제빵 업종을 받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았다. 그래도 이렇게 쫓겨나듯 가게를 비워야 하는 상황이 리치몬드만의 일은 아니라 마음이 편치 않다.
22년 된 리치몬드 옆 사진관 주인 나모(53)씨도 지난해 4월 같은 내용의 내용증명서를 받고 곧 이 건물을 떠난다. 같은 건물 3층에 있던 오래된 서예점, 지하에 있던 샤부샤부 가게는 지난해 이곳을 떠났다.
나씨는 "시대 흐름은 바뀌었는데 우리같이 세 든 사람들은 돌파구가 없다. 앞으로도 열심히 내 일을 해나가려고 노력하겠지만 이런 식으로는 안정적으로 일을 할 수가 없다"며 "주변 상인들은 인테리어를 바꾸고 싶어도 언제 쫓겨날지 몰라 그만두고 처분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른살 제과점 아쉬움 속 문 닫는날
"나라 전체가 똑같은 카페만 있을까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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