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보험사 상품은 출시 석 달 만에 42만 명이 가입할 정도로 100세 보험에 대한 가입도 늘고 있는데, 이 100세형 상품에 대해선 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이름만큼 비용대비 혜택이 별로 없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험사들이 100세 보험에 대한 광고를 열심히 하고 있긴 하지만 사실 100세 보험은 그리 큰 차이가 있는 신상품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대부분의 보장 내용과 혜택이 기존 80세를 만기로 한 상품들과 차이가 없으며 뚜렷하게 다른 점이라고는 질병 보장기간을 80세에서 100세로 늘렸다는 겁니다.
사망 보험금이 지급되는 보장 기간만 따지고 보면 평생을 보장하는 종신보험보다는 당연히 짧다고 할 수 있고, 기존 99세를 기준으로 판매된 손해보험상품들과 1년 차이에 불과합니다. 쉽게 말해 자신이 사망할 경우 가족들을 위해 일시로 돈이 나오도록 보험을 가입할 목적이라면 100세 보험이나 기존 상품이나 별 차이 없다는 뜻입니다.
반면 100세 보험은 질병보장 기간이 늘어났다는 이유로 보험료를 대폭 올렸습니다. 상품 별로 차이가 있지만 2만 원 가까이 올린 보험사도 있습니다. 100세형 연금상품의 경우 보험료를 올리지 않은 곳에서는 나중에 지급되는 연금 액수를 줄이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100세형 연금이란 기존 상품은 연금이 가입자가 사망 시까지만 지급되는데 비해 100세형 연금상품은 자신이 죽고 난 이후라도 망자 나이 기준으로 100세까지는 가족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것을 말합니다.
보험사들이 100세 보험을 팔면서 잘 설명해 주지 않는 부분은 상대적으로 비싼 보험료 뿐이 아닙니다. 갱신형 상품의 경우 질병 보장 기간이 늘어난 만큼 적립금에서 돈이 줄어드는 기간 역시 늘어난다는 점을 잘 설명하지 않습니다.
예를들어 '20년 납입 100세 만기' 갱신형 상품에 가입했다면 대부분은 20년 동안 보험료를 내고 나면 추가 납입액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3년 단위 갱신형 상품이라면 20년 납입 이후에도 3년마다 보험 계약이 갱신되면서 인상된 보험료를 적립금에서 가져가게 됩니다. 이런 점을 제대로 설명 듣지 못한 소비자라면 왜 만기에 돌려받기로 한 적립금이 100세가 되면 턱없이 줄어들게 되는지 알지 못합니다.
더욱이 보험사들이 요즘 어린 아이를 둔 부모들에게 자녀를 위해 100세 보험 가입을 권유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건 정말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100세 보험에는 물가상승률 반영이 안 되기 때문에 지금 약정했던 보험금의 가치가 자녀가 다 자랐을 경우 크게 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현재 1살짜리 아이에게 지급되기로 한 1억 원은 평균 물가상승률이 매년 3% 정도라고만 가정해도 환갑이 되면 천 6백만 원에 불과합니다.
또 아이가 커가면서 유행하는 질병이 어떻게 다양하게 바뀔지 모르는 상황에서 지금 시점에 질병을 특정해서 평생 보장한다는 것은 불필요할 수 있습니다. 나중에 다시 보험에 가입해야 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의 경우 20세 후반이나 30세 만기 상품에 가입해서 그 때가 되면 다시 보험에 갈아타도록 하는 것이 보장 측면에서는 더 나을 수 있습니다. 실제 취재 중에 만난 한 보험설계사는 "자신도 아이들에게는 100세형 상품을 가입시키지 않는다" 라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그리 큰 차이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보험사들이 '100세 보험 마케팅'에 열심인 이유는 새 상품인 것처럼 포장해 가입자를 늘릴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비싼 만큼 보험사에서 가져가는 판매 수당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점도 고려가 됐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100세 보험 상품의 순기능도 있습니다. 기존 보험으로는 가입이 어려웠던 어르신들이 보장기간이 늘어나면서 가입할 수 있고, 유전적인 이유 등으로 가족 가운데 질병이 많은 분이라면 비교적 어린 나이에 오랫동안 보장되는 상품에 가입해 나이들어 질병이 생기면 보험에 가입하지 못하게 될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다만 이런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 대부분의 소비자들이라면 100세 보험에 가입하기 전에 앞서 설명드린 부분을 참고하셔서 자신이 받을 보장과 치러야 할 각종 비용을 꼼꼼히 따져보신 뒤 선택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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