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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 쉽지 않은 EU 정상회담 주요 쟁점들

조약개정 등 중대사안 서로 연계된 '고차방정식'

합의 쉽지 않은 EU 정상회담 주요 쟁점들
유럽연합(EU) 27개국 정상들이 8일(현지시간) 재정ㆍ금융위기의 근본적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한 회담을 시작했다.

금융시장과 경제 상황이 어느 때보다 악화돼 있고 이번 회담의 중요성과 다룰 의제들의 복잡함을 잘 알고 있는 EU는 9일 공식 정상회담에 앞서 정상들이 하루 전날 비공식 만찬을 하며 이견을 조율하는 이례적 일정을 마련했다.

그러나 재정 불량 운영국에 대한 제재 강화와 재정통합에서부터 조약 개정, 유로채권 발행, 구제금융기금 확충, 유럽중앙은행(ECB) 역할 변경 등 어느 한 가지도 타결이 쉽지 않은 사안들이다.

◇ 제재강화 등 재정통합 = 가장 주목되는 핵심 의제는 재정통합안이다.

이는 당해년도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 누적 정부부채는 60% 이하로 제한하는 `안정과 성장에 관한 협약(SGP)'의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데는 전반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기존에 만장일치로 돼 있는 이 '황금률'을 위반할 경우 제재 발동 요건을 회원국 85%의 찬성으로 가능케 하자는 프랑스와 독일의 제안에 대해서는 회원국 사이에 이견이 있다.

이 기준을 초과한 나라들에 일정 기간을 준 뒤 자동제재를 하자는 제안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또 각국의 법규에 `황금률'을 명시해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자는 안에 대해선 거부감을 표시한 나라가 적지 않다.

각국의 예산 편성 단계에서부터 EU 집행위가 개입하는 일은 정치적 어려움은 물론 조약 개정과 관련돼 있어 타결이 쉽지 않은 일이다.

◇ 조약 개정 = 독일과 프랑스는 이 같은 재정통합과 규제강화를 위해선 EU의 리스본조약과 SGP를 개정하자는 공동의 입장을 만들었다.  그래야만 재정건전성을 실질적으로 이룰 수 있고 시장에 확실한 신뢰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약 개정은 27개 EU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가능한 것이어서 어느 한 나라라도 반대하면 이뤄질 수 없다.

영국 등 비(非)유로존 10개국 가운데 상당수 국가가 이미 거부를 표명해 합의가 어려울 전망이다.

설령 합의가 이뤄져 내년 초까지 개정안을 확정지어도 실행 여부가 불투명하다.

또 실행되더라도 향후 2-3년 이상 지난 뒤에나 가능해 당장의 위기 해소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각국 의회의 비준을 받아야 하고 일부 국가에선 국민투표에 붙여야 하기 때문이다.

독일과 프랑스 등은 이번 회의에서 영국 등의 반대로 무산되면 유로존 17개국만 따로 다시 만나 새 협약을 체결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하지만 유로존 국가 내에서도 조약 개정에 부정적인 나라들이 있다.

이에 따라 헤르만 반롬푀이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조약 자체가 아니라 부속 의정서만 개정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부속 의정서 개정은 합의 가능성이 더 높고 회원국 정부의 동의만 필요하므로 훨씬 신속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반롬푀이 역시 종국에는 조약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의 위기 진화를 위해선 이런 `편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 위기진화 능력 확충 =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기금은 4천400억 유로지만 그동안 그리스와 아일랜드 등에 구제금융을 지원한 금액을 뺀 잔액은 2천500억 유로에 불과하다.

이미 위험수준까지 흔들리고 있는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을 지원하고 위기 확산을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따라 EFSF가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해 구제금융을 제공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위험국 채권 매입자에게 20-30%의 손실을 보증하는 방법으로 진화능력을 1조 유로 규모로 늘리는 방안이 추진돼 왔다.

그러나 금융시장 여건이 악화돼 이 규모가 7천억 유로 안팎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시한부로 설립된 EFSF는 내년 중에 유로안정화기구(ESM)로 대체되기로 이미 예정돼 있다.

5천억 유로인 ESM의 기금은  유로존 국가들이 보증의 형식으로 제공한다.

최근 위기진화 능력 확대를 위해 EFSF를 없애지 않고 ESM을 출범시키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일부 보도가 있었으나 EU와 독일 관리 등은 계획에 없다고 부인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반롬푀이 의장은 ESM에 은행의 성격도 부여하자는 방안을 제의했다.

이 경우 ESM이 유럽중앙은행(ECB)로부터 대출을 받을 수 있으며 위기진화용 자금이 대폭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ECB 역할 확대 = ECB가 시장에서 구제금융을 받고 있거나 받을 위험이 있는 나라의 국채를 무한정 사들이면 금융시장의 동요는 대부분 가라 앉힐 수 있다.

그러나 독일 등 재정우량국가들은 이에 극구 반대하고 있다.

ECB 내부에서도 신뢰를 해치고 물가안정이라는 기본 임무에 위배되는 것이라는 시각이 아직은 지배적이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회원국들의 세제와 재정까지 완전히 통합하는 신 재정협약을 체결하면 이를 검토해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는 회원국들이 처한 정치적 상황 때문에 실현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

따라서 일정 수준의 재정통합이 이뤄지면 ECB가 국채 매입을 지금보다 확대토록 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ECB는 8일 금리를 추가로 내리면서 3년 장기대출제를 도입하고 담보요건도 완화했으나 시장의 가장 큰 관심사인 국채 매입 확대 계획에 대해선 없다고 밝혔다.

EU 정상들에게 재정통합 합의를 압박한 셈이다.

◇ 유로채권 도입 = 독일 등 재정우량국가들은 유로채권 도입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당초 긍정적이었던 프랑스도 최근엔 회의적 입장으로 돌아서 현재로선 `물 건너 간' 사안이다.

그럼에도 반롬푀의 의장과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정상회담 의제 보고서에서 유로존 공동채권을 발행할 수 있는 가능성을 아예 닫지는 말고 `장기적 전망의 길'은 열어 두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바호주 위원장은 이날 독일 신문 디 벨트와의 회견에서 우선 재정통합 방안에 합의해 여러 해 동안 이를 시행해 재정 건전성이 확고하게 이뤄진 뒤라는 전제조건을 달기는 했으나 유로채권 도입이 "중장기적으로 유로권 안정과 역내 유동성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브뤼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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